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편 93

in Steem Book Club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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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늘 웃음으로
내 곁에 함께했던 당신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다시는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으로
하루하루가 막막합니다
이 깊은 슬픔은
나를 울지도 못하게 합니다

늘 정다운 목소리로
내 곁에 함께했던 당신이
이제는 땅속에 누워
다시는 그 음성을
들을 수 없는 슬픔으로
하루하루가 막막합니다
이 놀라운 이별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며
기도의 말도 잊게 합니다

준비 없이 찾아온 이별 앞에
이렇게도 속수무책인 나를
당신, 어떻게 책임지시려는지요

사계절 내내
마음속엔 바람만 불어
잠 못 드는 시간이 늘어날 텐데

언제 꿈에라도 와서
꼭 한 번 설명해주셔요
그날을 꼭
기다리게 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