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단상] 책 추천의 어려움
때때로 지인으로부터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거나, 책을 선물할 일이 생기곤 한다. 책을 추천하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어떤 책이든 먹어치우겠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내가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추천한 책이 그 사람에게도 동일한 흥미를 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지인들은, 한동안 책읽기를 쉬어서 자책감에 떠밀려 곧 지적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들은 그이의 관심사와 흥미에 꼭 들어맞는 책을 처방 받았을 때, 겨우 책의 결승선까지 완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관심사와 흥미에 꼭 들어맞는 책을 알아낼 재주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책 추천이라는 것은 추천자가 읽고 경험한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후보군도 협소하여 상대방의 기호에 맞을 확률은 더더욱 떨어진다.
사실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이들은, 더 이상 독서를 회피하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있지만, 추천을 요청할 때는 상대에게 맛집을 소개해 달라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일 경우가 많다. 큰 기대가 없는 것이다. 방을 한 번 청소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그 상태로 몇 달을 지내고 있는 사람의 심리와 비슷하다. 마음 한 편에 절박함이 있지만, 그 절박함에 대해 말만 하지 즉시 행동엔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여러 개의 낚시 바늘을 던지듯, 만나는 사람마다 추천을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보통 요청을 받은 사람은 요청한 사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책임감을 갖게 되는 이유는 대체로 다음 두 가지 생각 때문이다.
첫째, 상대방은 나를, 책을 추천해줄 정도로 독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고로 거절하거나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책을 권할 경우, 상대방은 내게 실망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둘째, 상대방은 책에 무척 목말라 있다. 그의 꺼져가는 독서의 불씨를 살릴 막중한 책임이 내게 주어진 것이다. 내 추천에 따라 그의 독서가 꺼질지 타오를지 결정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책을 추천한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깜짝 놀람과 동시에 폭소를 터뜨리게 될 것이다. 책임감을 갖게 된 이유들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생각인지 알게 될 것이다.
책을 추천 받았을 때,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상대방을 과대평가하게 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스스로 스트레스의 불구덩이 속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책 추천을 자주 요청하는 사람들은 다음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을 찾는 일은, 자신에게 맞는 옷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 말이다. 이것저것 입어보고, 잘못된 선택으로 한 번 입고 장롱에 쳐 박아 두는 경험도 해가며 일정한 시간을 보낸 뒤에야 얻어지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내게 맞는 브랜드와 색상이나 스타일을 스스로 알게 되듯이.
사람들 중에는 패션 스타일의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이 있고, 늘 입는 스타일만 입는 사람도 있다. 독서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여러 분야에 걸쳐 독서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정한 분야의 책 위주로만 읽는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이 그 사람의 독서 스타일이다. 독서 스타일이 없는 ‘스타일’도 있다. 어떤 일관성 없이 닥치는 대로 읽는 경우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스타일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요즘 맞춤 정장 가게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기성품을 파는 상점은 많다. 책 추천에 있어서도 맞춤 도서를 바라는 마음보다, 스스로 발품을 팔아가며 시중에 나온 많은 기성품 추천사를 보면서 스스로 스타일에 맞는 책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소심한 사람에게 책 추천을 요청하는 건 피하자. 맞춤 도서를 찾기 위해 날밤을 셀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고로 한국인에게 책을 추천하고자 하면 파울로 코엘료와 무라카미 하루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 중 하나는 꼭 먹혀들더군요 ( ㅋ.ㅋ.ㅋ.)
앗 케이지콘님이 돌아오셨다! +_+
네 콘님 반성문 쓰시며 귀환했어요ㅋ
ㅋㅋ 소위 안전빵이지요~~ 그런 책은 굳이 내가 추천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 책이라 오히려 망설이게 되지요ㅎㅎ
저도 출판사에서 일해서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지인들에게 책추천을 하거나 선물할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근데 글에서처럼 많은 도서들을 접하고 실패하고 읽지 않은 책들이 생기고 자신의 호불호가 생겨날 때, 다독에 불이 붙는 것 같습니다.
네 독서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잘할 수 있지요. 스스로 책을 고르고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ㅎ
이제 스팀잇에 입성하셨군요. 앞으로 출판과 관련된 얘기들도 들을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은 꼭 의사같으세요.ㅎㅎ 예전에 문학에 목마를때 사놓은 책들이 책장에서 썩어가고 있는데 늘 봐야지 하면서 몇페이지를 못 넘기네요. T^T
독서영양 실조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을 내려볼까요ㅋ 결국 영양 고루 섭취하고 운동하라는 원론적인 얘기만ㅎㅎ
저는 일단 도서관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그마저도 싫은 사람은,, 그냥 김진명소설 추천해줍니다 ㅠ
요청자는 살짝 실망할지 몰라도 어쩌면 도서관 가라는 말이 명답인지도 모르겠습니다ㅎ
“지적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 요즘 제가 딱 그 심정인듯해요. ㅎㅎ
아래 글 읽고 읽으니 요청 받으시는 분의 마음이 더 이해가 되네요.
솔메님~ 추석연휴 편안히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해피써클님은 잘 지내고 계신거죠?^^ 왕년에 활발히 활동하고 교류하시던 분들 닉넴만 봐도 반가움에 왈칵!ㅎ
즐거운 추석 되세요!ㅎ
책 추천 해달라는 사람도 몇번 추천받아 읽다보면, 더는 그 부탁을 안할 겁니다 ㅎㅎ 대개 안맞거든요.
네 맞아요. 자기 책은 자기가 찾는 게 제일이죠ㅎㅎ 선물받은 책도 안 읽히는 경우가 많죠.
책 추천과 같은 이유로 책 선물도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상대방의 독서 취향에 맞을지 그만큼 친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점도 있고요. 예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 선물 몇번 했었는데 요즘에는 책 선물은 잘 못하겠더라고요.
네 책 선물은 책의 내용보다 책 그 자체로 어떤 기분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책 받으면 기분 좋은데 그 책을 막상 잘 읽지는 않죠ㅎㅎ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네 즐거운 추석되세요ㅎㅎ
즐거운 추석보내세요
Nice read. I leave an upvote for this article thumbs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