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17 이란전쟁 78일차, 전후 처리과정에 들어간 이란전쟁, 미국 단극체제 붕괴의 결정적 계기로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의 실패
형세판단은 바둑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일에 가장 중요한 단계다. 전쟁에서도 그렇다. 지금의 이란전쟁은 어떤 상황일까? 필자는 지금의 이란전쟁을 전후처리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쟁의 승패는 이미 정리되었다. 이란이 승리했고, 미국이 패배했다. 지금 진행되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전후처리과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란은 전쟁의 승리로 인한 전리품을 확보하려하고, 미국은 최대한 적게 지불하고 물러나려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이란의 호르무즈 통행요금 부과는 기정사실화되었다. 문제는 앞으로 통행요금을 부과해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는 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같이 적대적인 국가의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EU도 이미 이란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은 추가적인 전쟁이 불가능하다. 이번의 미중정상회담은 미국 단극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필자는 냉전종식을 선언한 부시와 고르바쵸프의 회담에 비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급작스런 위상저하는 전적으로 이란전쟁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후 트럼프는 대만의 독립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시진핑과 뭔지 모를 것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만문제로 인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더라고 미국이 여기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여건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미국이 대만에 개입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한반도 유사시에도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야흐로 미국의 단극체제가 붕괴된 이후의 국제정치적 질서가 수립될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변화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혹자는 다극화라고 새로운 질서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런 설명으로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변화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일단 관찰되는 것은 해양세력의 영향력이 하락하고 대륙세력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를 자유항행을 주장하면서 세계를 지배했던 해양세력에 대한 대륙세력의 도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대륙세력이 주도하는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고 하겠다. 대륙세력의 질서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드러내고 있는 모습에서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가장 특징적인 현상으로 민족주의적 경향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민족주의란 서구의 인종주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폐쇄적이고 반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발전적인 의미의 소위 부흥민족주의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국가에 기반한 민족과 민족문화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것이 대륙적 가치와 질서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점에서 해양질서가 개인적이라면 대륙적 질서는 공동체적 성격을 강하게 지닐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운영에서 충분하게 관찰할 수가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사실상 군사적 해결의 가능성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외교의 시간이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단극질서이후에 작동될 새로운 국제정치질서의 단초가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협상은 이미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기존에 주장하던 것에서 많이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란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협상의 내용은 걸프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걸프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서아시아의 안보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모택동이 이야기했다. 국제정치에서는 총의 힘이 훨씬 더 강력하다. 미군이 빠진 서아시아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필자는 UAE와 이란이 브릭스 외무장관회담에서 설전을 벌인 것은, UAE가 전후처리과정에서 자신들의 위상과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고 있다. UAE는 OPEC에서 이탈하면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거리를 두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한편, 왕세자가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 이후 네타냐후가 UAE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움직임을 새로운 서아시아 질서 구축 과정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대외정책의 실패를 저지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조선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이 당시에 조선과 관계를 정상화했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조선과 러시아가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었고, 중국에 대한 매우 강력한 카드를 가질 수도 있었다. 과거에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는 것이 참 이상한 일이다. 미국은 그런 과거의 실패와 실수를 이상하게도 다시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계속되는 실수와 실패의 누적과 연속이 미국 단극체제의 붕괴를 초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