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벽 2시 출근” 강동구 26살 청소노동자, 일자리 잃고 거리로
서울 강동구청의 생활폐기물 위탁 업체에 지난해 1월 입사한 박광렬(26)씨는 첫 출근을 앞두고 황당한 ‘출근 시간’을 전해 들었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업무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지만, 이는 실제 근무 시간이 아니었다.
박씨는 지난 23일 한겨레에 “인수인계를 받을 때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각보다) 일찍 나와야 한다고 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일을 배우는 입장이었고 다들 이렇게 일하니까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는 안전을 위해 환경미화 노동자의 ‘주간 근무’를 원칙으로 한 정부 지침을 따랐지만 실제 근무는 새벽 1~2시에 시작됐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상 야간 근무에 따르는 추가 수당도 없었다.
‘수당 없는 야간근무’ 강요해도…손 놓은 강동구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 위탁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적정임금 지급 위반 등과 관련해 ‘전수 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서울 강동구의 한 민간위탁 업체 소속 청소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에 어긋나는 새벽 출근을 강요받았다며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양한 양태로 반복되는 공공 위탁 노동자 문제 속에 용역을 맡긴 지방자치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진다.
박씨와 동료들은 주간근무를 적시한 근로계약에 어긋난 ‘한밤 출근’이 일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경기 남양주에서 자차로 출퇴근한 박씨의 하이패스 통행료 납부 기록을 보면, 입사 첫 달인 지난해 1월 박씨는 새벽 1시30분 전후로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근무 전날 밤 11시께 이미 출근 중인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월 중 가장 늦게 찍힌 기록도 새벽 2시6분께로 근로계약서에 적힌 출근 시간(6시)보다 4시간이나 이르다.
동료 채아무개(59)씨도 주로 새벽 2시 출근해 오전 11시에 퇴근했다고 전했다. 한밤 근무에 따른 야간근무수당도 주어지지 않았다. 야간에 일하는 환경미화 노동자의 안전사고가 빈발하자 정부는 2019년 주간 근무를 원칙으로 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만든 바 있다.
노조 만들자 4명 ‘계약 종료’ 날벼락
노동자들은 업체가 약속한 인원을 투입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업체가 구청과 계약 과정에서 산정한 필요 인력 가운데 5명을 현장에 가지 않는 운영팀 소속으로 두면서, 적은 인원으로 제시간에 일을 처리하기 위해 혼잡한 출근 시간과 최대한 겹치지 않는 새벽 작업을 종용했다는 의미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노조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지만, 지난해 말부터 박씨를 포함해 노조원 4명이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업체와 구청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일찍 출근했다고 반박했다. 업체 대표는 한겨레에 “회사에선 지속적으로 근로시간 준수 확약서를 받고 일찍 출근하지 못하게 안내도 하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작업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하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청 역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일찍 출근했다고 본다.
하지만 노조가 제시한 회사 운영팀 쪽 메시지에는 “평일에는 (새벽) 1시30분에 시작하는데 내일은 1시에 시작해보려고 한다”는 취지의 작업 지시 내용이 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6시 출근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보여서 다음 달부터 공식 근무시간을 새벽 5시부터로 조정하고 야간수당도 받을 수 있도록 중재했다”고 말했다.
상당 부분 민간 위탁에 넘겨진 지자체 등의 환경 미화 업무에서 노동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불거진다. 최근 강남구청과 위탁 계약을 맺은 업체가 청소노동자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감사나 전수 조사를 통해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업체가 제출한 근로조건 보호 확약내용을 발주기관이 수시로 확인할 것을 규정한다. 하지만 강제력 없는 ‘지침’에 그쳐 특별한 문제 제기가 없는 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례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공공 업무의 직접 고용을 근본적 해법으로 제시하며, 최소한 노동 조건에 대한 공공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공공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좋지만 당장 실현이 어렵다면 지자체가 인건비를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거나, 위탁 운영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지자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굳이 이런 공공부문까지 위탁운영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네요
공공부문 일자리부터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