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행성의 다이아몬드, 혹은 비트코인에 대하여

in #coinkorea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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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우연찮게 '스팀'을 다룬 신문기사를 읽게 되었다. 회원가입을 했다. 놀랍고 기발한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스팀에 올라온 대부분의 컨테츠는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관련 글에 한정되어 있는 듯 했다. 이토록 멋진 플랫폼에 다양한 분야의 컨텐츠가 올라오고 읽힌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사이트를 닫았다.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스팀에서 다양한 컨텐츠가 오가려면 나부터라도 다른 분야의 글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컨텐츠는 여행.

한글로 여행기를 쓰고, 영작 연습도 할 겸 영어로 글을 쓰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어설픈 영어로 쓴 글이지만 한 편 올리고 나면 왠지 뿌듯한 느낌. '그래 조금씩 조금씩 해 보는 거지, 뭐.'

그러던 중 어제 TV 가상화폐 관련 토론을 보았다.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는 종종 일반 사람들은 이해 못할 거다고 말을 하곤 했다. 하긴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내가 다루는 분야는 아니지만 유시민 작가와 마찬가지로 문과인 내가, 내가 이해한 식으로 가상화폐에 대해서, 비트코인에 대해서 한번 글을 써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가령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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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저편에 크립토 행성이 있었어. 행성 곳곳엔 다이아몬드 알갱이가 묻혀 있었지. 강변에 가면 다이아몬드 알갱이가 모래톱 위로 잔뜩 깔려 있었어. 마을에서 강변까지 거리가 멀다보니 다녀오는 사람이 드물었지. 어느날 호기심 많은 한 젊은이가 다이아몬드 알갱이 1만 개를 강변에서 갖고 와 마을사람들에게 "이거 1만 개 줄테니 피자 한 판 줄 사람 있니?"하고 말했어. 가게를 운영하느라 강변에 놀러갈 시간이 없던 주인이 "응, 내가 한판 줄게!"라며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알갱이 1만 개를 받고 피자 한 판을 건넸지. 다이아몬드 알갱이가 돈이 되는 순간이었어.

다이아몬드 알갱이로 첫 거래가 이뤄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변의 다이아몬드는 사라졌어. 대신 사람들은 땅 아래 10센티 미터 정도를 파면 다이아몬드 알갱이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호미를 샀어. 호미를 산 가격이 더해지면서 다이아몬드 알갱이는 하나당 1천원으로 올랐어. 그렇게 10센티미터 아래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 알갱이도 고갈되자 사람들은 철물점에서 삽을 사 더 깊은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갔어. 삽 구입 비용이 더해지면서 다이아몬드 알갱이는 하나당 1만원으로 올랐지. 1미터 아래 다이아몬드 알갱이가 고갈되자 곡갱이가 필요했어. 다이아몬드 알갱이 가격은 이제 10만원이 되었지. 10미터 아래까지 내려가자 인력으론 더 이상 파낼 수 없게 되었어. 그동안 다이아몬드 알갱이를 캐 돈을 번 사람들은 포크레인을 구입해서 땅을 파기 시작했어. 다이아몬드 알갱이 가격은 하나당 백만원이 되었지. 그맇게 몇년이 더 지나자 다이아몬드는 1캐럿에 천만원이 넘었고 가격은 지금도 오르는 중이래."

내가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에 대해서 얘기하는 많은 식자들이 마치 비트코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양 말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오른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서 얘기할 뿐 비트코인을 캐기 위해서 채굴자가 들이는 비용은 염두에 두질 않는다. 그래서 거품이 꺼지면 당장이라도 0원으로 떨어질 것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곤 했다. 가령 어제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가 헛웃음으로 가장하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긴 지점도 "채굴하는데 드는 비용이 비트코인 가격 대비 80퍼센트인데도 채굴자가 폭리를 취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였다. 그는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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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시민이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토론을 하는 것도 아닌데 평정심을 잃고 비트코인을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버블이 터졌을 때 개인투자자가 입을 피해, 비트코인에 투자한 돈에 비해 고용창출은 너무 적다는 점, 부의 불균형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 등등.

그러나 어제 나눈 얘기로 돌아가서 유시민 작가는 "돈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묻고 싶더라. 그렇게 국가가 돈을 관리해 온 사회가 그동안 부를 잘 분배해 왔냐고. 현재 한국사회에서 누가 대다분의 부를 차지하고 있느냐고. 전세계 대부분 '국가가 돈을 관리'하는데 특히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국가에선 '부의 95퍼센트를 5퍼센트 소수가 독점'하고 있다. 한국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단순명료하게 부를 축적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땅을 보자. 산이니 강이니 그런 국유지를 제외한 전국토 사유지의 95퍼센트를 단 대한민국 인구의 5센트가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2억 올랐네, 5억 올랐네 하지만 실상은 인구 중 95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극소수 부자들이 쓸어담고 겨우 남은 5퍼센트 사유지를 갖고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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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가는 도로를 놓고, 신호등을 세우고, 지하철을 놓고, 체육관을 짓고, 관공서를 짓고, 그런 사회기반시설이 들어선다. 그러면 자연스레 주변 땅값이 오른다. 그때 누가 돈을 버느냐고? 세금은 다 같이 내고 실상 각종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등의 개발이 될 때마다 돈을 벌어들이는 건 전국토 사유지의 95퍼센트를 갖고 있는 부자다. 이러니 수저의 대물림이 더 딴딴해질 수 밖에 없다.

만약에 말이다. 가상화폐를 막아선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면, 국가가 화폐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유시민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물러나겠다. 그러나! 당신도 나도 모두들 알고 있지 않은가? 오직 국가가! 돈을 관리하는 한 우리가 맞닺뜨리고 있는 현실이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럼 화폐가 탈중앙화하면 해결되느냐고? 최소한 균열은 생기겠지!!!

유시민 작가는 투기 뿐 아니라 비트코인이 고용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점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가상화폐와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성화 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업이 생기고 블록체인 산업이 움트면 자연스레 고용은 창출 될 것이다. 야후만 인터넷 업체가 아니라 야후의 성공을 필두로 얼마나 많은 인터넷 관련 사이트와 서비스가 생겨났는가? 프로그래머와 웹디자이너 뿐 아니라 날마다 골목을 누비며 인터넷 케이블을 집집마다 연결해주는 통신사 기사들까지. 비트코인만 코인이 아니라, 수많은 코인들이 땅 속에서 튀어나가 루비 알갱이가, 수정 알갱이가, 다이아몬드 알갱이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 물론 그 중에 옥석을 가려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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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았던 비유중에 가장 괜찮은 비유네요..

크립토 행성의 유한자원을 캐는데 소요되는 비용의 비유... 어느 누가 읽어보아도 쉽게 이해할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른얘기지만 혹자는 도박이 아닌 부동산에 비유하더라구요..

  1. 건축기술로 마을회관을 만들었더니 도박장이 되어서 도박장을 없애자는 얘기를 해선 안되고..

  2. 건축기술로 건물들을 만들었더니 부동산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여기에 투기를 하더라.... 그래서 규제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정부는 너무 쇄국으로 가는게 아닐까요..

임진왜란을 겪고.. 징비록이 있데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네요..

무술형명이 될지 무술대란이 될지는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심히 궁금하고 답답합니다..

아무튼 좋은글 읽고 갑니다..

가상화폐가 뭔지 글들을 읽어보다가 문득 대부분 언론에선 채굴 부분을 빼놓고 얘기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마치 밀가루와 설탕 가격 따로 떼놓고, 호떡값이 올랐다고 성토를 하는 느낌이었죠.

안녕하세요 @roadpheromone님 정말 적절하고 흥미로운 비유글이였습니다. 문과적 표현력과 사고력으로 이과적 현상을 풀이하는 다양한 글들을 기대하겠습니다~^^

공감되는 글 잘 읽고 갑니다 :)
비트코인을 다이아랑 잘 비유해서 설명해주신거 같아요.
물론 어제 토론회의 정답자가 누구라고 명확하게 말할 순 없으나,
개인적으론 정재승 씨의 의견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더군요.
앞으로도 자주 놀러오도록 하겠습니다 :)
흥미로운 글 자주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대답해주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보니 토론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지점이 좀 아쉽긴 했지만, 저 역시 정재승 교수의 의견에 손을 듭니다.

진정한 문과생입니다... 재밌는 비유에 공감되는 글 잘 읽고 갑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미세먼지 낀 서울 풍경 마냥 흐릿한 현상에 대해선 비유하기에 적당한 대상을 찾은 후, 공통점 차이점 등등을 하나 하나 되짚어보면 현상을 이해하기가 더 쉽더군요. @marabara 님도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길! ^^

안녕하세요!! 노래 작업을 포스팅 하는 뉴비입니다^^
우연히 들르게 됐습니다 ㅎㅎ
여유가 되신다면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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