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와 자본의 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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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일본 정부의 라인 관련 논란에 대해 짧게 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소위 '라인 사태' 정리

먼저 '라인 사태'를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라인(LINE)은 현재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톡과 같은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일본인 지인들과 소통할 땐 항상 라인을 이용합니다.

라인은 2011년 네이버(Naver)의 일본지사에서 개발한 메신저로,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습니다.

한동안 라인은 네이버의 자회사로 있다가 2019년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합의를 통해 일본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일본 야후와 통합됐습니다.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 라인과 야후의 운영사인 '라인야후'(LINEヤフー) 주식회사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 지분을 가진 A홀딩스의 자회사가 된 상태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라인야후 주식회사의 서버가 외부 공격을 받아 약 44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해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올해 3월 5일, 4월 16일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로부터 상당 부분 자본적 지배를 받고 있는 관계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일본의 라인 탈취 시도'라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일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당연한 조치일 뿐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라인이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라고?

라인 사태에 대해 5월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라인에게 행정지도를 했던 일본 총무성의 총무대신이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우선,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저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지분관계를 운운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자유'는 무엇보다도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물론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정부가 기업에게 행정지도를 하는 것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입니다. 다만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기업의 경제활동의 자유 자체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재명 대표의 '사이버 영토' 운운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그는 라인야후 주식회사의 라인 메신저가 대한민국의 '사이버 영토'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라인야후 주식회사의 실제 기업활동 영역은 일본입니다. 라인야후 주식회사의 본사도 일본에 있고, 라인야후 주식회사의 주식도 일본 토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습니다. 회사의 기업활동으로 발생한 세금도 일본에 납부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라인야후 주식회사는 '일본 자본'이며 다만 그 지분의 50%를 한국 자본인 네이버가 소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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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캐릭터인 라인 프렌즈>

자본의 '국적'과 자본의 '지분관계'는 반드시 일치할 이유 없어

지분관계만으로 자본의 국적을 정할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입니다.

5월 10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의 외국인 비중은 약 56%입니다.

지분관계만 따진다면 삼성전자도 '한국 자본'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본부를 한국에 두고 있고, 기업활동도 한국에서 하고 있고,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보아 '한국 자본'이라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다른 예시로 라인과 통합된 '일본 야후'를 들어보겠습니다. 애초 일본 야후는 1994년 미국에서 설립한 야후(yahoo)의 일본 지부였습니다.

하지만 2018년 소프트뱅크가 야후 본사로부터 일본 야후의 지분을 매입하여 소프트뱅크의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야후가 2018년 전까지는 '미국 자본'이었다가 소프트뱅크가 매입한 이후 '일본 자본'으로 국적을 바꾼 것일까요? 저는 야후 본사에서 일본에 '일본 야후'를 설립한 시점에서 이미 일본 야후는 '일본 자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미국 자본이 소유한 일본 자본에서 일본 자본이 소유한 일본 자본이 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국가가 중요

정리하면, 자본의 국적은 해당 자본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본의 본질은 경제적 생산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습니다.

라인 메신저는 그동안 일본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일본의 국부를 늘리는 데 기여를 해 왔으니 당연히 일본 자본인 것입니다.

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자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경제활동 영역은 전세계에 걸쳐 있고, 또한 이들의 지분구조는 온갖 금융자본이 나눠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인이나 집단이 '오너'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본사도 미국에 있고 기업 이사회의 이사들이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미국 자본'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애플 본사의 자회사인 애플코리아의 경우 위의 라인야후 주식회사의 사례처럼 미국 자본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한국 자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코리아는 대한민국 법에 따라 대한민국 안에서 기업활동을 영위하며 세금도 대한민국에 납부합니다. 다만 라인야후와 달리 모회사의 지분율이 100%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온전한 '한국 기업'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라인야후 주식회사는 '한국 자본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일본 기업'이며 애플코리아는 '미국 자본이 완전히 통제하는 한국 자본'이라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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