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인가, 아닌가...

in #kr-diary4 months ago

 나는 좀처럼 병원을 가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의료보험은 나와 같은 사람(희귀난치성 질환자)을 위한 것인데 나는 조금도 수혜를 받고 있지 않다는 농담을 한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병원을 한번도 가지 않았으니 분명 평균보다 한참 아래이긴 할 것이다. 나름대로 명분은 있다. 병원을 가지 않아도 해결될 문제를 굳이 병원을 찾으며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할 비용을 낭비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불쾌한 경험도 꽤 많았다. 내가 희귀난치성 질환자라는 걸 알면 의사들은 최대한 소극적으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아무 처방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은 그럴 때면 "네가 의사냐?"며 제발 병원을 가라고 한다. 내가 가져가지 않는다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게 아니라, 내 몫을 다른 누군가가 낭비할 뿐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때로는 나를 안아키라 부를 때도 있다.
 내가 조금 과하게 병원을 가지 않는다는 자각은 있다. 꽤 아플 때도 시간 지나면 낫는다는 느낌이 있으면 병원을 가지 않는다. 덕분에 뼈에 금이 갔을 때도 하루가 지나서 통증이 줄어들기는 커녕 늘기만 한다는 걸 느끼기 전까지는 병원을 가지 않았고 그와 비슷한 경험이 또 몇 번이나 있었으니 분명 병원을 덜 가긴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지켜보는 시간을 길게 갖지 않고도 얼른 병원을 가는 경우도 많다. 이건 자연적으로 나아질 수 없다고 느끼면 딱히 볼 필요도 없이 곧장 병원을 간다. 아마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았던 21년에 그랬었다.

 이번에 생긴 문제는 가려움이었다. 꽤 참기 어려운 가려움증이 생겼다. 나는 가려워서 긁고, 긁어서 생긴 미세한 상처 때문에 더 가렵다고 판단했고 항히스타민제로 가려움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견디기 힘들지 않다. 문제는 약효가 떨어졌을 때 견디는 게 꽤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내 생각과 현재 상황을 전달했다. 의사는 환부를 보려고 하지도 않고, 상처가 생겨서 그렇다며 앞으로도 항히스타민제를 꾸준히 먹으라고 했다. 대신 견디기 힘들 때는 복용량을 늘려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었다.

 내심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획기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단이 있길 바랐다. 내 생각이 옳았다는 걸 확인하는 게 언제나 유쾌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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