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도 책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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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보다는 확실히 양이다. 처음부터 질을 노리다가는 질도 놓치는 것은 물론 양까지 놓치게 된다. 양을 확보하면 질은 저절로 따라오게끔 되어 있다.
인간은 특정 활동을 반복하면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한다. 인간의 본능이다. 유명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을 부를 때 원곡 그대로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시도하는 변화가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원동력이다.
경제학 용어에서 ‘규모의 경제’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사이즈가 안 되면 인정 못 받고, 그 자체로 힘이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불이라고 해도 인구가 1만 명이면 큰 의미가 없다. 그만큼 규모가 중요하다. 일정 규모가 되면 그 자체로 힘을 가진다. 우리가 아는 예술가들은 죄다 다작을 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규모의 경제다. 다작 중에 명작이 나오기 때문이다. 양에서 질이 나오고, 양은 질을 만든다.
셰익스피어 역시 154편의 소네트를 썼다. 그중 일부는 대작이지만 다른 작품들은 동시대인들도 썼을 법한 평범한 작품에 불과하다. 일부는 그야말로 형편없다. 이류 시인보다 일류 시인이 형편없는 시를 더 많이 쓴다. 이들은 시를 많이 썼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이류 시인보다 형편없는 시가 많은 것이다.
글쓰기도 똑같다. 쓰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 그래서 다작이 중요하다. 다작이 명작을 만든다. 양질 전화의 법칙, 즉, 양이 질을 촉진한다. 양은 일정 수준까지 차면 질로 바뀐다. 어느 시점까지는 변화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한다. 이때가 양이 질로 변하는 순간이다. 물 한 방울과 바닷물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