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정원0511] 꽃양귀비, 너의 삶을 숨 죽여 듣는다

in zzan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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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이
고개 숙였던
꽃봉오리
고개를 쳐드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병아리가
그 예쁜 주둥이로
껍질을 깨는 것도 아닌데
꽁꽁 감쌌던 갑옷을
벗는 저 부풀리며
접힌 꽃잎을 구김살 없이 펴는
안간힘은 또 어디서 오는가

그래 한 세상
넘실대는 꽃으로
원 없이 피었다 가는
저 듬짐한 배짱은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때가 되면
화려함을 지우고시들며 떨굴 줄 아는 용기는
또 무엇인가
그래서
폭양에 남겨지는 열매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인가
생명을 품은 꼬투리는
바람에도 잡히지 않고
꺾이지 않고
긴 장마 빗줄기에도 농락당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했던
그 비탈의
꽃양귀비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난
너의 삶을
숨죽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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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였던 고개를 든 꽃양귀비

다소곳이
고개 숙였던
꽃봉오리
고개를 쳐드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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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가
그 예쁜 주둥이로
껍질을 깨는 것도 아닌데
꽁꽁 감쌌던 갑옷을
벗는 저 부풀리며
접힌 꽃잎을 구김살 없이 펴는
안간힘은 또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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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 세상
넘실대는 꽃으로
원 없이 피었다 가는
저 듬짐한 배짱은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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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화려함을 지우고
시들며 떨굴 줄 아는 용기는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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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폭양에 남겨지는 열매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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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품은 꼬투리는
바람에도 굽히지도
잡히지도 않고
꺾이지도 않고
긴 장마 빗줄기에도 농락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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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그 비탈의
꽃양귀비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난
너의 삶을
숨죽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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