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 Scent of Love

in #aaa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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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e v i e w

인간 사회의 구조는 linked.

이제는 떠나버려 곁에 없는 이들이 그래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기억 속 어딘가와 청각, 후각, 시각, 촉각, 때로는 착각까지도 링크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은 해당 링크를 타기 시작할 때 필요 이상의 '감정의 몰입' 이 생겨나기도 한다.

멜로 영화의 틀은 뻔한 스토리로 가볍게 흘릴 수도 있으나, 그 뻔함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우리네의 일상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래서 종종 우리 삶이 담긴 것 같은 영화 속으로 들어가 기억 속으로 가는 링크를 찾는지도 모른다. 스크린에서 마주할 때는 진부하다고 무시하는 스토리도 잘 더듬어보면 우연이었던 우리들의 첫 만남들과 닮지 않았던가. 설레임 이었고 적어도 당시에는 운명이었던 기억들과 연결되면 멜로 영화만큼 스토리에 몰입하게 되는 영화도 없다.

첫 키스와 함께 시작된 긴 이별.
지하철에서 우연히 본 '재희' 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던 '인하'는 어설픈 고백에 이은 키스로 '재희' 와의 긴 이별을 시작한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여자들이 다가와 고백을 하는 극소수 인류 최상위 남자들을 제외한 보통의 우리들은 이 고백을 하는 데 있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힌트를 찾아보려 하지만 배우들은 하나같이 미남이거나 매력 그 자체였고, 친구나 선배에게서 팁을 얻어보려 해봤으나 그들과 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남자라면 대부분 한 번은 경험했을 거절당함과 쟁취한 적 없었으나 묘하게 상실감이라 불리워지는 쓸쓸함. 우리와 닮은 '인하' 는 이러한 감정들로부터 도피하고자 입대까지 하지만 그녀를 잊을 수 없음에 고통스럽다. '인하' 가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재희'를 우연히 만났기 때문이다. 우연히 만났을수록 우연히 만난 상대와의 이별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된다. 우연이라 함은 다시는 만나기 힘듦이니까.

이렇게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한 '인하' 가 계속해서 우리 그 자체이면 영화라 불릴 수 없다. '인하' 는 보통의 우리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그녀를 그리워하며 찾고, 그녀에 대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아주기를 바란다. 끊어진 듯 보였던 링크는 '인하'와 '재희' 둘 다 인간 사회에 존재함에 희미하나마 존재했다. 하늘로 쏘아지는 아날로그 신호에 담긴 '인하'의 집착. 사랑은 집착이라고 불리기도 하던가.

왜 날 사랑하니.
당신이니까.

사실 사랑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유령과도 같다. 주변에서 누구는 어떻게 했다더라, 사랑하면 이렇게 한다더라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정의를 명확히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당신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을 하고 싶고, 아마 이렇게 하는 것이 사랑인가 보다 하는 것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 아닐까. 영화 속에서 가슴 저미게 만드는 수많은 상황과 대사들 중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대사가 '당신이니까' 였던 것을 떠올려 보면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을 가장 직관적으로 정의했던 대사였기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보다.

영화 속에서 음악 <산타 루치아> 가 자주 흐른다. 산타루치아는 이탈리아 항구 도시 나폴리의 수호신인데, 영화 내내 산타루치아가 흐르는 것은 무언가를 지켜야 하는 상황을 암시하는 것일까. 산타루치아는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지켜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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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장진영을 만나보네요.

저도 aaa 덕에 오랜만에 생각나서 찾아보니 참 짠하네요.

너무 울었던 영화예요.
성시경의 희재가 다시 맴도네요.

영화가 별로니 어쩌니 말 많았는데 저도 감명깊게 봤던지라.ㅠ 오랜만에 희재 듣다보니 참 좋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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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안타까운 배우입니다 ㅠㅠ

영화 처럼 살다 갔다는 표현이 딱 맞는 거 같아요.ㅠ

국화꽃 향기는 소설이 장난 아니었죠. 전 영화 보고 완전 실망..ㅠㅠ

소설 먼저 읽으셨던 분들이 대부분 영화에 실망하셨던 거 같아요. 저는 소설 안 보고 영화부터 봤더니 너무 좋았었는데, 나중에 소설 다시 읽어보니 소설이 제대로더군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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