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옆자리 노트북의 화면들
오후 두 시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사무 공간이 따로 없어서 작업할 자리는 매번 다른 곳입니다. 그날은 집에서 한 시간 코드를 보다가 머리가 무거워져서 카페로 옮겼습니다. 평일 오후 두 시의 카페는 절반쯤 차 있고, 그 절반의 대부분이 노트북을 펴놓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서 의식적으로 옆을 안 보려고 합니다.
남의 화면을 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감각은 있는데, 그래도 시야 가장자리로 들어옵니다. 텍스트가 빼곡한 흰 화면이면 글을 쓰는 사람이거나 문서를 보는 사람이고, 흰 배경 위에 사각형들이 펼쳐져 있으면 디자인 시안을 보는 사람이고, 검은 배경에 작은 글자들이 흐르고 있으면 코드를 짜는 사람입니다.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 정도는 보입니다.
그날 왼쪽 옆자리는 블로그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한 줄을 적고, 한참 멈춰 있고, 다시 그 줄을 지우는 모양이 시야 가장자리로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의 손은 자판 위에 떠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오른쪽 옆자리는 디자인 시안을 보고 있었습니다. Figma 처럼 보이는 화면이었고, 같은 레이아웃의 변종 다섯 개를 한 캔버스에 펼쳐놓고 비교하는 작업 같아 보였습니다. 마우스가 다섯 변종 사이를 왔다 갔다 했고, 색이 옅은 쪽은 폐기 후보, 짙은 쪽은 살아남은 후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 두 사람과 저는 같은 시간을 다른 화면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는 GA4 대시보드를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사이트별 트래픽 표와 라인 차트 몇 개가 떠 있는 화면이었습니다. 옆에서 보면 데이터 분석 작업 정도로 보일 거고, 그게 한 사람의 portfolio 를 일주일 단위로 훑는 행위라는 데까지는 안 보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화면을 윤곽으로만 인지하면서 같은 카페에서 일한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거울 같습니다. 블로그 작성자는 저처럼 한 문장을 적고 한참 멈춰 있고, 디자인 시안 옆자리는 저처럼 다섯 후보 중 어느 것이 더 나을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씁니다. 저도 GA4 표 앞에서 정렬을 바꿔보고, 원래로 돌렸다가, 또 다른 기준으로 정렬해보는 일을 합니다. 결정의 모양은 다 다른데,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시간의 결은 비슷합니다.
저의 화면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일 겁니다. 표를 한참 들여다보는 사람, 정렬을 한 번 바꾸고 멈춰 있는 사람. 데이터 분석 작업이라는 윤곽까지는 갈 거고, 그 분석이 한 사람의 portfolio 일이라는 데까지는 안 갈 겁니다. 그 격차는 카페에서 굳이 좁히지 않는 격차입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외롭다고 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제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옆자리 화면의 윤곽이 시야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1 인 작업의 결을 다르게 만듭니다. 같이 일하는 게 아닌데, 같이 어딘가에 앉아 있긴 한 상태. 사무실의 감각도 아니고 집의 완전한 1 인 감각도 아닌, 그 사이의 어떤 결입니다.
오후 네 시쯤 노트북을 닫고 나왔습니다. 블로그 작성자는 여전히 같은 화면 앞에 있었고, 디자인 시안 옆자리는 어느새 다른 사람이 들어와 코드를 짜고 있었습니다. 검은 배경의 작은 글자들이 시야 가장자리로 빠르게 흘렀습니다.
화면이 바뀌어도 카페는 같은 카페입니다. 화면들의 윤곽이 모여서 이 카페의 오후 분위기를 만듭니다. 제가 그 분위기에 한 자리를 한 시간 정도 보태고 나왔다고 적어두고 싶습니다. 그게 작업인지 휴식인지는, 적어두고 보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