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자화상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찾았다. 수성아트피아 내 호반갤러리 & 멀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인>을 보기 위해서였다. 수성아트피아 김형국 관장은 이번 기획전을 “지역에서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개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자 지역기획자 활동 지원을 위한 취지로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
수성아트피아는 예술감독으로 아트스페이스 펄의 김옥열 대표를 선정했다. 김 대표는 대구지역을 기점으로 20여년 넘도록 꾸준히 전시기획을 하고 있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아트스페이스 펄은 내년이면 10주년이 된다.
김옥열 예술감독은 “21세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이중의 소통 구조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속도와 공간적 거리감이라는 차이 속에서 더 깊은 소외가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현대인>의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이번 전시 ‘현대인’은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 속의 인물, 익명의 현대인의 표정이 담겨 있는 작품을 회화, 조각, 설치를 통해 현대인에 대한 시선에 ‘나’ 혹은 ‘너’를 투영해 본다.”
김옥열 예술감독은 기획전 <현대인>에 김건예, 김윤섭, 박형진, 서옥순, 이원경 등 5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기획전 <현대전>은 앞에서 중얼거렸듯이 호반갤러리와 멀티아트홀에서 열렸다. 호반갤러리에는 김윤섭을 제외한 4인방의 작품들이 전시된 반면, 멀티아트홀에는 김윤섭의 솔로전으로 전시되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들과 형이 막내 김윤섭에게 단독 공간을 준 것이다. 사랑스런 누나들과 형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룹전 경우 대부분 전시공간을 두고 작가들 사이에 예민한 신경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초대한 5인방은 이미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난 김건예를 제외한 4인방의 작품들을 이미 보았고 간략하게나마 포스팅도 했다. 물론 난 작년에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열린 서옥순의 개인전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최근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우리시대 여성작가들>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았다.
덧붙여 난 예전부터 그녀의 작품들을 줄곧 눈여겨보았고, 내가 기획한 전시에 그녀를 초대하기도 했었다, 물론 간략하게나마 그녀의 작품에 대한 언급도 했었다. 따라서 난 이곳에 김건예 작품에 관해서만 간략하게나마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김건예? 김옥열 예술감독의 말에 의하면 ‘김건예’는 본면이 아니고 아티스트네임이라고 한다. 그럼 ‘건예’의 뜻은 무엇일까? 김 감독 왈, “건강한 예술!” 난 ‘건’강한 ‘예’술의 작품을 이번 <현대인>에서 처음 보았다.
김건예의 작품들은 섹시한 여성들을 그린 그림들이었다. 물론 ‘꽃미남’도 한 점 전시되었다. 오잉? 그런데 그 섹시한 걸들과 ‘꽃미남’이 마치 베일(veil)에 가려진 듯 표현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난 그녀의 베일을 벗겨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난 그녀의 건강한 예술세계에 한 걸음 더 들어가기 위해서 일단 도록에 제공된 그녀의 약력을 살펴보았다. 김건예는 1990년 중반 독일로 유학길을 떠나 2002년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에서 일종의 대학원 과정인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졸업한다.
그녀는 졸업 후 '카스파-모아' 아틀리에 도시장학금, 바덴-뷰르텐베르크 주 미술협회 장학금 등을 받아 독일에서 작가활동을 하다가 2008년에 귀국한다. 2009년 김건예는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회화적 그물망>이라는 타이틀로 귀국전을 개최한다.
그 이후 그녀는 매년마다 개인전을 꾸준히 열었다. 그녀의 마지막 개인전은 2015년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열린 <샘>이다. 난 대구에서 부천으로 컴백한 후 온라인을 통해 ‘김건예’를 검색해 보았다.
2009년 물이 흐르는 강변을 걷고 있는 여성(‘기억의 바다-I’)은 2010년부터 일명 ‘나쁜 여자(Bad Girl)’로 변신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나쁜 여자’가 기존 남성의 시각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시각으로 보자면 ‘건강한 여자(Good Girl)’가 되는 셈이다.
그 사례로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껑충 뛰어 남자의 품에게 와락 안기는 모습을 그린 김건예의 ‘Grid_R’(2010)과 안개가 흐르는 강변에서 검정 장화를 신은 검정 패션을 한 여자가 배의 속살을 살짝 노출하여 왼손을 바지 안으로 집어넣은 모습을 그린 ‘Grid_woman’(2010)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김건예는 수성아트피아 신예작가 발굴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개최된 개인전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Royal Straight Flush)>에 ‘건강한 여자’를 한 걸음 더 들어간 작품들을 전시했다. 머시라? 한 걸음 더 들어간 ‘건강한 여자’의 모습은 어떤 것이냐고요?
짧은 원피스를 입은 플레이걸(Playgirl)을 그린 ‘SPADE 10’, 알몸의 여성이 앞치마만 입고 탐스런 뒤태(hip)를 뽐내는 포즈를 그린 ‘Ace Spade’, 알몸의 여성이 풍만한 유방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을 그린 ‘Ace Heart’ 등은 이전의 ‘건강한 여자’의 모습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갔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김건예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여성이 두 손으로 치마를 걷어 올려 노펜티의 음부를 폭로하는 ‘Ace Club’에 다다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김건예는 그 여성들을 지나가면서 중얼거렸듯이 베일에 가려진 듯 표현해 놓았다.
여기서 말하는 ‘베일’은 정교하게 묘사한 인물의 형상 위에 다시 그물망식의 붓질을 여러 겹으로 겹치게 표현한 것을 뜻한다. 따라서 베일에 가려진 여성은 마치 망사로 이루어진 커튼 뒤에 숨은 인물의 형상처럼 보인다.
따라서 관객은 흐릿한 형상만 보게 된다. 왜 김건예는 섹시한 알몸의 플레이걸을 마치 안개에 가진 것처럼 흐릿하게 표현해 놓은 것일까? 혹 그녀는 특히 남성 관객의 관음증을 박탈하기위한 것이 아닐까?
그 점은 모델의 시선에서 더 명확해 진다. 흥미롭게도 여자 모델의 시선은 한결같이 나, 즉 관객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관객)은 치마를 걷어 올려 음부를 폭로한 플레이걸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훔쳐볼 수 있을까?
더욱이 음부를 폭로하는 여성을 그린 그림을 공공적인 공간인 갤러리에서 관음을 즐길 수 있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건예의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녀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로 관객의 관음증을 박탈하는 것이 목표였을까?
김건예는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오늘날 현대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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