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었던 선생님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scv입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네요.

전 스승의 날이 돼도 특별히 찾아뵙고 감사를 드리고 싶을 만큼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없습니다.
뭔가 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줄 만큼 특별한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닌 듯해요.
사실 교직에 계시는 선생님들 모두가 힘들게 가르쳐주셨는데도 말이죠.

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건
예전에 길에서 만났을 때의 이상한 느낌에 대한 기억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생님은 공경의 대상이라 배웠죠.
그래서인지 전 선생님들이 많이 어려웠어요.
무서운 선생님은 물론 재미있고 비교적 편한 선생님들도
그냥 어려운 어른으로만 느껴졌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젊은 남자선생님으로 체육을 가르치셨죠.
체육선생님이라 체격도 좋으시고 카리스마까지 있으셨지만
저희 반 학생들에게는 나름 자상하게 해주시는 선생님이었어요.

어느 일요일날 초저녁이었어요.
남대문시장을 갔다가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육교를 내려오고 계시는 거에요.
우연히 선생님을 길에서 만난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건
선생님이 고주망태로 술에 취해서
비틀비틀거리며 육교 난간을 붙잡고 내려오시는 거였어요.

순간 선생님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
인사를 하기는 커녕 사람들 틈으로 숨어버렸죠.
숨어서 몰래 보는데 그날은 선생님이 선생님같지가 않고
그냥 무서운 사람으로만 보였어요.

늘 교단에서만 보던 선생님이
길에서 비틀거리며 지나다니는 술취한 사람으로 변신했으니
순간 적응이 안 됐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저희 아빠도 술을 못 드시는 체질이라
평소에 술에 취한 사람을 거의 보지를 않고 자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그 땐 참 이상했어요.
선생님이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다니...

그리고 선생님이 왜 혼자일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외로워 보인다고 할까...
그 날 이후로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이 자꾸 생각났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전 선생님을 우리와는 동떨어진 존재로
마냥 높고 아주 큰 어른으로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 때는 다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참 많이 달라졌죠.
선생님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 같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구요.

교권이 전에 비해 많이 약해지고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목소리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배우는 것도 어렵지만 가르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은데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물론 좋은 선생님만 있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잘못 되기를 바라는 선생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혹 정말 이상한 교사들도 있긴 하지만
가끔 선생님을 폭행하는 아이들까지 뉴스에서 나오는 걸 보면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죠.

비교할 건 물론 못 되겠지만
저도 예전에 화실에서 아이들 그림을 가르쳐본 적이 있는데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참 조심스럽고 힘들다고 느꼈거든요.

잘못된 촌지 문화는 당연히 없어져야겠지만
요즘 스승의 날은 순수한 의미의 꽃 한송이, 음료수 한 잔도 주지 못하게 됐으니
너무 삭막하게 변하는 건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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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선생님들 교권이 너무약해져서 저도 걱정이되요.저는 우연히 술집에서 뒷테이블에서 선생님들끼리 술을 마시는모습을 봤는데요 낮설어서 저도 인사를 못했어요ㅠ

저와 비슷한 경우셨군요.
선생님들도 술 드시며 즐길 수 있는데 학창시절에는 왜그리 낯설었는지...ㅎㅎ

그러게요. 꽃이나 음료수 정도는 괜찮을것 같은데... 그런것도 정이고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는건데... 그런건 좀 아쉬워요.

그러게요. 단체로 꽃이나 작은 선물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게 서로 살아가는 정이고 고마움의 표시인데도 말입니다.

전 사교성도 없고 낯가림도 심해서 스승의 날에 선생님을 찾아가 본적이 없습니다.=ㅅ=;;
선생님들은 다 좋은 분들이었지만.;;;; 그놈의 부족한 사교성.=ㅅ=;;

ㅎㅎ 저도 찾아간 본적이 없어요. 대부분 그럴 것 같습니다.^^

저는 딱히 생각나는 선생님이 안계시네요 TT

저도 그래요. 다만 글에 적힌 선생님은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이라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네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치님!

저도 조금이나마 어렸을땐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수록 , 생각나시는 선생님들이 없어지더군요...ㅎㅎ
조금 아쉬운감도 있지만..
예전에 연락처라도 알아놨더라면 연락이라도 하며 지냈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구요^^
오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쳐지지마시고 힘내세요 일꾼님!!

맞아요. 챙기면서 살기는 힘든 거 같아요.
비 오는 날은 정말 싫은데...요즘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네요.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ㅎㅎㅎ 그러게말입니다.. 저도 비오는거 정말 싫은데
오늘도 추적추적 비가오네요...씁쓸합니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 실감해요..
제가 다닐때만 해도??? 선생님으느 그저 크나큰 분이었는데...
지금은....ㅠ.ㅠ....

그러게요. 요즘 너무 모든게 빨리 변화하다보니 당연히 생각하는 것들도 변하는 것 같아요.ㅠㅠ

그래서 선생님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교사인 제 친구는 동네 목욕탕을 못 가고 멀리 간다고 ㅋㅋㅋㅋㅋㅋ

ㅎㅎ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선생님들도 에로사항이 참 많네요.ㅎㅎ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해도 결국 본인이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행동인데 그걸 이해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죠. 일부 교사의 일탈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열심히 하시고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십니다.
교사가 친구인 분도 있고 친척인 분도 있으니 특별한 존재로 안 보일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존경받을 행동 또한 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교사의 입장에선 존경받을 행동을 해야 존경받는다고 생각해야겠지요.
학부모의 입장에서 정말 선생님들 고생 많으십니다. 내 자식 교육도 이리 힘든데 그 많은 녀석들을 몇 시간 씩 지도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테일콕님 같은 분들만 계시면 선생님들이 힘이 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참 안타깝네요.
오늘 어떤 뉴스에서는 선생님이 스스로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
청원하는 글도 나온다니 참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사실 괜한 오해와 불편을 준다면 굳이 존속할 필요 있을까요? 전 개인적으로 졸업이 끝난 2월말로 옮기거나 없애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글쎄요..전 개인적으로 일년에 하루쯤은 기념일로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없앤다 하더라도 한쪽이 너무 상처받지 않으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폐지된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청원을 한 교사만 하더라도 촌지나 선물같은 걸 바라는 교사로 보이는 것에 교사로서의 자존심이 심하게 상해서 없애달라고 한 거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