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Story] episode25. SM, 그녀들과 야구장에 가다.(그녀들과 야구를 보며 생긴 일)

in #dclick5 years ago

웹 소설 SM Story episode25. 시작합니다.


episode25. SM, 그녀들과 야구장에 가다.(그녀들과 야구를 보며 생긴 일)

나는 SM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야구를 직접 한다거나 야구중계를 자주 즐겨 보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직접 야구장에 가서 술을 퍼 마시고 주위에 앉은 모르는 여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기쁨 때문에 야구를 좋아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단체로 야구관람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 비용으로 돈 걱정 없이 무한대로 맥주를 들이키며 같이 간 여직원들과 수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기분은 진정한 야구 관람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episode25. SM, 그녀들과 야구장에 가다.(그녀들과 야구를 보며 생긴 일)

2016년 6월 21일, 잠실야구장, 두산 vs. KT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우리 회사의 내가 속한 조직 약120명의 인원과 함께 나는 야구장에 갔다.

평소보다 약 1시간 정도 일찍 회사에서 퇴근한 우리는 치킨과 맥주를 잔뜩 사 들고 잠실야구장에 도착했다.
입장권에 기재된 좌석번호를 보고 홈 팀인 두산 응원석에 있는 내 자리에 가 보니 먼저 온 여직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자리 양 옆에는 성형미인 YJ와 백지장처럼 하얀 H(?)*가 이미 와서 앉아 있었고, 잠시 후 내 앞자리에 시골처녀처럼 생겨서 내가 좋아하는 HM이가 자리에 앉았다.

  • H(?) : 이니셜을 밝히면 누군지 너무 쉽게 알 수 있어서 (?) 처리 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주변 여직원들의 면면을 보니 이거 완전히 오늘 로또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평소 내가 좋아하던 여직원들이 하나의 선물세트처럼 모두 근처에 모여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큰 행복이고 평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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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두산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재미있게 흘러갔다.
특히 4회말 두산의 에반스가 중월 만루홈런을 쳤을 때 우리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에반스의 공이 펜스를 넘어가 홈런이 되는 순간, 나는 YJ, H(?) 그리고 HM과 차례로 하이파이브를 했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는 승리의 감정에 취해 서로를 부둥켜안고 야구장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부비며 방방 뛰기도 했다.

모처럼 그녀들과 호흡을 맞추며 하나가 된 잊지 못할 순간이다.
역시 스포츠를 통한 화합과 교류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경기는 12-1이라는 두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고 우리는 승리의 감정에 도취되어 뒷풀이를 위해 미리 예약해 둔 신천에 있는 ‘벙’이라는 술집 지하에 도착했다.

이미 시간은 10시가 넘었고, 야구장에 함께 온 120여명의 직원 중 약 40~50명만이 뒷풀이 장소인 ‘벙’에서 맥주를 마셔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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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 자리에 SM인 내가 빠질 수 없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야구 등 여러 가지를 즐긴 성형미인 YJ, 백지장처럼 하얀 H(?) 그리고 시골처녀 HM이 나와 한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다.

승리의 감정이 채 가시지 않은 그녀들은 마치 맥주와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쟁취하고야 말겠다는 대단한 사명을 지닌 여전사처럼 그렇게 무섭게 맥주를 마셔댔다.

그녀들의 틈에서 나는 때로는 행복해하며, 때로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그리고 때로는 호기롭게 맥주에 소주를 잔뜩 타서 원샷을 하는 남자다움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시간이 밤 11시를 지날 무렵, 나는 아쉽지만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술이 완전히 취했고 더 먹다가는 평소 흠모하던 그녀들 앞에서 무슨 비참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들에게 집이 멀어서 이제 일어나야겠다고 넌지시 말했다.

YJ가 정색을 하며 나에게 물었다.
“SM님, 집이 어디신데요? 집이 인천인 사람도 여기서 술 먹고 있는데 지금 SM님이 술 먹다 말고 가신다는게 말이나 되나욧?”

맞는 말이다.
평소 나의 음주행태를 잘 알고 있는 그녀의 말이었기에 뭐라 반박을 하기가 어려웠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YJ에게 사정하듯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조금 있으면 차도 끊기고… 여기서 택시타면 우리집까지 5만원도 넘게 나오니까… 나는 이만 일어나는게 좋겠어…”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HM이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보며 말했다.
“왜? 택시비 없어요? 내가 돈 줄까요…”
그녀는 나를 비웃듯 이 말을 뱉어낸 뒤 지갑을 꺼내 만원짜리 지폐 5장을 나에게 던지듯 내 자리에 놓았다.

기분이 갑자기 나빠졌다.
욱 했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서 폭발하면 안 된다.
회사의 높은 분이 다른 테이블에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직원들에 대한 나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꾹 참기로 했다.
그러나 그 결심은 30초를 넘기지 못했다.
YJ, H(?), HM의 웃음소리가 나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멋있게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마치 가출한 청소년이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기 위해 가방을 확 낚아채서 들쳐 매는 것처럼 갑자기 가방을 집어 들고 그녀들에게 말했다.
“나 갈뀨! 잡지 마유!”
그녀들이 다소 놀라는 눈치다.

그리곤 밖으로 뛰어나왔다.
왜 잡지 말라고 말을 했나 모르겠다. 아마 잡아 달라는 의사표시를 그 따위로 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밖으로 뛰쳐 나가면서도 “이건 아닌데…”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대로 가 버리면 내일 회사에서 그녀들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그런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잡는다.
“SM님 이렇게 가면 어떻해요?”
“저는 그냥 SM님이 택시비가 없으실까 봐 그런 것뿐인데 저 때문에 많이 화나셨어요?”
“그러지 마시고 우리 들어가서 술 더 먹고 재미있게 놀아염^^ 네?”
HM이었다.

그렇다 순수한 시골처녀 같은 HM이 그럴리가 없다.
속 좁은 내가 오해를 한 것이다.

HM은 내 팔짱을 끼고 나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나를 잡아 끌었다.
나는 어색하게 허허 웃으며 화가 나서 그런게 아니고 시간이 늦어서 나온 것이라며 궁색하게 변명을 했다.
그리곤 그녀에게 이끌려 다시 술집으로 들어갔다.

화기애애했던 우리 테이블은 나로 인해 분위기가 망가져 있었다.
그녀들에게 미안했다.
나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내 폭탄주를 제조했고, 언제나 그렇듯이 연거푸 몇 잔을 마시며 흥을 돋구었다.

이내 밝아진 그녀들과 나는 그 날 엄청난 양의 술을 먹었고, 나는 나의 속 좁고 소심한 행동으로 인해 그녀들에게 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호기롭게 그녀들을 모두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했다.

택시를 한대 잡아타고 내가 앞자리에 앉고 그녀들 3명이 뒷좌석에 앉았다.

그녀들의 집은 각각 신당동, 중계동, 인천이었다.

택시는 신천역에서 새벽 2시에 출발해서 신당동, 중계동, 인천을 거쳐 우리 집에 새벽 5시에 도착했다.
중간에 내가 속이 좋지 않아 여러번 택시를 세우고 일을 보느라 지체한 시간을 생각하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은 것 같다.
택시비는 19만원이 나왔다.

씁쓸하다.
술을 먹어서 속이 쓰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정말 속 쓰린 날이다.

나는 SM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내가 가진 것이 큰 힘일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속이 쓰리고 혼란스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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