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나의 인터넷질 간단역사)

in #kr-pen7 years ago

저는 스팀잇이 사랑스럽습니다.

금전적인 이유만은 아닙니다. 금전적으로 보자면, 적은 돈이지만 딱 스팀 구매한 만큼 수익이 났기 때문에 사랑스러울 정도는 아니지요. 제가 스팀잇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과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오히려 금전적으로 보자면, 스팀잇에 투자할 시간에 알바라도 했다면 더 많은 돈을 벌었을 테니까요.

스팀잇이 왜 사랑스러운지는, SNS라는 개념으로 보자면 트위터 얘기부터 하면 좋겠지만 광범위하게 싸이부터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는 아마도 알러뷰스쿨이 처음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왜... 그... 접속조차 힘들었던 전설의 사이트. 그 다음은 아마도 다음 카페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다음 카페에서 소통을 했지요. 하지만 개인적인 공간이 있는 도구로는 아마도 사이월드가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국내에서만이고요, 다른 도구들도 있겠지만, 다수가 사용한 것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사람들이 파도타기를 한다고 해서 뭔소린가 하다가 싸이월드에 가입을 했습니다. 헐... 젠장... 평소 인맥도 별로 없기에 고딩 친구들이나 1촌 하고 나니 더이상 1촌 할 사람이 없더군요. 결국 친구의 친구들에게 1촌 신청 했다가 거절당하다 보니 기분이 더러웠습니다. 헐... 지가 뭔데 친구 신청 거부야. 기분 더러워서 싸이를 안 했습니다. 별로 할 필요성도 못 느꼈고요. 저는 그당시 개인 홈페이지도 직접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고 개발자들 모임에서 놀 때라 화면도 쪼끄만한 싸이 따위 별로 관심도 안 갔습니다. 직접 만든 홈페이지에 글도 올리고, 사진도 크게 올리고 훨씬 좋더군요. 물론 방문자는 드문드문이었지만요. (프리챌에서 놀다가 세이 음악방송 알게 되고, 세이에서 직접 음악방송도 한 건 안비밀.)

그러다가 블로그를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사이트들은 해외 사이트라서 가입할 엄두도 못 내다가 네이버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당장에 가입해서 시작했죠. 저는 네이버 블로그 초창기 유저인데다가 워낙 오래 했고, 올린 포스팅도 수만개라서 파블 대우를 받으며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댓글도 별로 없던 개인 홈페이지와 달리 블로그엔 이웃들이 댓글도 달아주고 '소통'이라는 걸 하며 잼나게 했지요. 처음엔 주로 종교적인 내용을 올리고, 일기를 쓰고, 사진도 어마어마하게 올렸는데요, 나중엔 책리뷰, 자작소설, 에세이 들을 주로 올렸습니다. 책분야 인기 블로거였고, 출판사 마케터들에게 '나하 모르면 간첩'이란 말도 자주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나름 책분야에서 인기 블로거였던 저는 트위터를 알게 됩니다.

마치 단톡방 느낌의 트위터. 저는 뭐든 초창기에 진입했더군요. 개인 홈페이지도 초창기에 공부해서 만들었고, 블로그도 초창기에 만들었으며, 트위터도 한국어 서비스 전에 가입했습니다. 제가 영알못이라 정말 힘들게 트위터에 가입한 다음에 보니... 한국사람이 몇 없는. 그당시엔 한국사람이라면 무조건 팔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 팔로해봐야 몇 없어서. 그렇다 보니 트위터 화면은 마치 채팅방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옴레기2(정식 명칭은 옴니아죠. 카톡도 안 되는 윈도우 폰.)로 할 수 있는게 블로그, 트위터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하루 종일 트위터를 하며 놀았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도 역시 한국어 서비스 전이라 힘들게 가입했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트위터만 열심히 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트위터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되고, 갤럭시2가 대박을 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로 몰려왔습니다. 단체 채팅방 같았던 트위터가 SNS로 변했고 수많은 당이 생겼습니다. 저는 제가 살던 지역당, 헌혈당 등에서 놀다가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뭉쳐 놀고 그랬습니다. 책 읽다가 밑줄 그은 거 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책정보 나누고 등 완전 씐나게 놀다가 갑자기 예스24 마케터로부터 쪽지를 받았습니다. '예스 SNS프렌즈 1기에 신청해주세요.' 모집글을 보긴 했지만 그당시 자격조건이 페이스북을 해야 하는 거라서 신청을 안 했더랬죠. 그런데 그당시 페이스북엔 한국인이 별로 없었습니다. 신청자 중 대부분이 페이스북을 안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신청을 했고 그렇게 SNS프렌즈를 시작했습니다. 예스24 사무실에 프렌즈들이 모여 발대식을 하고,,, 음... 페이스북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인생 대역전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제 인생 SNS입니다. 페이스북은 일단 너무 어렵더군요. 천재가 만든 거라 그런지 둔재인 저는 이해하는 데만 한참 걸렸습니다. 개인 프로필과 페이지를 이해하지 못했죠. 왜 누구는 친구신청 해야 하고 왜 누구는 좋아요를 해야 하지? ㅋㅋㅋ 참 멍청했습니다. SNS프렌즈 멤버는 대략 20명 했나? 암튼 그 정도였고, 우리 20여명은 페이스북에서 씐나게 놀았습니다. 은근 잼나더군요. 이 때도 페이스북은 초창기라서 한국사람 별로 없었고, 제 친구는 죄다 출판사 마케터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인모임 그룹에도 초대되서 활동했더랬죠. 프렌즈가 끝나갈 때쯤 페이스북에도 많은 사람이 들어왔고 다양한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주 활동무대는 트위터였던 저는 페이스북에서 독서모임을 만듭니다. 그 독서모임이 그 유명한 '북잇수다'입니다. (음, 별로 안 유명한가.) 북잇수다가 페이스북 한국인 최초의 독서모임은 아니었지만, 매달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거의 최초의 모임으로 성장합니다. 매 모임 10명 이상 모이며 독서 고수들과 함께 친목을 다져갔죠. 독서모임은 아니지만 이때 페이스북에서 가장 큰 책모임은 '책읽는 지하철'이었죠. 백여명(?) 모였으니까요. 저는 북잇수다를 이끌며 매달 오프모임을 추진하고,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구성원들과 소통했습니다. 블로그는 이때부터 버려지기 시작한... ㅎㅎㅎ 페이스북이 왜 제 인생 SNS냐고요? 제 생각이 페이스북을 하며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고 긍정적이 됐으며 완전히 새로 태어난 기분. 그래서 저는 예전에도 말씀드린 적이있는 '리셋'을 결단합니다. 가족 외의 모든 인맥을 리셋시키고 오직 페이스북 안에서만 살게 된 것이죠. 페이스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페이스북으로 하루를 마감했으며, 페이스북에서만 사람을 만났습니다. 온라인으로 만나고 오프라인으로 만나며 페이스북이 제 삶이 되버렸죠.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의 아내도 만나게 됐습니다. 지금의 아내는 제가 사는 곳을 리셋시켜 서울을 떠나 인천으로 이사오며 만났지요. ^^

페이스북은 아무래도 SNS다 보니 긴 글보다는 짧은 글들과 사진에 적합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버릴 수는 없었죠. 블로그에 긴 글을 쓰고 페이스북엔 링크만 거는 식으로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같이 했습니다. 뭐, 트위터는, 정치얘기 뿐이라 그냥 버려진. 그러다가... 스팀잇을 알게 됩니다.

와~~~ 스팀잇... 제가 스팀잇 진입은 완전 초창기에 하지는 못했지만 올해 1월에 가입했으니 나름 초창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팀잇의 첫인상은 진입장벽이 이렇게 넘사벽인 SNS는 첨이네, 페이스북과 트위터 초창기 분위기랑 비슷하네, 스팀 충전 안 하면 못하겠네, 다단계야? 등이었습니다. 대역폭 제한 때문에 저녁만 되면 벙어리가 되곤 하다가 은혜로운 고래님의 스파임대 덕분에 정말 하루종일 하게 됩니다. 눈 떠서부터 눈 감을 때까지 했는데요, 하루에 2~3시간 자면서 했습니다. 글 쓰고, 댓글 쓰고, 내 글에 달린 댓글에 대댓글 쓰고, 내가 달은 댓글에 달린 대댓글에 대대댓글 쓰다 보면 자정을 지나 2시 3시... 4시... 그러다 잠들고. 완전 빠져버렸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임대받은 스파가 회수된 다음 스팀을 샀습니다. 그때 스팀이 4천원 쯤 했지요. 그 후로 계속 떨어졌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고나할까. 내가 글을 쓰면 사람들이 읽어주고 댓글 달아준다는 게 너무 기뻤습니다. 그동안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했어도 댓글이 이정도로 많이 달리진 않았거든요. 블로그야 뭐 글 하나에 댓글이 많아야 두세 개였고 페이스북도 많아야 열개? 그런데 여기 스팀잇에선 글 하나에 댓글 열 개는 뭐 그냥 기본이고 20개를 넘기기도 하는 등 장난이 아니더군요. 게다가 제가 쓴 에세이나 소설에 달리는 댓글 내용과 숫자로 제 글쓰기 방향을 정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글들을 좋아하는지, 어떤 내용에 관심을 갖는지, 어떤 스타일로 써야 하는지 쓰면서 익히고 있는 것이죠. 찍히는 보상도 보상이지만 댓글 숫자에 더 감동을 받으며 완전하게 빠져들었습니다. 요즘 스팀이 1달라 밑으로 내려가며 올라오는 글이 많이 적어졌는데요, 그 덕분에 제 글이 더 많이 노출되는 것 같아 매일 씁니다. 아, 쉬는 날엔 애들이랑 놀아야 해서 못 쓰지만 매일 쓰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쓰며, 매일 읽으며, 매일 댓글을 달며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소설가가 꿈인 제게 이 스팀잇이라는 공간은 최고의 공간입니다. 글쓰기 연습은 물론 피드백도 빠르고 다양하고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스팀잇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오늘도 열심히 쓰고 소통합니다. 이만 쓰고 어서 스티미언님들의 글 읽고 댓글 달러 가야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펀펀님들과 모든 스티미언님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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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공감(?)이 있어 리스팀합니다 :)

좋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ㅋㅋㅋ 뜬금 간증이네요!! 저도 참 스팀 좋아요~

그러게요. ㅎㅎㅎㅎㅎ

저도 북잇수다 멤버 ㅋㅋㅋㅋㅋ 정말 스팀잇이 가장 활발하게 댓글달리는 sns 같아요. :) 나하님에게도 잘어울리고요!!!

북잇수다를 살려야 할 텐데요. ㅠㅠ 스팀잇에도 북잇수다 계정은 만들긴 했는데... ㅠㅠ 큰애가 말좀 하면 살릴 수 있을 것 같네요. ㅠㅠ

저도 내년이 되면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니면) 뭔가 일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ㅎㅎ

힘냅시다. ^^

숨가쁜 역사네요^^

인터넷 중독자의 역사라 숨가쁜... ㅎㅎㅎ

naha님 sns계의 얼리어답터셨군요! ㅋㅋ
혹시 예전 세이 음악방송에서 만났었을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

저는 적극적으로 sns을 사용해본 경험이 많이없어서 스팀잇처럼 따뜻한 댓글이 달리는 sns는 처음입니다.

정말 sns가 삶을 바꿔놓은 산증인을 만난 기분이에요. 항상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스티밋에서 만나요:D

역사는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

나름의 역사와 흐름이 있는 인터넷질(?) 이군요! ‘읽힌다’는 느낌을 배워가며 애정을 쏟게되는게 스팀잇이에요. 맞죠???😆😆😆

스팀잇의 매력에 빠지면 못 나옵니다. ㅎㅎㅎ

SNS계의 산증인이시군요^^
결국 마지막엔 스팀잇을 선택하신거 맞죠? ㅎㅎ

스팀잇이 종착역이 되길... ^^

저도 사랑합니다.^^

우히힛. ^^

저도 페북 초창기에 사촌동생들때문에 시작했는제 해외에 거주중인 몇몇 친구들 말고는 소통할 길이 없었었죠ㅋㅋㅋ 페북도 안참 뜨다가 지는듯한 추세인듯 한데.. 전 아직도 연락하고픈 오래된 친구들 때문에 선뜻 놓지 못하고 있네요ㅎ

저도 아직 아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

스팀잇이 은근히 매력있죠. 아는 사람들만 아는...

저는 sns라고는 해 본 적이 없고 오직 스팀잇이 처음이자 마지막 입니다. ^^

제게도 스팀잇이 마지막이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