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왜곡

in #kr7 years ago

내 꿈은 과학자였다.
어른들이 내게 많이 질문하는 것 중에 하나가 “너의 꿈은 뭐니”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릴 적 내 머릿속의 과학자는 참으로 멋진 직업이었던 것이다.

어느덧 중학교에 입학하고 스스로 머리가 굵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나이가 되자 나의 꿈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하루하루 현실적 문제에 휩싸여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내 꿈이 변질하였다는 것이 더욱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때 내 꿈은 특정 직업보다는 하나의 열망, 즉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 잘 안 되다 보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나 귓속을 파고드는 얘기들, 내 심적인 어두움과 겹쳐 마냥 많은 돈을 벌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열망은 내 꿈을 왜곡시켰다. 모든 꿈의 종착점에는 많은 물질적인 요소가 포함되었어야 했고 행복 관이 결여된 일종의 허상을 좇게 된 것도 이쯤이 아닌가 싶다.

요즘 들어 많은 생각을 할여하고 있는 것이 나의 꿈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살았어야 했는지를 누가 친절히, 그리고 일일이 설명해 주면 정말 감사할텐데 이 답은 너무나 사적인 것이라 나만 알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묻는다.
정말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도대체 너의 꿈은 뭐냐고 말이다. 이런 물음을 되풀이 하다 보니 종착역은 언제나 내 순수한 과학자의 꿈이 왜곡된 그 시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나 자신을 구박하고, 옥죄이고, 빈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요즘 들어 깨닫고 있다. 내 눈에 자신의 부족한 점이 드러나게 되면 참을 수가 없었고, 일종의 분노 조절 장애로 이어지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센티 해졌고, 내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는 마치 좀벌레 처럼 내 삶을 갉아먹어 왔고, 내가 편안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무척 줄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고 나니 너무 속상했다.

우선 나 자신에게 가장 미안했다.
못난 자아를 만나 혹사당하고 있음을 요즘 몸에 생기는 다양한 증상으로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 예민함으로 상처를 주고 있는 것도 매우 미안하다.

사실 이런 앞뒤 꽉 막힌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지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해봤고, 책에서 힌트를 얻기 위해 독서도 열심히 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내 열망이 너무 강해서 생긴 부작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부족하고, 나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못 미쳐도 이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 왔던 과정을 생각하면서 조금이나마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언젠가 또 나타날 열망에 활활 불타는 내가 이 글을 보면서 조금은 식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Sort:  

내가 편안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무척 줄었다는 것.
이 말이 찡하네요;

물질 즉, 몸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결국 변화라는 우주의 법칙에서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무상無常이란 표현이 확 와 닿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무너지기 때문이지요. 꿈이라는 것도 그 무너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항상성을 꿈꾸지요. 아이러니 하게요.

행복이 지속되어라. 돈을 계속 벌어라. 명예를 얻어라

그렇지만 이것들도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되기 위하여 안달하면서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를 지속할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무너지지 않는 꿈, 즉, 나만의 이상을 찾아 계속 가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River runs through it

꿈의 구체성을 찾기보다는 꿈이라는 것이 있으므로서 삶이 흘러갈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면

삶, 그자체에 현존하는 것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포스팅을 보니 반갑습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사람인지라 공감이 되네요.
자아를 조금 떨어져 쳐다보면서 위로를 하려고 하는데 어느 순간 자아 속에서 허우적되더라구요. 왜 느긋하고 푸근한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는지 모르겠네요. 이 것도 습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나봐요..

오랜만에 남긴 글을 보니..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응어리를 어느정도 정리하고
오신 듯하네요...

그리고 정리되어 한숨돌리게 되었을때 쓰게 되는 다짐이
잘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