[2막1장] 주요셉 시인의 시 한편 110

in Steem Book Club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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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대·3 안개 바다의 중심에서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
뚜 ― 우
그러나 위험을 예측할
어떤 가시물도 포착되지 않는다.

바람을 타고 넘은 물결
쏴아, 귓속 멜로디처럼
천국·지옥 오락가락한다.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는 미래로
불안이 잉태되어진다.

두려워 말라,
갈릴리 그 바다 위 밟으시던
예수의 권능에서처럼
어느 누가 항해 성공시킬 수 있을까.

어디선가 또
요란한 뱃고동,
옆구리로 전율하는
위기,
비상(非常)되어진다.

조타수 조타수
스피커로 다급하게
선장의 목소리
갑판 위아래에서의
쿵쿵 발자국소리들,

레이더엔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다.
바다만 더욱 안개에 질척거릴 뿐
아무도 위협해오는 미지(未知)
목격 못한다.

펑, 요란한 폭음소리
붉은 신호탄 쏘아지고
안개의 중심으로 꼬리 감춘
빠알간 쥐불꽃,
정월대보름 밝히지 못한다.

갑자기 육지가 그리워진다.
항해가 회의스러워진다.
눈앞으로 계시(啓示)되지 않는
빛줄기 바라고자
이토록 오랜 고통 속 기다림이었던가.

아, 우리는 언제나 죽어
오늘 이렇게 처참한
자기 학대 마감할 것인가.
언제쯤이면 지상나라에도
이토록 불안한 역사(歷史)
종말(終末)되어질 것인가.

뱃머리 뒤로 돌릴 수 없는
안개바다의 중심에서
난 언제도록 이렇게
부두에 접안치 못하고
육지에 상륙해 보지도 못하고,

찬송소리 들려온다.
영원히 걷히지 않을
안개주의보에도 불구하고
항해는 완만히 미끄러지고
숨소리 들릴 듯 말 듯
불빛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