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저자 : 김경일
10살 때부터 한자와 붓글씨를 배우기 시작했다.
국민대 한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타이완 중국문화대학 중문연구소에서 고대문자와 갑골문을 배웠다.
상명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0년 한국인 최초로 갑골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양문화의 기원과 갑골문에 관한 논문을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발표하고 있다.
"한국인의 내면을 지배해 온 유교 문화의 권위와 위선에 대한 600년 만의 자유 선언"
조선 500년, 근대화 100년, 우리는 유교 문화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운가.
'세이노' 추천으로 역주행한 서적이다.
최초 발행일은 1999년이고 2023년에 개정2판이 발행되었다.
24년이 흘러 개정판이 출간되었는데, 아마도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언급되어 개정2판이 재발생된 것 아닐까 싶다.
한국사회에서 차마 하기 어려운 시원시원한 사이다 발언들에 개안이 되는 듯 했다.
재밌기도 재밌지만, 무지한 나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쳐, 조금이나마 나의 무지에 금이 가게 해주는 책이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1910년 한일합방, 1950년 6.25, 1997년 IMF.
10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은 세 번을 죽다 살아났다.
(...) 한일합방을 부른 무기력한 정부와 위선적 지식인들, 6.25를 부른 우리 문화 속의 분열 본질, 그리고 IMF를 부르고 만 자기기만과 허세.
위선, 분열 본질, 자기기만과 허세, 그것들은 바로 우리 사회가 그토록 즐겨 부르짖던 도덕적 가치, 단일 혈동의 우월성, 그리고 무거운 권위들의 벌거벗은 뒷모습이었다.
(...) 지금도 우리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한일합방 류의 협잡과 6.25 식의 동족 죽이기와 분열, 그리고 허세와 자기기만으로 인한 IMF형 파산이 연속되고 있다.
사건이 달라 보이고, 크기와 규모와 영역이 달라 별개의 사건들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은 우리 문화의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원인 때문에 지속되는 것들이다.
그것은 우리 문화의 내면을 한 꺼풀만 젖히고 들여다보면 언제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커먼 곰팡이,
바로 유교라는 곰팡이 때문이다.
현란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치'를 위한 도덕이었고, '남성'을 위한 도덕이었고, '어른'을 위한 도덕이었고, '기득권자'를 위한 도덕이었고, 심지어 '주검'을 위한 도덕이었다.
때문에 공자의 도덕을 딛고 선 유교 문화는 정치적 기만과 위선, '남성적 우월', '젊음과 창의성의 말살', 그리고 '주검 숭배가 낳은 우울함'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방인의 문화는 조선 왕실의 통치 이데올로기가 되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 이것들은 오늘날 우리들 삶의 공간에 필요한 투명성과 평등, 번득이는 창의력, 맑은 생명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들이다.
유교의 유효 기간은 이제 끝난 것이다.
공자의 도덕은 '힘있는 자'와 '돈 가진 자'를 위해 봉사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 유교 문화의 이러한 해악을 깨닫지 못하고 우리 역사 속에서 겪은 고난들을 우연으로 치부하거나, 몇몇 개인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고, 또 지정학적 근거를 통한 어설픈 남의 탓 지적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슴 답답함의 실체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건들은 계속될 것이다.
남의 땅에서 난 것이라도 깨끗하면 건강에 유익할 것이고, 우리 것이라도 뭔가 장난을 쳤다면 건강에 나쁜 것이다.
지구를 빙빙 돌며 벌어와도 시원치 않은데, 골방에 쭈그리고 앉아 못난 우리 것 지킬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못난 짓이다.
우리 사회의 '신토불이'에는 일종의 기피증과 문화적 폐쇄성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
한국인들이 회식을 즐기는 이유는 공돈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 공돈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함께 먹자'는 공범 심리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각자 번 만큼 돈을 받고 돈을 쓰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공짜 심리가 어느 조직에나 깔려 있는 것이다.
고려 우왕의 요동 정벌에 반해 위화도 회군을 한 이성계.
1392년 7월 17일. 이성계는 드디어 조선의 왕이 된다.
나라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개인 출세의 기회로 바꾸어버린 인물이 드디어 뜻을 이룬 것이다.
이성계가 그랬고, 이완용이 그랬고, 이승만이 그랬고, 박정희가 그랬고, 전두환이 그랬다.
그들은 모두 새로운 나라의 문을 열었고, 그들의 행동은 모두 '추인'되고 말았다.
이성계 이후 모든 과정은 '결과'를 통해 속죄될 수 있었고, 큰 도둑이 될수록 칭송은 더욱 자자하게 되었다.
어느 나라나 법은 다 있다.
조선시대에도 위대한 법전 <경국대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법은 엿이었다.
늘이면 늘어났고 자르면 잘라졌다. 엿장수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법은 있었지만 'rule'이 없었던 거다.
어느 누구도 법을 똑같이 적용받는 규칙, 그 규칙이 조선에는 없었고 한국사회에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화적 폐쇄성에 있었다.
그것이 우월의식에서 비롯되었건 자격지심에서 비롯되었건 간에, 결과적으로 우리들 삶을 망가뜨리고, 새로운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만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회심리학의 변별 이론은 사람들은 특정한 상황 안에서 타인과 자신을 구별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본다.
즉, 나는 무엇이다라고 해서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무엇이 아닌지를 통해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 상하이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이 경복궁에 들어가 외치는 원더풀이 진정한 칭찬인 줄 착각하는 한 '우리 것'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 중국이나 일본인의 그것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임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끼리 만들어놓고 우리끼리 의미 부여해봐야 결국 서로 속고 마는 것이다.
이 점을 인정해야 다음 답이 나온다.
(...)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는 하나의 뿌리에서 성장한 서로 다른 가지에 불과하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며, 스스로 얽은 그 의미의 그물에 구속되는 동물이다. - 클리포드 기어츠
한국인과 중국인은 유난히 역사에 매달린다.
험난한 사건과 문제에 맞닥뜨리기만 하면 바로 과거의 역사 속에서 해답을 찾아보고, 비슷한 상황을 꺼내 위안의 말잔치를 풍성하게 차린다.
모든 정답은 과거에 있다는 답답한 문제 해석 의식 때문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민주주의와 자유 자본주의의 옷을 걸치고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3,000년 전 원시 가부장 시대의 의사결정 구조를 조금도 바꾸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의 내면을 올바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사고에 익숙한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삶을 다른 각도에서도 살펴보고 또 다른 삶의 지평으로 넓혀갈 수 있다는 면에 대해 대단히 무지하다.
이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정신적, 문화적 독재를 획책하고 있는 지배자들(정치, 경제, 교육,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 걸친)의 교묘한 통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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