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image.png

'왜 이러한 것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사랑에 빠졌던 것일까? 내 욕망의 비논리성과 유치함이 믿음에 대한 요구를 능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낭만적인 도취가 채울 수 있는 공허를 알고 있었다.
-알랭드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中

오늘은 알랭드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읽다가 사랑이라는 환상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남녀간의 사랑은 환상에서 시작되었다가 현실을 마주하면서 깨져버린다.
77억명이나 되는 전세계 인구 중에 단 두명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합되는 일은 실로 기적에 가깝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두 사람의 결합은 그저 우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환상이 있음으로 남녀간의 사랑은 시작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이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환상이라는 것은 내 생각이 만드는 것이고,
환상을 간직하며 사랑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내 생각의 틀 속에 상대를 끼워 맞추려는 행동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바라보면서도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실된 사랑일지도 모른다.

진실된 사랑, 내 생각과 욕망으로 상대를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얼마든지 알지만,
그럼에도 정작 사랑에 빠지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는 마법에 빠지게 된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인류 역사 이래에 숱하게 이루어져 왔지만 여전히 그 해답은 내리기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