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로 보는 큰 이야기

in #bu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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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단편을 최소한 하나는 읽어봤을 것이다. 그 유명한 목걸이(The Necklace)나 비계 덩어리(Boule de Suif)가 있으니 말이다.

모파상의 단편 세계를 단적으로 묘사하자면, 매우 사적인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는 인간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학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기도 하다. 솔제니친이 소련에 대해서 그 어떤 연설이나 논문보다도 더 많은 것을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캐릭터의 하루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던 것에서 보듯, 문학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미시적인 접근을 통해서 그려내는 거대 서사에의 접근인 것이다.

모파상의 작품에는 특별히 인간의 허영심과 부도덕함, 바람기와 복수심 등, 주로 약점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이 드러난다. 대부분 어떤 거창한 악이라기보다는, 소소하고 이기적이며 소시민적이고도 본능적인 그런 것들이다.

그렇다보니, 모파상의 단편들에서는 마치 우리가 개인적으로 아는 어떤 이들을 엿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은 익숙하며, 친근하고, 현실적이다.

그들을 자극하는 어떤 상황에 따라, 극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럼에 따라, 작고 개인적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인간 본성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로 이어지게 된다. 마을을 점령한 적국의 군인들에 대해 아무런 경각심 없이 잘 대우해 주지만, 아들의 부고를 받고는 거침없이 그들을 살해하는 노파, 전쟁통에 부랴부랴 피난을 가면서 한 명의 매춘부와 그녀가 마련한 식량 바구니에게 일어나는 일, 앞집 여자의 수상한 행동을 보고 따라해보는 여성 등을 통해 저자의 인간에 대한 생각들을 잘 알 수 있다.

일관되게 드러나는 그의 인간에 대한 생각들은 매우 비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파상은 그런 비극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힘 또한 매우 뛰어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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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모파상의 단편들을 영문으로 접하려면, 여러 권의 책들을 통해서만이 가능했다. 단편들의 선택을 통해서 편집자들의 의도나 취향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나 그의 단편 전체를 아우르는 단 한 권의 책을 접하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다.

그 중 특별히 두 구절을 골라 보았다. 첫 구절은 부모 살해범(A Parricide), 즉 부모를 살해하여 법정에 선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그의 변호사는 정치 사상을 주범으로 돌리며 그를 변호하고자 한다.

"He is an ardent republican. What am I saying? He even belongs to the same political party, the members of which, formerly shot or exiled by the government, it now welcomes with open arms this party to which arson is a principle and murder an ordinary occurrence. These gloomy doctrines, now applauded in public meetings, have ruined this man.

이 사람은 열렬한 공화주의자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그는 정부가 예전에는 그 당원들을 총살하거나 추방했었지만 현재는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고, 방화를 원칙으로 두고 있으며 살인 정도는 일상적인 사건인 바로 그 당에 소속된 당원입니다. 현재 공청회에서 갈채를 받는 이런 암울한 사상들이 이 사람을 망쳐버린 것입니다."

변호사의 의도는 남자가 사형 당하는 대신에 정신 병원에 가게끔 돕는 것이었지만, 남자는 그것을 거부하고 입을 열어 스스로를 변호하게 된다. 그에게서 흘러나온 것은 지극히 사적인 사연이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한 인간을 낳는다는 것, 생명을 부여한다는 것을 권리로서가 아닌 책임으로서 주장하고, 결국 삶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선물이 아니라는 저자의 사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사형당할 위기의 남자는 자신의 일에 거창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여 정당성까지도 획득하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결국 그의 범죄가 가장 사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일임을 밝힌다. 그리고 그 결과, 특정 사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더 큰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전쟁통에도 자신에게는 별 일이 없으리라 믿고 낚시를 간 두 친구(Two Friends)는 보다 유명한 단편이다. 물론 그 둘의 그런 생각은 좌절되지만, 그 전까지 그들은 평화롭게 정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They're worse than animals," replied Monsieur Sauvage. And Morissot, who had just caught a bleak, declared: "And to think that it will be just the same so long as there are governments!" "The Republic would not have declared war," interposed Monsieur Sauvage. Morissot interrupted him: "Under a king we have foreign wars; under a republic we have civil war." And the two began placidly discussing political problems with the sound common sense of peaceful, matter-of-fact citizens—agreeing on one point: that they would never be free.

"짐승보다도 못하지." 소바쥬 씨가 답했다. 그리고 방금 잉어를 낚은 모리소는 확고하게 말했다. "정부라는 것이 있는 한,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공화국이었다면 전쟁 선포를 하지 않았을 거라구." 소바쥬 씨가 끼어들었다. 모리소는 또 말을 막았다. "왕 치하에서는 외국과의 전쟁을 하지. 공화국에서는 내전을 하고 말이야." 그리고 두 사람은 평안하고 실질적인 시민들의 똑부러지는 상식을 갖고 정치적 문제들을 차분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한 가지 점에서 서로 동의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절대로 자유로워질 수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두 친구는 이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토론 속에서 드러났던 그들의 차이는 손을 부여잡고 죽음 앞에 서는 한 순간 동안에,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두 친구를 살해한 장본인은 그들이 잡은 생선을 요리하도록 한다. 간첩이니 뭐니 떠들었지만 사실은 별 생각 없었던 듯한 모습. 자신이 거창한 의미를 부여했던 행동이 사실은 개인적 충동과 변덕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공화정이냐, 왕정이냐가 아니라 인간인 것이다.

보통 자신의 사상을 문학작품에 그대로 주입시켜서 늘어놓는 것은 지루하거나, 자칫하면 유치하게 읽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저자와 캐릭터의 목소리 구분이 되지 않는 현상이 너무 자주 드러나면 그렇다. 이는 사실 많은 작가들이 범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파상의 캐릭터들은 짧은 단편 속에서도 매우 생생하고, 친근하며, 어디에선가 본 군상으로서 매우 사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독자는 모파상의 단편들로부터, 매우 개인사적인 이야기들을 읽고도 거대 서사를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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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sndbox: This article is the third of my series on the classics of literature, history and philosophy; it is a project around which I wish to build a community. This particular post is on Guy de Maupassant, the renowned French writer. I have focused on his ability to deal with grand narratives through particularly personalized (and personal) characters and their a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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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전 대부분의 사람이 아닌듯 ㅜㅜ 못 읽어봄 ㅜㅜ

나만 안 읽은게 아닐꺼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냐 교과서에 있었다고 누가 그랬음

있었어도 기억못하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개발자의 기억력이;;

누구야 뎃구와ㅎㅎㅎ

ㅋㅋㅋㅋㅋㅋ어쩌게

나도 딱 거기까지 읽고 맘상해서 아래쪽 안읽음 ㅋㅋㅋㅋㅋ

아냐 형 적어도 접해봤어ㅋㅋㅋㅋㅋ

쿸쿸쿸

넘 오랜만이라 뉴비인 줄;;

흐음 흥미롭군요

나도 모파상은 ㅋㅋ
역시 난 비범해 대부분에 속하지 않는군 ㅋㅋㅋ

아냐 형도 목걸이 읽어봤을 거라구.

목걸이는 목에 거는거지 읽는게 아니야ㅎㅎㅎ

휘감아주고 당기고 싶다

나 목걸이 읽어봄
Love라고 써있었는데

아 친구 이름써있는 목걸이도있었다

댕댕이꺼 아님?

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ㅋㅋㅋ

젬형 문학이야기를 읽으면
근처 도서관 가는것보다 더 유익함 ㅎㅎ (가봐야 잠만잠ㅠㅠ)

ㅋㅋㅋ고마워 찌니짱

도서관은
시험기간에 친구들과 당구장 가기전에 모이는 장소일 뿐 ㅇㅇ ㅎㅎ

가방보관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서관 좀 다녀봤나보네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나형 보통이 아이네

댓글테러범 ㅋㅋㅋ

독자가
'개인사적인 이야기속에서 거대 서사를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철저한 절제력에서 비롯하는 건가요?
재미님의 표현이 명언인거 같네요..

절제력...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전 세계급 작가라면 그냥 자기 속에 있는 것을 막 쏟아만 내도 되는 재능이 있는 것으로 보죠. 어떤 노력을 가미해서 해야 되는 일이라면 애초에 그 급이 아닌 듯...

명언 ㅋㅋ감사합니다. ㅋㅋ 참, 제가 요즘 예전만큼 피드를 잘 안 봐서인지 오랜만에 뵙네요. 종종 찾아뵐게요!

아! 비계 덩어리 알아요! 제 몸속에 있는거!!
디클릭 클릭! 클릭!!

헉 몸속이라니 더 내장 지방 같아서 무섭네요.ㅋㅋㅋㅋㅋ ㄷㄷ

참, 아까 로고 발표 봤어요. 축하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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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용 다른 단편은 몇 편 읽어본 것 같은데 언급해주신 두 편은.. 읽어봤던가... 기억이.... ㅋㅋㅋㅋㅋ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군요

ㅋㅋ예전에 들었던 음악 이상으로 그 당시의 느낌 소환이 될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