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일상] 필라테스세계의 마케팅방식과 PT홍보당하고 깨달은 영업의 핵심

이대로 있다간 몸이 진짜 ㅈ될지도 몰라

필라테스를 해야겠다 마음먹은건 대략 1년전쯤이었다.

   당시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게 확연히 느껴지는 시기였는데,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쉽게 지치며 쓸데없는곳에 자꾸 힘이들어가고 뭉치는 현상이 계속되었다. 뭔가 중심에 근육이 없으니까 다른곳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근육을 만드는 느낌?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세가 불안정하고 코어근육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것 정도는 알아차릴수 있었기에 필라테스같은 교정운동이 필요하다고 예전부터 생각을 해옴. 근데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맨날 생각만 존나게 하고 미루고 미뤄 1년을 방치하다 드디어 등록을 하게된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와라. 등록하게 만들테니

   필라테스가 요새 대세인가보다. 이 코딱지만한 동네에 필라테스 센터는 3군데나 된다. (군데군데 1:1~2 정도로 수업하는 쪼그만 사업장까지 합하면 더 될듯?)

공통점이라면 그들 모두 가격정보를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 체형분석, 진단이라는 명목 하에 나의 호구력을 간보는것인지 꼭 직접가서 상담을 해야지만 가격을 알려주드라.

그렇게 처음 상담받으러 간곳은 집에서 도보 20분정도 떨어진 상가건물에 있었다. 필라테스겸 헬스장도 운영하는것 같았는데 헬스장이 마치 초밥세트 시키면 나오는 미니우동처럼 평범하고 조그마한 곳이었다.

   가봤더니 체형진단이라고 해봤자 그냥 인바디 측정하고 결과 그대로 읊어주는 정도였고, 실상은 센터소개와 가격안내였다. 뭐 이런거 말하려고 여기까지 오게했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 가격이 꽤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냥 3개월치 등록함 (지인들을 통해 대충 가격대를 알고 갔다)

   그러다가 한달정도 지난 시점에 뜬금없이 첨보는 헬스트레이너한테 오티가 있다고 카톡이 옴. 필테등록하면 헬스장도 무료로 이용할수 있어서 기구사용법이랑 방향성?목표?같은거 설정해준다고 함. 헬스장이 쪼그매서 알려줄만한 기구가 많지 않았던것같은데 뭐 알려준다고 하니 퇴근하고 지친몸을 이끌고 20분을 걸어 헬스장으로 향함.

왜 그들은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고 불안감만 조성하는걸까

   도착하자마자 앉은곳은 헬스기구가 아닌 상담실 의자였다. 트레이너는 꽤 긴시간동안 혼자 열심히 입을 털다가 갑자기 스쿼트하는 법을 잠깐 알려주고 기구사용법을 알려줬다. 근데 아무리 기구가 몇개 없다지만 하나밖에 안알랴주고 다시 자리에 앉아 입을 털드라. 바보가 아닌이상 이 남자가 웨이트 트레이닝 영업을 한다는걸 알수 있었다.

그는 거의 쉴새없이(그리고 영혼없이) 말을 했지만 내가 왜 운동을 하려는지 왜 필라테스를 하는지는 그닥 깊게 물어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꾸 예쁜 BMI, 예쁜 몸매를 강조하는데.. 아니 난 그냥 허리 안아프고 싶다고요;

지금 필테하는거랑 병행이 안될것 같기도 해서 시간없다고 말했더니 "변명이다", "시간 잘 쪼개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의지가 없다" 뭐 이런식으로 답변함. (누가보면 이미 지옥의 트레이닝 시작한줄) '내가 PT를 받아도 절대 이새끼한테는 안받는다' 라는 생각만 굳어졌다.

암튼 거의 3-40분동안 영업멘트만 듣다가 짜증만 난채 집에돌아감. 웃긴건 사실 당시 개인 필라테스 수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차라 잘 꼬드겼다면 PT를 등록했을수도 있다.

   직접 대면해서 말로 해야하는 영업일수록 자기말만 하는것보다 상대방 얘기를 더 잘듣는게 핵심인것 같다. 마케팅할때 타겟공략을 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것처럼 영업할 땐 구매자의 말을 통해 데이터를 쌓아야 잘 꼬드길수 있을것 같다.

흔히 말하는 폰팔이처럼 물건만 팔고 땡인 사람들은 구매자가 생각할 틈도 없이 말을 쏟아낸다. 그리고 항상 이렇게 영업당해서 돈쓰면 기분이 후련하지가 않고 찝찝함. 그 트레이너가 진짜 전문적이고 좋은 트레이너인지는 알수없으나 확실한건 그 상담을 통해 신뢰감만 떨어졌다는 점이다.

암튼 오늘도 퇴근하고 필라테스 하러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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