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 (烏合之卒)

in #krsuccess9 months ago

하북성 상곡의 태수였던 경황에게는 총명하고 사리분별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용감무쌍한 경엄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들 유수는 아버지에 의해 유수(후일 후한의 광무제)의 휘하에 들어가기 위해 부하들과 함께 유수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됩니다. 가는 도중에 왕랑이 스스로 천자라 칭하며 황제로 등극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고, 부하 송창과 위포의 마음이 변심하여 왕랑을 황제로 추대하려는 낌새를 알아차렸습니다. 경엄은 그들을 불러 칼을 뽑아 들고 타일렀습니다.

"왕랑이란 작자는 원래 아무것도 아닌 일개 도적일 뿐이다. 그런 놈이 엉터리로 난리를 일으키고 있다. 내가 장안으로 갔다가 상곡과 어양의 군세를 몰아 태원 방면으로 진출하는 날이면 왕의 오합지졸(烏合之卒)은 일시에 격파될 것이다. 마치 썩은 마뭇가지를 꺾듯이 왕랑을 포로로 잡을 것도 자명한 일이다. 너희들이 도리를 모르고 왕랑에게 가서 한패거리가 된다면 그때 왕랑과 함께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고쳐 먹도록 하거라."

이렇게 천천히 타일렀지만 그들은 끝내 달아나 왕랑의 진영에 가담하였다. 경엄도 더 이상 그들을 붙잡지 않고 군대를 이끌고 유수에게 달려갔다. 그때부터 경엄은 유수의 휘하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건의 대장군에까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