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일상] 세시간 도둑

in #kr8 years ago (edited)

"어? 아들~ 이건 뭐야?"

"그거, OO 가 제것이라고 줬는데, 제거 아니에요"

옆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불러 하루종일 집에서 놀다가,
오후에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저녁 6시 30분쯤 들어온 아들...

얼마 전 아들 생일날, 할머니들께 받은 용돈으로 자전거를 사줬는데,
한참 자전거에 빠져서, 주말이면 신나게 자전거를 탄다.

저녁을 다 먹고, 아홉시가 넘어, 집안 정리를 하던 중, 자전거 자물쇠가
있어, 문 앞 아들 자전거를 묶어 두려 나갔는데, 그 자전거에 똑같이 생긴
자물쇠가 손잡이에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그거 OO가 제거라고 챙겨가라고 준건데, 제거 아니라고 해도 자꾸 줘서
가져 왔어요"

"그 친구는 이걸 어디서 가져왔다고 하디?"

"XXXX호 우편함에서요..."

샤워를 하고 있는 아들녀석에게 다그치듯 물어보며,

재차, 놓여 있던 자리와 집 호수를 물어봤다.

"XXXX호 확실해? 그리고 니게 아닌데 왜 가져와. 응?"

버럭 화를 내곤 쏜쌀같이 그 집으로 향했는데,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이런 문구가...

헉!!!!!!

아이가 말한 그집이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몇 초 안되는 엘리베이터 안의

그 시간이 어쩜 그리 오래 느껴지던지...

아들이 말한 그집이 맞았다.. 문을 열어 주신 아주머니께,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연신 죄송하단 말에,

오히려 아니라며, 이렇게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활짝 웃어주셨지만,

여전히 어찌 할바를 몰랐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어린이날 선물로 할아버지께 자전거를 어제 선물

받았는데, 오후에 나가서 노는 동안 자물쇠를 우편함에 넣어두고 와보니

없어졌다고...

너무 화가 나서 그렇게 글을 붙였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공감이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 적힌글을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아내에게

보내놨는데, 집에 와보니, 아들을 울음소리...

엄마에게 된통 혼이 나고 있었다.

"아들...옷 갈아입어...사과하러 가야지..."

그렇게 아들녀석을 데리고가서, 사과를 했다.

아저씨나 아주머니나 밝게 웃으시면서 괜찮다며, 아들의 머리를 스다듬어

주셨지만, 울다 말고 내려온 아들녀석 눈엔, 금방이라도 쏟아 질듯한 눈물을

머금고, 얼어 붙은 듯이 반복적으로 "죄송합니다"고 했다.

"아들...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면 안돼. 그게 무엇이 되었든...알았지?"

이유가 어찌 되었든,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상황이 발생했다.

부모로써, 부끄럽기도 하고, 면목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아들 녀석의 친구도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남의 집 우편함에 친구의

자전거 자물쇠와 똑같이 생긴 것이 있어서, 친구의 것인 줄 알고 잘

챙겨가라고 준것, 그리고 자기것이 아님을 알면서, 가져온 아들...

집에와서 밥 먹기 급해, 깜빡하고 잊어먹고 있는 사이, 잃어버린 주인은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눈물 콧물 쏙 빠지게 혼이 나고, 퉁퉁 부은 눈으로 잠자리에 든 아들...

오늘일을 잊어먹지 않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을 빌어, 열살 짜리 아들녀석의 철없는 행동에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조만간 작은 선물과 편지를 아들 손에 쥐어 보내야겠다.

"아들아..누구나 실수와 잘못은 한단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푸느냐란다."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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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엄청 놀라셨겠어요. 그런 실 수는 누구나 다 하고 있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쟈니님 잘 해결하시고, 정말 멋진 부모님 이십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웃분들과 좀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선물받은 아이 자전거 자물쇠를 하루만에 잃어버린 그 심정이 충분히 느껴지네요...아들녀석도 많은 걸 배운 계기가 되도록 옆에서 잘 인도해 나가야겠습니다.

아이입장에서는 충격이었겠어요.하지만 좋은 교육이 되겠죠.

네...상처 꽤나 받았을텐데, 잘 매만져주고, 좋은 교훈이 되도록 잘 지도해야겠습니다.

어렸을적에 기억에 남게 혼난건 오래 안잊어먹게 되더라구요. 아이가 잘못을 알고 잘 깨닭았을거예요. 부모님도 아이도 많이 놀라셨겠어요..

아들녀석 혼이 많이 났는데, 상처로 남지 않도록 잘 보살펴야겠습니다. ^^ 이번 일로 저도 많이 배운듯 합니다. ^^

실수는 누구나 하죠.......아드님이 이번 일로인해 많이 깨달았을겁니다 ㅎㅎ

자고 있는 아이 보고 오니까, 마음이 더 아리네요...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잘 보살피고 가르쳐야 겠습니다. 이번 일로 저도 많은 걸 배우는 듯 하네요.

아무래도...마음이 많이 쓰이시겠지요 ㅜㅜ 쟈니님도 아드님 보면서 힘드시겠지만 기운내요....!!

아이도 아버님도 어머님도 놀래셨겠어요ㅠ
속상도 하고 아이가 나쁜의도가 아님을 알기에 쨘하네요

너무 멋진 아버님 대처로 잘 마무리가 되어서 다행입니다
아드님도 엄청 놀랬을텐데 잘 보다듬어 주세요😭

네..정말 잘 보듬어 줘야겠습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겠지만, 이번을 계기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하는데, 이런일이 처음이라 야단 부터 치고나니, 마음이 무겁네요. 잘나진 못해도 못난 부모되지 않도록 저 스스로도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습니다.

자녀에게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 편지를 읽어볼 모습을 떠올려보네요.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되도록, 잘 이끌어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 해봐야겠습니다. 이웃분님께서 마음이 좋으셔서 괜찮다며 웃어주셨는데, 어찌 이리도 마음이 더 송구한지...

그래도 훈훈하네여 .
멋진 부모님 이신거 같아요

애휴...못난 부모만 아니라면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들녀석 잘 가르치고, 또 상처 안받게 잘 토닥거려야하는데, 어찌해야 최선일지 갈피를 못잡겠네요...ㅋ

아이가 모르고 그렇게 된거였지만.. 쟈니님의 발빠른 대처가 일이 크게 되기전에 잘 마무리 되었네요..
잘못했다고 해도 아이를 혼낼때는 용기가 필요하더라요. 마음이 약해져서... 올바른 것을 가르쳐주시는 아빠 쟈니님께 박수를~^^ 더불어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잠이 든 아이에게 토닥토닥.. 보내봅니다,,

자고 있는 아니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저 문구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아이를 야단 치고 난 후엔 늘 마음이 아려오는데, 오늘은 그 마음이 더하네요... 저 역시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쟈니님과 아내분의 대처가 훌륭하시네요.

철 없는 아이의 잘못에, 부모로써, 그저 부끄럽습니다...ㅠ ㅠ

전원주택에 살 때
저희집은 무례 자전거를 5대나 잃어 버렸었지요 집앞이 공원이었고 정자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쉬는 노숙자분들이 많아 마당에 있는 수도를 이용하시라고 문을 항상 열어 뒀었거든요 5대 이후 더 이상 자전거를 사지 않았어요 ㅎㅎ
이 글을 읽으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네요

아이에겐 좋은 산경험이지 싶어요

후...sunghwa님의 배려가 그런 결과를 가져왔네요...무려 자전거 다섯대라니...가져간 사람들 정말 너무 하네요...

이번 일로 저도 많이 놀랐는데, 아이가 상처 받지 않도록 세심히 잘 지도해야겠습니다.

네~~
옳은 생각이셔요

제가 아이를 넷을 키웠거든요

어릴적 환경이 정말 중요해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언행두요
뭐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얘기지만요 ㅎㅎ

와...네명의 자녀를 키우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
아는 이야기일지라도, 행동으로 보이기는 쉽지 않음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말과 행동...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란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제가 느끼기에 쟈니님은
참 좋은 엄마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