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감히 전나무의 눈과 마주치다 외
하나, 내 눈과 나무 눈
감히 전나무의 눈과 마주쳤습니다
뚝,부러졌을 거고
서서히 삭히며 상처를 아물렸을 거고
우직끈 잘라내는 독한 결정을 내렸을 거고
그 때 어린 나무는 상처투성이었을 거다
아파도 아프다 한 적 없고
서글퍼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외로워도 외로움을 팔지 않았으니
그 상처를 다 아물렸으리라
그런 흔적 눈으로 남았으나
그것마저도 세월에 씻으며
수피는 흔적을 덮으리라
나무는 새 가지에
잎눈 꽃눈을 만들며
날마다 푸르게 서리라
둘, 너와 나를 잇다
삼척 하장 중봉계곡 끝자락
폐교 후 담도 무너지고 교문도 무너진 자리
길을 막은 노박덩굴님께
등교하지 않는 산골아이를 대신해
신호수는 듣는다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
줄을 대려고
전공은 바가지 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너와 나는 어디 쯤에 서서
잇대어 있는지
중봉계곡에서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로
송수신한다
잠은 잘 자고 일어났는지
아침밥은 첑겨 먹었는지
가게 문은 열었는지
드문드문이라도 손님은 있는지
손 벌리지 않을 만큼 벌이는 되는지
얼음 언 계곡 끝 독거노인이 사는 허름한 집 한 채
그 곳에 전기를 넣고
보일러를 가동하고
불을 밝히려고
전공들은 전선을 잇는다
나는 그대에게 닿으려고
백두대간 첩첩산중에서
신호수로 여덟시간 일한다
그대는 살아서 숨은 쉬며
어떤 그리움을 발신하고 있는지
구름 한점 세웠다
그대의 안부를 묻고 보낸다
나뭇가지 걸린 바람을 일으켜 세워
그대의 안녕을 묻는 소망을
한 줄로 엮어 날려 보낸다
전기 공사 완료
중단됐던 보일러는 가동될 거고
산중 노인은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따뜻하게 잠들 거다
오늘 같이 캄캄한 산속의 밤은
별과 별 사이
이어진 인연 줄을 끊지 않으려고
별들은 은하수로 흐르며 반짝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