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거버넌스와 네트워크-마켓 궁합 (Blockchain Governance and Network-Market Fit)

in #coinkorea7 years ago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합의알고리즘(PoW, PoS 등), 코인경제(코인/토큰을 어떻게, 얼마나,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 등), 확장성 등 많은 주제가 논의되고 있는 반면에,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된 거버넌스는 잘 논의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이 글에서는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거버넌스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제품-시장 궁합 (Product/market fit)

일반적으로, 제품을 기획한다는 것은 시장에 잠재되어 있는 사용자의 수요(problem)가 뭔지 잘 살펴본 다음, 이 수요를 잘 받아낼 수 있는(즉, 사용자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solution)을 설계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고객들을 상대로 제품을 기획해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느끼셨겠지만, 시장에 있는 숨은 수요를 어떻게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요를 정확히 해결해 줄 수 있는, 즉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저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아무리 제품을 잘 준비해서 출시하더라도 시장이 원하는 수요를 그대로 저격하지는 못하고, 수요의 일부만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게 되지요. 이처럼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 비용과 노력을 많이 들여서 정교하게 기획하기 보다는, 오히려 질은 좀 떨어지더라도 예측되는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먼저 만들어 출시한 다음, 시장의 반응에 따라 빠르게 제품을 수정해 사업 초반에 제품-시장 궁합(product-market fit)을 찾아 나가게 되는 것이죠.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와 시장(market)

이처럼 시장이 원하는 것을 잘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탈중앙화된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일텐데, 시장을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여서 시작 전에 아무리 정교하게 블록체인의 특성과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크 런칭 전에 예측했던 방향대로 시장이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경우에 처음에 예측한 방향과 다르게 시장이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사토시가 처음 설계했던 2009년 당시에는 나중에(특히 2017년에) 이렇게 거래량이 폭발하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2017년 당시 시장이 원했던 낮은 수수료와 빠른 거래라는 요구를 만족시키기 못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이 2009년에 처음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된 이후 블록사이즈(1MB), 블록타임(약 10분), 블록리워드(50 BTC에서 시작하여 약 4년마다 절반으로 감소) 등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를 거의 변경하지 않은 채로 2018년까지 온 것이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특히 속도와 관련된 블록사이즈와 관련된 논의는 수년간 있어왔지만 결국 시스템을 수정하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2017년 8월에 비트코인 캐시가 하드포크되어 나가는 것으로 네트워크가 분리되었죠). 물론 블록사이즈를 작게 유지하고 충분한 블록타임을 확보하는 것은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이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시장에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하였더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암호화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시장 궁합 (Network/market fit)

따라서,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도 네트워크를 이렇게 경직된 형태로 그냥 두는 것 보다는, 이렇게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네트워크를 수정하여 가능한 한 네트워크를 시장이 원하는 방향에 맞추어서 제품이 시장과의 궁합을 찾듯이, 네트워크도 “네트워크와 시장의 궁합(Network/market fit)”을 찾아가는 것이 네트워크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일반 회사에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빠르게 제품을 수정해서 시장에 내어 놓을 수 있는 반면(특히 제품이 소프트웨어라면 더욱 쉽게 수정이 가능하죠),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탈중앙화되어 있어 어느 누군가가 네트워크를 통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것에 빠른 대응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네트워크는 한번 시작하게 되면 채굴자(또는 증인, validator), 개발자, 코인 보유자, 코인 투자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생기게 되고 이들은 모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조율해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됩니다.

(물론, 네트워크에 따라서는 비트코인처럼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보다 네트워크의 보안과 안정성이 더 중요해서 빠른 대응이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도 네트워크를 설계할 때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은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의사결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네트워크의 성장에 크게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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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계신듯 합니다. 시장니즈에 발빠르게 발맞추는 기술은 dpos와 같은 3세대 증명방식에서 보완되어가고 있지요. 저는 현재의 비트코인이 조금은 느리고 불편하여도 최초의 탈중앙화 임호화폐의 상징성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비트코인이 스팀잇 같은 블록체인처럼 빠르게 변해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성격도 다르고요. 다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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