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의 대시보드
새벽 세 시쯤 깨는 날이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자다가 그냥 눈이 떠지고, 다시 잠들 때까지의 짧은 시간이 비어 있을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게 휴대폰입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켜면 가장 먼저 여는 게 GA4 실시간 대시보드입니다.
이 습관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벽 세 시의 트래픽 그래프는 대부분 평평합니다. 한국 시각이라 사용자들이 자고 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들어오는 약간의 트래픽이 가느다란 선으로 흐를 뿐입니다. 그 가느다란 선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운영 중인 사이트가 1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이 잠깐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각각의 사이트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게, 새벽 세 시에는 잘 와닿지 않습니다.
가끔은 그 선 위에 작은 봉우리가 보입니다. 어떤 사이트에 누가 한 명 들어와 있다는 표시입니다. 그게 사람일지 봇일지는 지금쯤 잘 구분합니다. 데이터센터 ISP면 봇, 모바일 통신사면 사람. 새벽 세 시에 한국 모바일에서 들어온 사람이면, 그 사람도 저처럼 잠이 안 와서 무언가를 검색하다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신기합니다. 같은 시각에 깨어 있는 사람이 어딘가에 한 명 있다는 사실. 제가 만든 사이트가 그 사람의 검색 결과 어딘가에 떠 있었다는 사실. 그 사람은 그 사이트 뒤에 누가 있는지를 모르고, 저는 그 사람이 누군지를 모릅니다.
대시보드를 보다가 다시 잠들 때 가끔 드는 생각은 — 100개 중에 어느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0.1% 정도 덜 짜증나게 만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이트는 살아남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수익이나 트래픽으로 환산이 안 되는 종류의 일이라, 평소에는 잘 떠올리지 않는 생각입니다. 새벽 세 시쯤에야 떠오릅니다.
다시 잠들 때까지의 5분, 10분. 그 시간에 본 가느다란 그래프 선 하나가 다음 날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있어서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고, 가끔 그렇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