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기회
사는 것은 대체로 무료하다. 그러나 누구나 인생에 세 번은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물론 돌이켜보면 나도 있었다. 어떤 사람과 우연같은 짧은 만남이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더라. 대학시절 옥탑방에서 6개월간 그린 그림이 있었다. 졸업 하자마자 그 그림으로 첫 외부 단체전을 하게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전시 오프닝에서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빨간 딱지가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내 그림 옆에! 아니, 도대체 누가? 막 졸업한 새내기의 그림을? 이거 실화임? 이후 구매자와 만나게 되었다. 갤러리를 운영하시던 그 분은 내게 개인전을 제안했다. 또다시 동공 지진. 오 마이 갓. 그 개인전이 내 전시 중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전형적인 미술 전시(커다란 공간에서 관객들이 와글와글 와인 한 잔씩 들고 돌아다니는 장면) 풍경을 유일하게 재현했던 순간이다. 그림도 많이 팔렸고 페인터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확고히 가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그 구매자이자 갤러리 운영자는 쌈지농부의 천호균씨다. 내 첫 번째 귀인이다.
두 번째 기회는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 마을에서 찾아왔다. 서른이 가까워질 무렵 매년 놀러갔던 그 마을에서는 다양한 기획과 행사가 열렸다. 그 해에는 영상 워크숍에 참여했다. 그 행사에서 마을 사람들은 정말 아무런 대가없이 본인들의 시간을 온전히 내주었다. 거기서 그레이스를 처음 만났다. 독일에서 영화를 공부하던 그레이스는 영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강정마을에서 만든 6분짜리 단편 영화가 작가로서의 내 활동 경로를 완전히 뒤바꿀 줄은 그때는 몰랐다. 최근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서 내 작업실로 사람들을 초대해 금전적 이득 없이 영상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내 인생의 세 번째 기회는 오늘 등장한 것 같다. 그럼 이제 세 번을 다 써버렸단 말인가.. 보너스 스테이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일단 뒤로 하고, 페북으로 알게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씨에게 며칠전 연락이 왔다. 만나고 싶다고. 오늘 같이 밥을 먹으며 그가 제안했다. 그리하여 꿈에 그리던 단독공연 스케줄을 올 여름에 잡게 되었다. 언젠가 꼭 쳐보고 싶었던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가 있는 공간에서! 심지어 조성진도 연주했던 이 무대에서!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단독공연을 향한 열망으로 열심히 지원서를 써서 어딘가로 제출했는데 저녁에 바로 성사될 줄이야. 공연 제목은 <비디오 리싸이틀>이 될 것이다. 이제 여름까지의 대부분의 시간은 피아노 앞에서만 보낼 계획이다. 걱정이 태산이고 떨린다. 그리고 설렌다.
와, 축하드려요! 단독 공연 멋지게 해내시길!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가 올 거에요. :)
앞으로의 기회는 덤으로 생각하고 살아겠어요. 감사합니다!
와 단독 공연이라니 정말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느낌ㅎㅎ 책도 잘 받았습니다!
점차 그만 떠돌고 공연 쪽으로 정착하려구요 ㅎㅎ (또 모르죠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내 마음..)
오 축하드려요!! 더 큰 기회들이 밀려올겁니다!! 나중에 공연공지해주세요:)
네 때가되면 눈에 안 띌수 없을 정도로 소문내고 다니겠습니다..~!!
축하해요!!!!! 세 번의 기회라기 보다는 뭐든 자신의 색깔로 표현하셔서 기회가 계속 오는듯요.
물 들어왔을때 노 저어야겠습니다. 열심히 후회없이 준비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잡을 수 있으시니 기회가 계속 오는 것 아닐까요 ㅎㅎ
감사합니다! 기회는 언제 또 올 줄 모르니 올때마다 덥썩덥썩 잡게 됩니다.
세번++++++++++의 기회 축하드려요! 좋은 공연 기대합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이렇게 기쁠수가 ㅎㅎㅎ 팬으로서 너무 행복하네요~
이렇게 응원해주시니 힘이 납니다 힘 ! 고마워요 제시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