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그는 사치스럽고 값비싼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거나, 소문난 식당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다. 그에게 미식이란 복잡하고, 요란하고, 희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음식을 먹고 그들에게 보편적인 것이 그에게는 독특한 것으로 남는, 그 깊고 오래된 맛을 기억에 새기고 그 기억을 더듬는 행위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찾아간 식당에서 허겁지겁 국물을 들이키고 있는 나를 향해 식당 주인이 맛을 물어온다.
그다지 살갑지 않은 성격은 굳이 맛을 평가하는 자리에서도 호들갑스런 조미료는 단 1도 첨가하지 않는 편이다.
내 대답의 7~80%는 나에게 평을 부탁한 식당 주인의 감정도 해치고 싶지 않아서 그저 형식적이고 때로는 중성적으로 들리는 "맛있네요"란 표현으로 식당 주인과의 대화를 더 이어나갈 의사가 없음을 넌지시 비추고 숟가락을 놓자마자 식당을 나선다.
간혹 기대하지도 않은 장소에서 호기심이 발동하는 맛을 발견하는 날이면 주인장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비법을 캐내기 위하여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건 물론이고 맛을 표현하는 나의 태도가 진솔하고 섬세해져 있음을 발견한다.
오늘부터 시청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