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제이(以夷伐夷)

in #krsuccess11 months ago

오랑캐를 오랑캐로 제압한다는 뜻으로 중국의 중원 북쪽에 자리잡은 유목 이민족 세력은 엄청난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단발적인 약탈은 있어도 제대로 된 중원 침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민족들이 하나로 결집되지 못했기 때문. 이 점을 이용해서 중원의 제국들은 이민족들의 분열을 고착시켜 그들을 제어하려 했고, 반대로 여진족이 10만 군대만 있으면 중원도 넘어간다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속된말로 북방을 관리했다.

이는 중국의 지리 특성상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은 중원이라는 막대한 식량 생산력을 가진 평야지대를 가져 인구 부양력이 높은 대신 동아시아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이민족들에게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쪽으로는 고비사막과 티베트 고원의 서융, 남쪽으로는 동남아시아 인접지대의 남만, 동쪽은 서해를 두고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동이, 북쪽으로는 몽골고원과 만주의 북적이 있었고, 이들은 언제나 중국 대륙의 정치가 불안정해질때마다 동서남북 어딘가에서 중원을 치고 들어왔다.

전근대시대 중원을 가장 괴롭히던 집단은 중원과 육로로 연결된 서쪽의 과거 흉노, 만주에 위치한 북방의 이민족들이었기에 이들을 상대로 수천년간 중원의 왕조가 이이제이를 써왔고, 이민족들은 북방에서 자기들끼리 치고 받는 과정에 온 힘을 쏟아 부으며 중원을 위협하는 세력이 되지 못했지만, 반대로 중원이 불안하면 이들이 뭉쳤고 성공하면 중원이 이들에게 짓밟혔다. 보르지긴 테무진 등장 이전의 몽골이 그랬고 아이신기오로 누르하치 이전의 만주가 그랬다. 비단 이민족뿐만이 아니라 나라에 망조가 들면 출몰하는 거대 도적집단들에게도 이이제이를 시전한 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강해서 국가가 당장 진압하기 힘든 도적단의 우두머리 몇몇에게 벼슬자리를 던져주고 다른 도적들과 이간질을 시키는 것이다. 후한에게 평난중랑장 직위를 받은 흑산적 두령 장연이나 송나라에게 벼슬을 받고 민란 진압에 나선 송강, 원나라에게 태위 벼슬을 받은 장사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유목민족이 사라진 21세기의 중국에도 현재진행형이라, 만주, 내몽골, 티베트, 신장 등 과거 중원을 괴롭히던 유목민족의 땅을 차지했음에도 중국 공산당은 끊임없이 동북공정등 수많은 역사 바꾸기 시도를 통해 이 지역을 완전히 자기땅으로 만들려는 강경책을 밀어붙여 이 지역들을 완전히 한족의 영역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또한 유목민족 다음으로 나타난 북방의 러시아, 이전보다 훨씬 강성해진 한국과 일본에게도 이런 강압적인 외교정책과 이간질을 시도하는 것도 중국의 이이제이 전략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