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축구경기....중 직접 본 경기들에 대한 고찰
안녕하세요, YBK입니다. 주말엔 애기를 재우다보니 축구는 듬성듬성 봤군요. 그래도 아들래미 생일잔치도 해줬으니, 꼭 나쁜 건 아니었네요 ㅎㅎ
새벽 3시 경기는 인간의 시간대가 아니라서 제대로 못 본 관계로 짤막하게 먼저 다루겠습니다.
포르투갈 vs. 우루과이
전반전은 놓치고 우연히 깨서 후반전부터 봤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제가 기억하기로는 볼 점유율이 높고 상대 진영에서 오래 있는 팀이 결과를 제대로 못 내고 오히려 역습에 당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한국-독일 전도 그랬고, 후술할 스페인-러시아전도 그랬고, 이 경기도 후반의 흐름을 보면 비슷했습니다.
수아레즈와 카바니가 이끄는 우루과이 공격진은 볼터치가 매우 적었습니다. 그러나 월드클래스 포워드 두 명이 있다는 건 한 명만 제대로 터져도 승리를 잡을 수 있다는 건데, 그날 카바니는 클럽 동료 음바페의 활약을 눈여겨본듯 맹활약을 했습니다. 우루과이의 결승골은 정석적으로 몸을 열고 피파온라인스러운 컬링슛으로 정확하게 꽂힌, 깔끔하고 멋진 마무리였습니다.
포르투갈은 우루과이 진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최고의 센터백 고딘은 이제 윙어가 아닌 센터포워드 호날두를 효과적으로 묶었고, 호날두가 1명에게 막히자 결국 포르투갈의 크랙의 부재가 아쉬워졌습니다. 차라리 조금 더 일찍부터 중거리를 시도해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무티뉴와 주앙 마리우는 중거리를 시도할 생각이 없었고 윌리엄 카르발류는 3선에서 올라올 생각이 많지 않았으니......게데스와 콰레스마로는 부족했습니다. 모로코와의 경기를 보면서 포르투갈의 중원이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결국 일이 터졌죠.
다만 카바니의 부상은 우루과이에게 치명적일 것 같습니다. 수아레즈도 예전처럼 단신으로 무쌍을 펼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크로아티아 vs 덴마크
경기는 아예 못 봤는데, 전 크로아티아가 압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원하게 빗나갔더군요. 승승장구하던 크로아티아가 정신차리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 vs 아르헨티나
아들이 비협조적이었던(...) 관계로 후반전부터 봤습니다. 경기에서 확실히 두드러진 건, 프랑스의 미드필드(포그바, 캉테, 마투이디)가 아르헨티나 미드필드를 초토화시켰다는 겁니다. 왕성한 활동량의 캉테와 마투이디,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패스와 볼키핑의 포그바. 신체능력에서 일단 압도를 해버리니 아무리 메시가 있는 아르헨이라고 해도 애매하더군요. 게다가 아르헨티나의 두번째 골은 정말 뽀록성이 강한 골이라......(물론 파바르의 멋진 골도 뽀록성이 짙다고 말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이미 큰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한 음바페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왜 프랑스의 신성이라 불리는지 증명했습니다. 반응속도와 차분한 마무리, 오프더볼 움직임 다 수준급이었습니다. 다만 4:2일 때 노마크인 그리즈만에게 패스를 실축으로 날려먹은 건 매우 아깝더군요.
아르헨티나는 뭐, 이미 인터넷상으로 엄청나게 까이고 있죠. 디발라, 이과인, 아구에로라는 무시무시한 공격진을 갖고 그걸 아예 안 써먹거나 후반 20분 정도만 기회를 주니......감독의 역량 중 하나가 가진 선수를 최대 활용하는 전술을 구상하는 것인데, 애석하게도 삼파올리 감독은 실패했습니다. 여기에 과연 메시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미지수죠(실제로 조별라운드 2경기 이후 선수들이 삼파올리 감독을 아예 무시하고 메시가 전술을 짠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월드컵마다 한 팀은 내분으로 작살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메시가 설령 직접 전술을 짰다면, 과연 자신이 공을 받은 후 앞에 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요상한 폴스9 전술을 짰을지는 의문입니다. 차라리 이과인이나 아게로를 처음부터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후반에 메시가 전처럼 두 명을 제낀 후 오른발 슈팅을 한 장면이 있는데, 전성기 메시라면 아예 앞으로 드리블해서 마무리했겠지만 메시의 슛은 무기력하게 요리스의 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시대의 막을 알리는 장면인 것 같아서 기분이 짠하더군요.
프랑스가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리면서 역동적인 플레이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 드디어 부합한 경기였던 같습니다. 정말 재밌더군요.
다만 프랑스에서 뤼카 에르난데스는 정말 정감이 안가더군요. 계속 징징대는 게 꽤 인상적(?)이다보니......
마지막에 오타멘디가 포그바에게 필살슈팅을 날린 게 다음 시즌 맨체스터 더비에서 포그바의 응징(과 퇴장)으로 이어지면 안 되는데......라는 맨유 팬의 생각으로 마무리짓습니다.
스페인 vs 러시아
세대교체 실패라는 대목이 생각나더군요. 스페인의 호프가 이제 국대 은퇴를 앞둔 이니에스타라니......이니에스타의 클래스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스페인은 정말로 공을 갖고 수면제 축구가 뭔지를 보여줬습니다.
피케는 뭐 가끔가다 뇌줄을 놓는 장면을 연출해온 게 사실인데, 이번에는 제대로 걸려 치명적인 피케이를 헌납했습니다. 그리고 원래부터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었는데 이제 나이도 먹어서 움직임이 처절한 수준이더군요. 더이상 부동의 국대주전 중앙수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공을 갖고 하는 게 없는, 잘못된 티키타카의 모습을 역력히 보여줬습니다. 스페인의 라인업을 보면:
디에구 코스타
아센시오-이스코-다비드 실바
부스케츠-코케
자, 여기서 상대를 휘저어줄 선수가 누가 보이시나요?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는 짧고 빠른 패스와 공 없이 무던히 움직이는 공격진과 미드필더가 중요한데, 어제 스페인은 오프더볼 움직임이 처참했습니다. 특히 맨시티에서 키플레이어인 다비드 실바는 머리카락과 함께 사라진 존재감을 선보였고, 코케 역시 아틀레티코에서의 활약과는 매우 비교되는 플레이로 스페인 팬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스페인은 한 가지 억울한 게 있을텐데, 후반에 분명히 페널티감이 하나 있었습니다. 라모스가 아예 프로레슬링스러운 태클을 당했는데, 그걸 인정 안 해주더군요.
러시아는 스페인이 공을 돌리지만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파악해서 공을 쫓아다니지 않고 정해진 지역을 방어하는 전략을 짜왔고, 이는 매우 효과적으로 통했습니다. 오히려 위협적인 기회는 러시아에서 몇 개 나왔으니......골로빈은 확실히 물건입니다.
마지막으로, 풋볼매니저의 패왕이었지만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전에서의 실수, 그리고 CSKA모스크바에서 떠나지 않는 커리어로 잊혀져가던 아킨페예프. 오늘만큼은 왜 FM에서 특급 골키퍼였는지, 그 능력을 십분 보여줬다고 봅니다. 과연 다음 라운드에서는......?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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