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SaaS 한 개와 작은 가설 100개 사이에서

운영 방식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왜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100개를 동시에 띄워 놓느냐는 질문입니다. 답이 깔끔하게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 방식으로 1년 가까이 굴려보면서 정리된 생각이 있어서, 그것을 한 번 써두려고 합니다.

스타트업 책이나 인디해커 글을 읽으면 대체로 한 가지 권장을 마주합니다. 한 문제에 집중하라는 것. 깊게 파라는 것. 큰 SaaS 한 개를 키우라는 것. 이 권장은 옳지만,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내가 풀고 싶은 그 문제가 시장이 돈을 낼 만한 문제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다" 는 전제입니다.

저에게는 그 확신이 없었습니다.

문제 후보는 머릿속에 많았습니다. 매주 새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각각이 풀 만한 문제처럼 보였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이건 분명히 시장이 반응한다" 고 단언할 만한 근거가 없었습니다. 한 가지를 골라 6개월을 갈아 넣은 뒤에야 "반응 안 하네요" 를 확인하는 건 너무 비싸 보였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가설 100개를 동시에 풀어두고, 시장의 응답률을 통계로 받는 방식입니다. 가설마다 들이는 시간을 짧게 잡습니다. 며칠, 길어도 일주일. 그 위에 트래픽·전환·수익이 어떻게 붙는지를 관찰합니다. 100개 중 90개는 죽어도 괜찮습니다. 10개가 살아나면 그 10개의 패턴을 비교해서 다음 가설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어떤 도구는 8개월쯤 지나면서 월 만 단위 방문자에 안정화됐고, 비슷한 시기에 같은 결로 만든 다른 도구는 1년이 지나도 월 방문자가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빌드 스크립트로 만들었는데 그렇게 다릅니다. 처음 띄울 때 둘 중 어느 쪽이 살아남을지를 미리 가려낼 능력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이 방식의 단점은 명확합니다. 어느 한 사이트도 깊은 제품이 되지 못합니다. 살아남은 사이트조차 깊이 있게 키워야 다음 단계로 갈 텐데, 그러려면 결국 어느 시점에 "이 사이트에 집중한다" 는 결정이 따라야 합니다. 100개 동시 운영 방식은 그 결정을 미루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일을 늘리고 있는 셈입니다.

장점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 — 시장에 대한 가정이 빨리 무너집니다.

지금 와서 어느 쪽이 더 옳은가를 물으면, 저는 그 질문 자체가 잘못 설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큰 SaaS 한 개와 작은 가설 100개는 다른 단계의 도구입니다. 시장 신호를 찾기 전에는 후자가 적합하고, 신호를 찾은 다음에는 전자가 적합합니다. 문제는 그 전환 시점을 자기가 정확히 알아채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 그 전환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100개의 가설 중 의미 있게 살아남은 사이트들이 보여주는 공통 패턴이 있긴 한데, 그 패턴이 "한 제품에 모든 시간을 쏟아도 될 만큼 강한 신호인가" 에는 아직 확신이 안 섭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 방식을 더 굴리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이고, 어떻게 보면 도망에 가깝지만, 적어도 시장이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매주 데이터로 받아본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편합니다.

큰 한 개를 만들지, 작은 100개를 굴릴지는 결국 자기가 시장에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느냐의 함수라고 생각합니다. 확신이 있으면 한 개를, 없으면 100개를 — 라고 지금은 적어두지만, 6개월 뒤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면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었다고 말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