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윤석열이라는 이 시대의 학정(虐政)

in Korea • 한국 • KR • KO2 months ago (edited)




요임금 때의 태평성대를 기록한 제왕세기(帝王世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밭을 갈아 밥 먹고 우물을 파서 물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 있으랴.(日出而作 日入而息 耕田而食 鑿井而飮 帝力於我何有哉)


좋은 정치란 왕이 대단한 일을 해서 국민이 왕을 떠받드는 것 아니다. 국민이 왕이 누군지 관심도 없이 평안하게 자기 생업에 만족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고대인들도 이런 사실을 알았다.

이런 면에서 국민이 대통령이 뭘 하는지도 관심 없고, 정치에도 관심 없고, 나라가 평안하면서 모두 자기 일에 만족하는 세상이 현대판 요순시대일 것이다. 이와 반대로 대통령이 독선과 아집으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정치에 몰입하게 한다면 그건 현대판 학정(虐政)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요순시대를 일궈내길 언감생심으로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학정은 참아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독선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아집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해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둘 다 자기(self)의 문제다. 건강하지 못한 자아(ego)와 이에 따른 자기 객관화 능력의 결여가 독선과 아집을 불러온다. 


지금까지 행동으로 유추해 보자면 윤석열은 건강하지 못한 자아에 따라 자기객관화능력이 결핍된 인간으로, 독선과 아집에 빠져있다. 이렇게 건강하지 못한 대통령의 판단을 따른 정책으로, 정교한 균형 위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여러 국내외 문제가 박살 나고 있다. 머지않아 이 대가를 모든 국민이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윤석열의 실책과 학정을 열거해 보겠다.



1. 윤석열은 채상병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하여,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복무하는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다. 채상병 사건은 스캔들의 참혹함과 더러움에 비해 많은 분들이 잊어가는 사건이다. 대략적인 사건 정황은 위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윗글을 쓴 2023년 8월과 비교하여 지금 더 확실해진 것이 있다. 채상병 사건에 대한 사후 처리가 손바닥처럼 바뀐 일의 배후로, 당시에는 대통령 안보실의 특정 인물일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윤석열 본인이 이 사후 처리를 뒤집은 배후다. 


이런 초법적 처사가 감히 일어날 수 있던 이유, 경찰이 이 사건의 수사를 대놓고 뭉갤 수 있었던 이유, 핵심 관계자가 수사 대상이라 출국금지까지 된 상황에서도 호주 대사로 발령받은 것, 이 모든 것은 윤석열 본인이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지금은 수면 아래 가라앉은 것처럼 보여도 후반기 레임덕이 오면 확실히 윤석열을 파멸시킬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 윤석열은 자기 마누라 범법행위의 사법절차를 방해하고 있다. 김건희를 소환 조사하려던 송경호 중앙지검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려고 한 정황이 있다. 이에 송경호 지검장이 사표를 던지려 하자 이를 말려 일단은 갈등을 봉합한 상황이다. 윤석열의 행동이 얼마나 도를 넘었는지 '검찰 공화국'이라는 현 정권에서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조치에 저항하는 일이 생길 지경이다.



3. 윤석열은 대한민국 기초과학을 박살 냈다.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기초과학 분야에 세금을 좀먹는 카르텔을 파괴하기 위해서다. 윤석열의 말을 빌리자면 "“나눠 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은 바로 하자. 예산을 나눠 먹고 갈라먹기에 가장 능한 것은 정부기관이다. 그렇다고 정부 예산을 40%씩 삭감하지는 않는다.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한 연구가 있다면 핀셋처럼 가려내 처리하면 그만이다. 윤석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옳고 너는 나쁘니 너를 파괴해야겠다는 흑백논리다.


졸지에 기초과학 연구자는 이권이나 나눠먹는 카르텔 조직원이 됐다. 언제 기초과학 분야가 인기가 있거나, 좋은 대우를 받았던 적이 있는가? 그래도 이 분야를 묵묵히 지켜온 이공계 인재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무시한 것이다. 기억하라. "인격"을 모욕하는 것이 윤석열과 그 정부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방식이다. 워낙 비판이 많으니 다시 올려주는 시늉만 했다. 때문에 기초과학 관련자는 더 큰 상처를 받았다.





4. 의대 정원 문제는 여기서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전 글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해 링크를 걸어 놓겠다. 이 사건의 핵심은 굉장히 불안한 균형에 의존하고 있던 한국 의료시스템이 비가역적으로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의사들에 어떤 불만을 갖고 있던, 어떤 열등감을 느끼던 상관 없다. 한국 기초 의료는 사명감 투철한 소수의 의료인을 갈아 넣어 유지되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한국 의료시스템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기초 의학에 종사하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이 사태 이후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와 대중이 의사를 대하는 방식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품고 있다. 윤석열은 사명감으로 한국 사회를 하드캐리하고 있던 전문가의 "인격"을 모욕했다. 위에서도 말했듯, 윤석열과 그 정부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방식이다.



5. 전 세계가 온쇼어링(onshoring) 중이다. 핵심적인 산업역랑을 억지로 국내로 끌어오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로 오프쇼어링중이다. 한국의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 석유화학, 전기차, 이차전지 사업이 모두 미국으로 떠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산업기반 재건을 위해 국내 산업 기반을 가져다 받치고 있다. 거짓말이 아니다. 작년 미국 방미의 대가로 133조 원을 미국에 가져다 받쳤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한국의 선물에 감사 인사를 했다.


이런 식의 저자세 외교는 한두 번이 아니다. 느닷없이 영국을 방문해서도 3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이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했다는 이야기, 한국 기업의 온쇼어링을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은 기업의 생산력을 바탕으로 살아남은 나라다. 기업과 첨단 제조업이 떠나고 유지될 수 없다. 윤석열은 국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춰주는 존재에 거들먹거리는 것을 국익에 우선하고 있다.



6. 대한민국 저출산 이야기는 이제 진부할 지경이다. 그러나 저출산에 기여하는 중요한 원인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바로 주거 불안이다. 말도 안 되는 주택 가격에 아예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것이 저출산에 기여한다는 것은 한국은행도, 정부 기관인 국토연구원도 안다. 사실 모든 국민이 직관적으로 아는 문제다. 


윤석열이 사력을 다하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집값이 하락하여 정상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기사와 글이 있으니 따로 첨언하지는 않겠다. 윤석열은 집값이 정상화되려 할 때마다 수십조 원의 정책자금을 쏟아부어 집값 하락을 막았다. 당장 집값이 너무 떨어지면 자기 인기에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7.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윤석열의 국내외 정책은 학정이다. 이 모든 독선과 아집의 결과로, 오로지 시급한 국내외 현안에 힘을 쏟아야 하는 정부의 역량은 훼손되었다. 
내가 개딸로 보이는가? 아니다. 이재명은 대한민국 최악의 야당 지도자일 뿐 아니라, 그 행실로 보아 그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가 병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더라도, 정상적인 사회로 회복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절망스러운 현실이다.


지금 대한민국 여와 야에 대한민국 최악의 인물들이 동시에 등장했다. 한 명도 힘든데, 어떻게 동시에 양측에서 이런 귀태들이 출몰했는가? 이들을 그 자리에 올린 것은 대중들이다. 이에 대한 책임도 결국 유권자 자신이 져야 한다. 둘 중 하나를 뽑은 나도 책임을 져야 하는 모양이다.



8. 조심스레 예측해 보자면, 윤석열이 임기를 제대로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의사를 제물로 바쳐 잠깐 반짝하던 지지율도 이전으로 복귀했다. 야당의 사분오열과 난맥상으로, 당연히 여당이 과반을 훨씬 넘어야 하는 총선 결과도 여소야대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모두 대통령이 끼친 영향이다.


윤석열의 MO(Modus Operandi)로 보건대, 앞으로도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주변의 조언자의 말을 듣지 않고 내지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을 주어 담지 못할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짜증이 아닌 분노를 느끼는 순간, 그 자리는 임기와 상관없이 유지하기 힘들다. 그 결정적 계기는 김건희가 될 듯 하다.


사회-경제적으로, 자정학적으로 해야 할 일이 쌓여있는 지금 이 순간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대통령이 한국에 있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위 글과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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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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