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세 하락 배경 – 1. 이러다 보니 물렸습니다
2017년 연말, 근 2만불을 찍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3월 26일 현재 약 8400불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그나마 6천불 아래로 내려가면서 이제 비트코인 시장은 다 끝났다는 곡소리가 나온 다음에 어느 정도 회복한 수준이 저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곡소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지난 3개월간 거의 매일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3년상까지는 아니더라도 3월상 정도까지는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비트코인 시세 하락의 배경에 대한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중국 채굴업자들이 규제를 피해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지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물량을 대거 매도했다는 설이 초반에 지지를 받았으며, 시카고 선물 거래소의 장난질이라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마운트곡스의 청산 관리인이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물량을 매도하는 것이 주원인이라는 설도 설득력 있게 등장했습니다.
그 와중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비트코인 시세는 비실거리며 맥을 못 추고 있고, 아직 좋았던 시절의 기억을 채 떨치지 못한 분들은 4월 떡상설, 5월 폭등설 등을 운운하며 전고점 회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자신이 코리아 프리미엄 가득 낀 비정상적인 고점에 물려 있다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께서는 지금은 강한 조정일 뿐이고, 머지않아 지난 12월과 같은 대세상승장이 다시 찾아와 자신에게 수익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꽉 붙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그건 허망한 기대이구나, 이미 손절 타이밍까지 놓친 마당에 난 어찌 해야 하는가?’ 하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특히나 비트나 우량 알트가 아닌 이른바 잡코인 고점에 물려 원금이 열 토막 정도 난 분들은 불면증이나 소화불량 및 심한 경우 공황장애까지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하락장은 왜 찾아왔을까요? 아니 그 이전에 그들에게 그렇게 엄청난 기대감을 부풀게 만들었던 지난 연말의 상승장은 왜 찾아왔을까요?
우리는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하지만, 정작 그 수익의 바탕이 되는 시장의 환경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로지 시세의 흐름에만 관심을 두지만 그 시세는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제반 조건들이 만들어 낸 환경에 의해 좌우됩니다. 곧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세는 시장이 결정한다고 하는데, 이는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와 매도 의지를 결정하는 내부적, 외부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걸 뜻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호재인지 악재인지만 따졌던 1차적인 뉴스가 아니라 비트코인 시장을 둘러싼 근본적인 환경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몇 년 전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배럴당 100불을 넘어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약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석유업계의 호황은 아주 화려했습니다. 석유업계에 몸담고 있는 저나 제 동료들에게는 참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보통 외국 석유회사들은 정규직보다 계약직에게 더 높은 급여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계약직으로 일하던 동료들은 당시 조금 뭔가 불만스럽다 싶으면 쉽게 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일주일 이내에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옮기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칼퇴근에 억대 연봉 받는 사람들이 힘드니 급여가 적니 어쩌니 우는 소리를 하며 돈 더 준다는 회사를 찾아다녔고, 일손이 부족한 석유회사들은 계속 계약 급여를 올려가며 사람을 구했습니다. 심지어 해당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조차도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일단 고용해서 일을 가르쳐 가며 근무시키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회사도 돈이 넘치다 보니 수시로 고급 호텔에서 파티를 열고, 파견 나간 국가의 가장 고급주거 시설이 제공되었으며, 탕비실은 고급 간식들로 넘쳐났습니다. 게다가 해외 파견 시 최고가 항공사의 비즈니스석 금액보다 높은 항공료가 제공되었습니다. 당시 매월 회사로부터 항공료 받아서 이코노미석 타고 차액을 남겨 먹었던 사람들은 그 차액으로만 어지간한 사람들의 월급 수준을 챙겼으니 굉장한 호황이었던 셈입니다.
아프리카 현지 오피스에 가서 보니 주어진 업무가 흡연구역 내의 재떨이 6개만 관리하는 현지인도 있었는데, 월급 받으면서 하루 종일 재떨이 6개만 비우면 되니까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남아 있을 틈이 없는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하루 종일 출입 게이트에서 차량 이동 시 차단기만 수동으로 올리고 내리는 일만 맡은 현지인도 있었으니 신선 놀음도 그런 신선 놀음이 없습니다. 그렇게 다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몇 년 지나고 좋은 시절이 차차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말부터 서서히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는 얘기들이 떠돌더니 2014년부터 일을 쉬는 계약직 동료들이 차차 많아졌습니다. 계약직 1명을 뽑는데 이력서가 100장 넘게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더 흘러 2017년에는 전세계적으로 계약직들의 약 80%가 잡을 구하지 못해 일을 쉬게 되었습니다. 1개 포지션이 오픈되었는데 이력서가 1천 장 넘게 들어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규직들도 1년이나 2년 무급 휴직을 받고 일을 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동료들 중 상당히 많은 유럽인들이나 동남아인들, 그리고 한국인들은 1~4년째 돈을 벌지 못한 채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휴식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잡을 구하지 못해 쉬게 된 동료들은 수퍼갑 회사에서 억대 연봉과 좋은 대접을 받으며 일했던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을이나 병 회사로 옮긴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손절 타이밍은 지나갔고, 몇 년이 지나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그들이 을이나 병 회사의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할 무렵, 이미 을이나 병 회사에서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지 오래라 인력 충원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는 수 없이 잡을 구할 때까지 존버 중입니다. 아무런 수입이 없는 채로 말이지요. 그렇게 백수 포지션에 물려 있습니다.
그 유가 하락의 대표적 원인은 미국의 셰일 오일 업계를 고사시키려는 사우디의 치킨 게임 전략이라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세계 최대 오일 기업인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필두로 OPEC은 시세 방어를 위한 감산이 아닌 시세 하락을 위한 증산을 택했고, 이는 유가의 수직 하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보유량 1위 고래가 시장가로 어마어마한 물량을 매일 매도하기 시작한 겁니다.
유가가 20불대로 내려가도 자기들은 버틸 수 있고, 미국의 셰일 오일 업계가 소멸할 때까지 이 치킨 게임을 지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사우디 때문에 오일값은 점점 치킨값에 가까워져 갔고, 실제로 많은 미국의 셰일 오일 기업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 와중에 이란은 그 전쟁을 지켜보며 떡고물 챙기기 전략을 노골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사우디와 미국이 싸우는 것 같은데 그들이 또 입장을 같이 하는 지점이 있으니 바로 지구상 최악의 개막장 집단 IS가 석유 팔아서 자금 모으는 것에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저유가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인해 유가는 급락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비실대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도 여럿 등장해서 나이지리아나 베네수엘라처럼 석유 의존도가 높고 생산원가가 높은 나라들은 나라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기반 석유회사들도 현금 흐름이 악화되어 상당한 재정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고 급여 삭감이다 뭐다 해서 그 유럽 석유회사에서 월급 받는 저도 죽겠습니다.
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도 꽤나 타격을 받은 게 해양 플랜트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막대한 투자를 했던 한국의 메이저 조선소들이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구조조정이니 뭐니 하면서 연일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개도 입에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던 거제의 밤거리는 적막함에 지배당한지 오래고,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보증 수표라던 울산 동구 원룸 건물들은 아무리 가격을 낮춰 내놓아도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뭔가 코인 시장과 좀 유사하지는 않나요?
지난 2017년 연말에 찾아온 대세상승장은 다수의 코인 투자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시세가 올라 있고, 사고 파는 건 족족 수익이었습니다. 특별히 코인을 분석할 필요도 없고 차트를 볼 필요도 없이 그저 이름 마음에 드는 코인을 사서 마음 내킬 때 팔면 그게 곧 돈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시세가 하락한다는 의미는 곧 저점 매수 기회였고, 오래지 않아 재상승하여 그 저점 매수는 금방 보상받았습니다. 그렇게 저점과 고점은 매일 올랐습니다.
아주 많은 이들이 그 행복했던 기억에 취해 있었고, 1월 중순경부터 하락이 시작되었을 때에도 코인 시장은 투자자를 배신하지 않고 금방 다시 복구될 것이라고 생각들 했습니다. 우상향하는 시장이니까요. 잠시의 하락은 박상기 장관 그 나쁜 사람 때문이었지, 우리나라 정부가 태도만 명확히 하면 다시금 코인 시세는 하늘을 훨훨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물렸습니다. 그래 놓고도 당분간은 자신들이 물린 줄도 몰랐습니다.
수없이 많은 손절 타이밍이 있었지만, 대세상승장의 화려했던 기억이 매도 버튼 클릭하려는 손가락을 부여잡았습니다. 그리고 3개월 넘는 기간 동안 마이너스 10%에서 20%, 30%를 거쳐 최근에는 70~80%가 넘어가는 손실률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돈만 넣으면 바로 수익이 생기는 줄 알고 투자의 기초조차 모르는 분들이 코인 시장에 뛰어들어 소중한 돈을 들이부었고, 그분들은 물린 채로 오늘도 카카오톡 오픈 톡방과 코인 관련 게시판에서 징징거리고 있습니다. 음봉 잡힐 때마다 흘러나오는 탄식 소리에 나라가 들썩일 판입니다. 여러 코인 관련 게시판에서는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소리만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물린 사람들은 대부분 이제 와서 절망감에 차트와 시세창 보는 것을 포기한 채로 어차피 세력 마음이라는 둥 하면서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세력 마음이라 해도 그 세력이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시세를 내렸고, 또 지금은 무슨 마음을 먹고 있으며, 또 언제 다시 시세를 올릴 마음을 품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 갖고 추측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투자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고, 다른 사람 돈도 아닌 내 돈이 들어가 있는 마당에 그 돈의 향방을 좌우하는 게 세력 마음이라면 그 세력 마음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그 이른바 ‘세력 마음’이라는 것을 추측해보고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추측과 이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 공유는 이어지는 다음 글인 “비트코인 시세 하락 배경 – 2. 큰손들의 큰 그림”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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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흥미로운 얘기입니다. 뒷얘기가 궁금합니다
재미있는 글이네요.
다음글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글입니다. 아마도 예상해보건데.. 큰손이라면 중국과 미국 그리고 그 관계자들 이겠죠?ㅎㅎ
ㅠㅠ 남좋은일만 한것같아 속쓰리네요.. 그래도 제가 얻은건 블록체인에대한 관심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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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이네요 ^^ 보팅하고갑니다 ^^ 다음글이 기대되네요
이 좋은 글이 평가를 받지못하고 있군요
뭔가 코인 시장과 좀 유사하지는 않나요?
으미~ 뜨끔 하네요 ㅠㅠ
저도 이제 정신차려야 할까요???
스팀에서 이렇게 장문을 이렇게 제가 정독 해보기는 첨입니다.
잘읽었습니다.
물려 있는 제 이야기 맞네요
손절 할 여러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스팀잇 글 보고
버틴것도 사실이에요 곧 아침이 온다는 소리를 두달동안 본거 같네요 종교처럼 무작정 믿은 제 잘못이 크고 그 댓가는 흐
재미있고 좋은 글 고맙습니다. 팔로잉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