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예술 유람기

in #kr3 years ago (edited)

IMG_5162.jpeg



 블록체인과 코인장을 조금 들여다보는 친구들이라면 백발백중 현타가 왔다며 카톡이 남발한 주말과 월요일 오전. 유명인사의 트윗에, 그를 뒷받침하는 기사에, 하락장에 불안에 떠는 친구들의 카톡까지. 여튼 심정 복잡한 비오는 날 오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잘챙겼어야 하는 우산을 두고 나와 가지러가고 몇 소지품도 잃어버려 발급받느라 동선도 꼬였다. 그런 와중에 잠도 잘 못자서 정신까지 멍하다. 지금 당장 출근해야 하는 근무처가 없기에 망정이지 안그럼 한층 더 심정 복잡했을거다. 물론 시끄러운 것들 상관하지 않고 나는 내 할일을 하는게 우선이라...

 우울한 사람들에게, 망연자실하고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숟가락 보탤 글을 쓰자면 “그럴 만 하다.” 가 되겠다. 아니, 조금더 친절하게 쓰자면 “그래도 된다”. 무엇하나 되는 일 하나 없고, 죽어라 일하는데 발전은 없는것 같을때는 잘난 그 누구라도 상심하기 마련이다. 내가 약해서가 아닌, 내가 비난받을만해서도, 게을러서도 아닌, 세상 탓을 조금은 해도 된다는 소리다. 물론 세상엔 다양한 소리와 견해가 있겠지만-우리는 나 자신을 조금 더 토닥거리고, 희망을 찾을 권리가 있으니 자책의 늪에만 빠져있지 말자고.

 한 심리학자가 말한 문구를 인용하자면 ‘사람이 단단해지는 일은 실패하고 넘어졌을때 얼마나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냐를 ‘잘’ 반복하냐에 따라 달려있다. 인생에 시련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되는 파도에 덜 상처받고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내가 단단해지는 지름길이 된다’. 요새 인터넷엔 참 명언들이 많이 떠돌아 다닌다. 그중 내게 와닿는 몇 문구를 사부작 사부작 적어 놓고 대중교통을 탔을때 꺼내보곤 한다. 물론 자주 꺼내보는 글엔 친구의 연락도 포함이 된다. ‘파리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잘 풀릴거야’, ‘넌 잘될거야’ 같은 기운나게 하는 고마운 말들같은.

 내겐 몇 년 째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로 여행을 오라면서 경비를 반이나 대겠다는 죽마고우 한 명이 있다.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만류했지만 생각할수록 솔깃한거다. 회사에 몸이 매여있어 여행을 멀리 오지 못하는 친구에 비해 비교적 늘 자유로운 나. 이제 학업도 끝났겠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쪽이 움직이면 되는거 아닌가, 란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코로나가 창궐한 시대에 하늘길은 막혔었고 우린 아직도 재회하지 못한 상태이다. 언제쯤에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막상 봐도 뭐 새로울건 없겠지만. 매일 봐왔던 것처럼, 마치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는 것처럼 편할것이다. 다양한 인연을 속에 그 편안함을 찾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에게 다치고 속으며 더 이상 새로운 사람 안만날거란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중한 편안함을 찾으려 많고도 많은 인연을 쫓으며 사는게 아닐까.

 전에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한 친구에게 거의 고성을 지르다 시피 “나도!!!” 란 말과 함께 이 책을 건넨 적이 있다. 김용찬 저자의 <논문, 쓰다> 란 책이다. ‘아니, 글을 잘 쓰고 싶다는데 왜 논문 쓰는 책을...?’ 이라는 친구의 갸우뚱한 표정을 뒤로 하고, 한 문장을 읊어주었다. “단지 글을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과 삶이 함께 지혜로워질 수 있는 태도와 노력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 내가 한창 석사논문을 쓸때 이 책을 알았다면 좋았을걸... 아니, 초등학교 시절 논술을 접할때부터 이 책을 알았다면 좋았을걸 (정확히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저자의 ‘글 쓰기’의 핵심을 알았다면 좋았을걸-이 책은 2020년 출간되었다) 하고 생각한 책이라 추천을 했다. 자, 일단 한 번 읽어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 한달 744시간, 일주일 168시간, 하루 24시간 중 책 읽는데 한 두시간 투자하는건 남을 수 밖에 없는 장사 아니냐. 이래놓고 내가 제일 책 안읽음...

  책 문화와 관련된 라운지 큐레이션과 전시가 가득한, 출판 생태계의 다양한 작업자를 지원하는 작업실에 둥지를 튼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오디오북, 출판 시장 동향, 독립서점 아이디어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모임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출판을 매개로 독자들과 동네 서점, 입주 창작자들이 연결되기를 희망하는 곳이다. 이사며 개인적인 일들이 겹쳐 작업실에 관한 글을 자주 못썼는데, 앞으로 틈 나는 대로 프로그램이나 공간에 대해 알아가야지. 더욱이 좋은 글 동료 @fgomul 님도 함께 입주해 출근할 맛 나는 요즘. 여름이 가기 전에 달려보자.

Sort:  

논문, 쓰다라는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죽마고우의 여행 건은 코로나 상황만 허락되면 무조건 가셨으몀 좋겠어요! ㅎ

은근 못 본지 꽤 된듯한 레일라님 보고싶어요 이번주에 한 번은 마주칠거라 믿으며 :D

저도 다시 읽는 중인데 눈물 철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문장을 쓰기란 이토록 어렵다는 것을.. ㅎㅎ
저도 저도 보고 싶어요 ㅎㅎ 이번주는 좀 열심히 출근해볼 예정입니다. 보통 월요일에 사람 제일 많은데 오늘 엄청 한가했어요.

와... 두분이 서로 오며가며 만나시는 사이군요. 좋으시겠어요. 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2
JST 0.032
BTC 60345.08
ETH 2986.57
USDT 1.00
SBD 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