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오랜만에 성적표를 찾아보고 떠오른 생각

in #kr-diary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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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대학교 성적표를 찾아봤다. 그 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복수전공도 하지 않았고, 단일전공으로 학사과정을 마쳤다. 아마도 복수전공이 의미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수능점수에 맞추어서 입학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공부만 하고 놀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대학생활에는 부모님의 간섭을 받기 싫었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기 위한 점수를 받는 것이 목표였었다.

#2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고등학교 비평준화 정책이 시행중이었기 때문에 고입선발고사를 통해서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수능시험과는 다르게 각 지역마다 배점이 달랐고, 내신과 선발고사 점수를 합산해서 평가했었다. 전문계 고등학교 지원을 먼저 받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중위권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지금은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3

중학교를 다닐 때 고입선발고사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애매한 점수를 받으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야할 수도 있는 이상한 제도였다. 내신점수도 합산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열심히 공부해야하고, 중3 겨울에 치르는 고입선발고사도 준비해야했다. 부모님의 기대를 받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는지 중학교 2학년 때, 잠시 동안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겠다.)

#4

다행히도 고등학교는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곳에 입학할 수 있었다. 다음 문제는 대학교였다. 전국의 고등학생과 재수생이 함께 치르는 수능시험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중학교를 다닐 때는 나름 전교 상위권에 있었는데, 비평준화로 인해서 동네에서 잘났다고 소문난 학생들을 하나의 고등학교에 모아놓으니 엄청난 열등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내신점수는 포기하고 수능점수만 반영되는 정시모집에 올인하기로 했었다.

#5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황장애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다행히 약을 한 번 처방받고, 수능시험 때 까지는 증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수능시험은 여지없이 다가왔고, 실제 수능점수는 모의고사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지방거점국립대학교에 추가합격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6

나는 깊게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다. 그래서 5지 선택형시험보다 서술형시험이 나에게는 비교적 마음에 들었다. 뭐, 그렇다고 시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은 항상 틀릴 것에 대한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정답을 맞추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7

이제는 의미가 없어져버린 성적표를 보고 있다보니 허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종종 생각에 잠기는 것을 즐겼었고, 그것을 정리해서 남들에게 보여줄 때 행복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아버지께서는 그 모습을 보시고,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잘하는 것을 공짜로 알려주지 마라."

#8

스팀잇에서는 글을 작성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알게된 것, 배운 것들을 대가 없이 설명해주던 나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물론 관심을 적게 받으면 보상도 적게 받지만, 보상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괜찮다. 평소에 생각이 많아서 걱정도 많이하고, 뜬금없이 혼자서 웃기도 한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기 위한 공간에서 다른 스티미언과 소통도 하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100% 이상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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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엄청 좋네요. !!!
대 to the 박!!
근데 집 나와서 잘 있어요?? 걱정. ㅠㅠ

대박까지는 아닙니다.ㅋㅋ
몸은 좀 불편해도 마음은 아주 편합니다! 감사합니다. :D

음~~~ 어릴때부터 공부를 잘하셨군요!!
거기다가 서술형을 좋아하셨다니...ㅋㅋㅋ 저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그나마 시험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그랬을까요?ㅎㅎ

성적표 ... 긴장하게 하는 물건이죠.
참 새삼스럽네요. 회사와서 이제 끝났나 했더니 인사평가가 있더라구요. 그래도 예전 성적표에 비해면 뭐~~

혼자 사는게 아니라면 성적표는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ㅠㅠ

중학교 때 블로글 하셨으면 중학교 나온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은데 고입선발고사가 오래동안 남아 있는 지역에 계셨나보네요, ㅋㅋㅋㅋ 나이 추리 중 ㅋㅋㅋㅋ

스티밋에서 백퍼센트 만족한다니 제가 다 기쁩니당! :)

정답은 27살입니다.ㅎㅎ
스팀잇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네요! :D

애기애기네요 아직 :)

그래도 공부 잘하셨네요 ^^

감사합니다. :D

아.. 전 학사경고 2번연속... 3학기째 간신히 면하고..
또 경고.. ^^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ㅎ

대학생활을 열심히 즐기셨군요! 부럽습니다.ㅎㅎ

오...!! 공부 엄청 열심히 하셨나보네요
성적이 가면 갈수록 좋아지시네요!!

감사합니다. :D

어느곳에 있던지 지금을 즐기시기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는데말이죠ㅎ

행복에 순위를 매기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합니다.ㅎㅎ

성적이 점점 좋아지시네요ㅎㅎ
한손님 집나와서 식사는 꼭챙겨드세요!!

밥은 잘 먹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