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귀찮음이 사라지기 시작한건 책임감을 느끼고부터

자취 인생 이제 2년 6개월이 되었다. 그 와중에 느낀건 산떠미처럼 많다. 지식보다는 경험으로부터 내 몸으로 익히는 학습은 정말 어느 학습보다 강한 것 같다.

최근에는 귀찮음병이 너무 크게 도지고 도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저 누워만 있고 싶고. 사실 그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나는 그런 내가 지독히도 못나고 한심해 보였다는 거다. 게으름에 더해진 자학. 그건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었다. 그렇게 우울에 더 빠져들고, 이별로 인한 고통에 더 몸사리를 쳤다.

나는 노는게 좋았다. 그래서 직장도 때려치우게 된 건, 내 시간을 더 보내고, 나한테 더 몰입하기 위해서 파트타임으로 시간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을 작가가 되기 위한 글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내 정신적 체력도 주5일제에 억지로 짚어넣어져서 적응할 만큼 강하지 않았다. 나는 그 어마무시한 거대 궁궐에 나를 넣어놓고 힘들다고 징징대는 나를 기어코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시간에 날 위해 시간을 쓰겠다는 행동은 사라지고, 누워서 릴스와 유튜브에 메달리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불안했고,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침대에서 쉬기만 하는 내 모습이 싫은 이유 - 추정>

첫번째, 인간의 역사를 봤을 때 일해야 살 수 있었음에 일을 하는 습성에 굳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나는 일하는 나보다 쉬는 내가 별 볼일 없다고 생각되어 싫다고 생각했다.
세번째, 침대에서 핸드폰만 하는 이 시간이 좋으면서, 괜히 사람들 따라 일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한심한 나를 벗어나려고 하는 나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더 한심함에 빠져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방법이 정답같지는 않았다.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없고 생각도 더 불안한 방향으로 갔다. 그 때 일어나는 불안도 또한 안으려 노력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남자친구와 이별해서 제일 어려웠던 점중에 하나는 내가 나를 먹여살려야 하는 온전한 책임이었다. 남자친구가 있을 때는 밥을 같이 먹는 날도 많았고, 대부분 음식값은 남친이 내주었다. 사실 먹고싶지 않아도 남친이 배고파하니깐 같이 먹었다. 그렇게 아침,점심,저녁을 잘 챙겨먹다가 남자친구가 사라지니 나는 옛날 학생 때 방학생활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방학 날 아침, 난 눈을 뜨고 집에 엄마가 올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가 고파도 엄마가 밥상을 차려주기 전까지는 내가 해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귀찮았다. 그 생활은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도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배가 고파 손이 덜덜 떨리고, 배가 등가죽에 붙는 느낌이 날 정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정말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밥상을 차렸다. 나가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새로 온 집 근처에는 딱히 맛있는 식당도 없고, 먹을수록 질렸다. 심지어 그 흔한 배달어플도 없다. 매일 남자친구가 시켜주었으니깐.

그 생활을 한 2~3주 했을 무렾에 이러다가는 청년고독사로 뉴스에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이제 남친도 없으니 나를 찾아줄 사람이라곤 회사뿐인데, 만약 토요일에 죽으면 난 월요일이나 되서야 발견된다고 생각하니, 이거 좀 큰일 나겠구나 싶었다. 회사가 전화안해주면 나는 한 두 달 뒤에 엄마로부터 발견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정말 이대로 죽는다면 아사할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내가 밥을 챙겨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도시락도 시키고, 백반배달도 알아보고, 간식도 좀 사놓고, 배고플 때는 뭐라도 먹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날 먹여살리는건 참 어려운거구나.

그 뒤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귀찮아서 놓아버린, sns로 도망친 시간들이 나쁜건 아니지만, 내가 회사를 그만뒀을 때 내 시간을 목표하는 바에 써야겠다는 그 다짐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여러가지 이것저것 펼쳐놓은게 많은데 그 많은걸 그만두는건 나는 내 선택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 할일을 해야했다. 왜냐하면 그게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그래서인지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된 느낌이 든다. 혼자 나를 온전히 책임진다는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좀 더 성장했을 때, 내 회사, 나의 브랜드 아래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 미래에 남편과 아이, 그리고 부모님이라곤 하나뿐인 나의 엄마를 책임지기 위해. 지금 온전히 나를 책임지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러더니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몸이 움직였다.

게으름은 나쁘지 않다. 자신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본능적인 수단일 수 있다. 그리고 지쳐버린 몸이 다시 일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시간일 수 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당신에게 확 와닿는 필요성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나는 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살아가게 된 극적인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그래서 더 성장한 느낌이다. 나는 나를 더 사랑하고, 아껴주고, 보듬어주고, 공감해주는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책임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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