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살생부(마강래, 2017) :: 택지개발과 도시재생이라는 자충수

in #kr-book7 years ago (edited)

저는 경북의 중소도시, 영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라 애정이 남다릅니다.


자료 : 경북매일신문

1990년대 중반, 그곳은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노태우정권의 200만호 주택공급 정책과 맞물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주거 여건이 개선되자 주변 군지역의 인구를 흡수하였습니다. 저도 그 즈음에 봉화산골에서 다시 영주로 돌아왔습니다. 그 시절의 도시 확대 정책은 확실한 수요가 뒷받침되었습니다.

1994년 당시, 전학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초등학교 교실에 60여명의 학생이 들어차며 1970년대 교실을 재현한 듯한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주민등록기준 영주시 인구 추이]

자료 : 국가통계포털

하지만, 그 후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급기야 영주시는 30년 뒤에 소멸될 수도 있는 도시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인구 감소의 원인은 자연적원인과 사회적원인으로 나뉩니다. 자연적 원인은 사망인구가 출생인구보다 클 때 나타납니다. 영주시의 고령화 현상은 자연적 원인에 따른 인구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연령대별 영주시 인구현황]

자료 : 영주시청, 도시기본계획

현재, 영주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유출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중에 한명입니다.

사회적 원인은 일자리, 결혼 등의 이유로 유출되는 것을 말합니다. 영주시는 농축산업을 제외하고 주력 산업이 부재합니다. OCI, KT&G 영주공장, 노벨리스코리아가 제조업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으나, 미약한 수준입니다.

공공기관의 기능 분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 영주지방철도청이 경상지역의 철도행정을 총괄하였으나, 1999년말 지방철도청이 폐지되면서, 그 기능이 대구본부, 부산경남본부, 경북본부, 충청본부로 각각 이전되면서 그 규모 또한 축소되었습니다.

이렇듯 악재가 겹치면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주시의 도시기본계획은 인구 변화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주시 도시기본계획 2020에 따르면, 2020년 인구추계는 15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도시기본계획이 한차례 수정되었으나, 인구추계만큼은 기본계획의 '계속성'을 강조하며,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강래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밋빛 인구전망'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어느 민선 시장이 자신의 임기내에 도시가 위축될 것이라고 인정할까요.


자료 : 영주시청, 도시기본계획

하지만, 앞선 자료에서도 나타나듯, 2017년 인구 11만명 선이 무너졌고, 2020년에는 10만명을 하회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잘못된 인구 추계는 도시 계획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자료 : 다음지도

기존의 영주시 도심은 X축의 선형으로 구성된 도시였습니다.(붉은색 박스 안)

원래 이 정도 규모의 도시는 I축의 선형으로 구성되는게 일반적입니다만, 영주시는 대홍수를 겪으며 독특한 구조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 이전에는 철도를 따라 형성된 북쪽 삼각형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였습니다. 1961년 대홍수 이후, 시청과 영주역이 남쪽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남쪽지역이 '신영주'로 개발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남쪽 신도심은 주거지역, 북쪽 구도심은 상업지역으로 형성되었습니다.

X축 끝자락에 있는 주거지에서 중심부로 동선이 구축되어 있었고, 대중교통도 선형축을 따라 단순하게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강서쪽에 대규모 택지지구가 개발되면서 도심 구조가 변경되기 시작했습니다.


자료 : 다음지도

대규모 택지개발(파란색 박스)로 도심은 원형 구조로 변경되었습니다.

다행히(?) 2015~2016년 부동산 경기호조를 타고, 미분양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1인 가구도 늘어났고, 영주 외곽 지역에서 도심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신규 주택공급을 받아주었습니다.

그러나, 인구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주택만 늘어났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심은 팽창했지만, 인구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공간의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도심 내 동선도 기존의 선형에서 원형으로 바뀌면서, 동선도 비효율이 되었습니다. 아니, 사실 동선이 원형이 되었다기 보다는, X자 축에 다리가 하나 더 달린 기형적인 모양이 되었습니다. 주거지가 3개 구역으로 분산되면서, 대중교통 체계가 애매해졌습니다. 인구가 감소해서 대중교통 채산성은 떨어지는데, 운송 지역이 늘어나면서 비효율이 증가한 겁니다.

상권 역시 분산되었습니다. 영주시의 특수한 상황에 맞추어 구도심은 유통업 위주의 상가, 신도심은 외식업 위주의 상가로 재편되어 있었습니다만, 강서 쪽에 가흥택지지역 개발으로 외식업을 영위하는 상가들이 대거 들어왔습니다. 신도심이 신규택지지역에 수요를 빼앗긴 겁니다.

책에서는 지방 토건세력의 입김으로 무분별한 택지개발이 자행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더 나아가 그들의 사욕 추구가 지자체의 성장욕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나타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도시 구조는 선형이 효율적입니다.

주거지역에서 상업, 업무지역으로의 동선이 간단하고, 대중교통 등 사회간접시설 구축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지방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압축도시전략과 적정규모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1)빈집은 부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2)새롭게 개발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것을 활용하며, 3)지역 특색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방도시를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지방을 살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택지개발과 기존의 도심재생방식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비효율을 낳게 됩니다. 이미 지방의 1인당 예산은 대도시의 1인당 예산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지방은 대도시에 비해 1인당 필요한 수도관, 전기선, 도로가 더 길기 때문입니다. 지방도시도 대도시와 같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면서, 공연, 체육, 주거시설 확충에 몰두한다면, 그 시설들은 시간이 흘러 돈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곧 대도시와 지방도시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인구를 모으고, 공간과 재정 비효율성을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압축도시 전략에도 뚜렷한 성공모델이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여전히 높은 인당 재정비용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자료 : 영주시청, 도시기본계획

사람들은 흔히 은퇴 후 고향에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던 고향은 3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이 정겨운 모습으로 남아있을까요? 처참히 쇠락하여 스산한 기운마저 감도는 도시가 되어 있을까요?

조금은 작아도, 정겨운 옛골목이 살아있는 그런 도시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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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무량수전으로 가즈아!!! ㅋㅋㅋ (혹은 볼빨간 사춘기~ 잇힝)

ㅋㅋㅋ 관광 밖에는 없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시원찮아서......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하루에 한가지 소원만을 들어주는것처럼
짱짱맨도 1일 1회 보팅을 최선으로 합니다.
부타케어~ 1일 1회~~
너무 밀려서 바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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