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은 비판불가 성역? ‘질레트 광고’가 불편한 남자들
“남자들이여, 이것이 정말 최선입니까?”(Is this the best a man can get?)
세계 정상급 면도기 제조사 질레트 본사가 최근 선보인 새 광고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광고 영상은 일상 속에서 남성들이 가볍게 가담해왔던 성폭력과 따돌림 상황 등을 보여준 뒤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을 그만 벗어던지자고 제안한다. 남자들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한다. ‘남자는 원래 그렇다’(Boys will be boys.)며 “똑같은 변명을 늘어놓고 웃으며 넘겨버려서는 안된다”고 변화를 촉구한다.
반향은 뜨거웠다. 지난 13일 업로드된 지 3∼4일 만에 유튜브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00만회 가까이 조회됐고, 광고에 대한 수많은 코멘트가 온라인 토론장을 달궜다. 한 마디로 질레트의 이번 마케팅은 대박을 쳤다.
그런데 이 ‘대박’의 이면을 살펴보면 좀 씁쓸하다. 이 광고가 대박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남성들이 불 같이 반발하고 보이콧 선언까지 하는 등 강한 부정적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라서다. 유명인, 일반인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앞으로 질레트를 쓰지 않겠다”, “일부 남성의 행태로 남자 전체를 비난하기를 멈춰라”, “수십 년 동안 구매해 준 남성들 덕분에 제국을 건설했으면서 이제 감히 새 광고를 통해 남성성에 침을 뱉는다. 난 안 산다” 등의 반응을 보이콧 해시태그까지 사용하며 쏟아냈다.
일부 언론은 ‘페미니즘 논란’이란 제목마저 붙여 싸움 붙이기에 나섰다. ‘해로운’ 남성성(무딘 젠더 감수성과 폭력성)을 버린 ‘새로운’ 남성성을 추구하자는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당연한 제안이 별안간 융단폭격을 받았다.
이 시끌시끌한 반응이야말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젠더 갈등의 배경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실제로 그 골이 얼마나 깊고 갈 길이 먼지, “그냥 조용히 사이좋게 좀 살면 안돼?”라는 식의 여성들의 분노에 대한 ‘프로예민러 취급’이 얼마나 무디고 한가하고 순진한 발상인지 등을 말이다.
그러니까, 이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의 어떤 부분이 그토록 ‘논쟁적’이며 ‘불편함’을 야기한다는 것일까. 보스턴헤럴드에 17일 실린 칼럼 ‘면도기나 잘 팔아, 남자들은 내버려두고’(Stick to selling razors, Gillette, and leave men alone)에 따르면 “질레트는 ‘사회정의실현기구’가 아니라 ‘세계적인 면도기 제조사’”이므로 ‘PC함’(정치적 올바름 추구)을 내세우는 건 오버라는 지적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보인다. (물론 성폭력, 따돌림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사회정의실현기구’쯤이나 되어야 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적이긴 하다.)
이 광고가 불편하다는 건 국적불문 이 시대 남자들이 아직 ‘남성성’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저 광고는 남성성 자체를 비판한 것도 아니고 그동안 묵인해 온 남성성의 해로운 측면을 버리면 충분하다는 꽤나 온건한 관점을 취하고 있음에도 그랬다.
진지하게 비판 및 도전받아 본 적 없는 주류 남성성에 대한 공격에 아직 너무나 취약한데, 반대쪽에선 바로 그 주류 남성성을 참다 못한 이들이 뛰어나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타협점을 찾으려면 일단 그 ‘문제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태이니 여전히 갈 길은 요원해 보인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성 대결, 극단적 혐오’ 양상은 그 인정을 거부한 채 거리로 나온 목소리만 틀어막으려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므로 저 목소리 자체의 과격성에 주목하는 건 논점 흐리기이자 갈 길을 더 멀게 만드는 행태다.)
광고가 보여주는 주류 남성성의 유해한 측면이 곧 남성성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오류 탓도 있다. 상당수가 광고 속 남성성을 유해하다고 인정하지 못함을 넘어 이것을 제거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언론인 피어스 모건의 트위터 “모든 남자들에게 질레트 면도기로 고환을 베어버리라는 것” 같은 과민반응이 대표적이다.
혹은 가장 전통적인 반발 중 하나인 “모든 남자를 범죄자 취급한다”가 있는데 이 역시 “고환을 잘라버리라는거냐” 식의 비아냥과 과민반응의 연장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이 같은 광고 영상을 유해한 남성성을 휘두르는 ‘일부’ 남자들에게만 찾아가서 보여줘야지 그에 해당사항이 없음이 분명한 ‘나’에게 와 닿는 것이 너무나 불쾌하다는 그런 뉘앙스다.
그런데 그 누가 그토록 확신할 수 있을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어느정도 검열을 하며 살 수밖에 없으며 그 기준은 생물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조정되기 마련이다. 영원한 ‘해당사항 없음’이란 없음을 인지하고 자신을 늘 살펴야 한다. 질레트 광고가 주장하는 것도 딱 이 말이다. 이것은 절대 모든 남성성을 유해하다고 단죄를 내리는 게 아니다.
주로 마초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으로 유명한 질레트가 만들었기에 이 광고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뜨거운 논쟁적 반응에 회사는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문제제기 없이는 논쟁도 없고, 변화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질레트의 모회사인 P&G의 글로벌 그루밍 회장 게리 쿰은 “질레트는 남성들이 최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묻고, 나쁜 행동에 대한 핑계를 없애고, 각자 최선의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새로운 세대를 지원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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