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거 먹고 재미있게 살아.

저에게 늘 해주시던 이 말이 아버지가 남기신 유언이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투병중이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삼우제까지 지내고, 조금 정신 차리고 포스팅 하는 중입니다.

소세포 페암이라고, 확산과 전이가 빠른 성격의 암이었어요.
항암치료는 4차까지 마쳤는데, 기력이 너무 없으셔서 방사선 치료가 불가능 했고, 기력 회복하시려고 기다려보는 사이에 갑자기 전이가 많이 되었어요.
병원에서는 여명을 3개월정도 봤었는데, 거의 3주차에 돌아가신것 같아요.

작년 여름부터 아버지가 자리보전 하시면서 입맛도 완전히 잃으셔서
친정에 갈때는 뭔가 별식을 사가지고 가던 버릇이 생겼습니다.
좋아하시는거, 첨 드셔 보시는거 한 입이라도 드셔보시라고 말이죠.

"아빠, 담주에 또 올께요. 담주에는 뭐 맛있는거 사올까?? 드시고 싶은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라고 작별인사 하면,

"난 괜찮아. 너나 맛있는거 먹고 재미있게 살아."
매번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불행중 다행으로, 아버지 떠나시던 날
우리 남매들이 모두 친정에 모일 일이 있어서 결국 함께 임종을 지켰습니다.
그런것도 큰 복이라고 하더라구요.

마지막에는 말기암의 고통도 있으셨을테고, 섬망도 있으셔서 명확한 의사표시를 못하시는 상황이었어요.
동생들에게도 미리미리 각자 현재 상황에 맞는 유언을 하셨다고는 하는데..
저에게는 조언이나 당부보다는 재미있게 살라고 해주신 그 말씀이
"넌 잘 살고 있어. 믿고 떠날 수 있다." 라고 해주신것 같아서...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가족들끼리 아빠가 매번 저에게 해주셨던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살아." 이 말씀을
우리 가족들에게 남기신 아버지의 유언으로 삼고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했답니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일 이뿐인가 하노라."

아빠, 사랑해요. 저의 아빠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어요.
이제 아프지 말고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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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힘든 일을 겪으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즐겁게 사세요~~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가려구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아버지 다시 만나면, 말씀해주신대로 열심히, 재미있게 살았다고 말씀 드려야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곳에 가셔서 아프지 않으시고 레나님이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즐겁게 사시는 모습 지켜보실거에요.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열심히 살려구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