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소설 읽기] 내 수준에 맞는 영어 소설 고르기 - 매직 파이브

in #kr-english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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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대문을 만들어주신 @kiwifi 님 감사드립니다!!


영어 소설을 읽으려면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일단은 "쉽고 재미있으며 비교적 짧은 (200 페이지 내외) 현대물"을 고르는 게 가장 안전하다. 섣불리 잘못 골랐다가는 내 수준보다 너무 어려워서 한 페이지도 채 읽지 못하고 다시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꽂아놓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럼 어떤 책이 내게 맞는 책일까? 내게 꼭 맞는 책을 고르려면 이 방법을 써보자.


내 수준은 초등학생? 중학생?


쉬운 책을 고르는 흔한 방법은 아이들 책을 고르는 거다. 어린아이용이니까 당연히 쉬울 것 아닌가. 사실 아이들 책도 만만치가 않아서 중학생 도서만 해도 무척 어렵고, 초등 고학년 도서도 초보자에게는 읽기 버거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나온 동화책이라면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도 두개씩이나. 우선은 아이들용 책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뽀로로가 아무리 재미있다 한들 'SKY 캐슬'이나 '미스터 션샤인'만 할까. (뽀로로를 무시하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뽀로로도 재미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른들 취향엔 배신 때리고, 모함하고, 격렬하게 사랑하고, 누구 하나 죽어나가고 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두번 째 단점은? 책이 어린이용이라는 건 그 나이 아이들에게 권장할 만한 내용이거나,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 그 안에 나오는 단어마저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 동화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어 초급을 배운 외국인이 동화를 읽겠다고 '흥부전',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이 나오는 전래 동화책을 골랐다면 그에겐 이 내용이 쉬울까?


초가집, 기와집, 박을 타다, 선녀, 광주리, 동아줄...


'한국어 초급 회화'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런 단어들 때문에 한국 전래 동화는 무척 어렵게 느껴질 거다.

비단 전래 동화만이 아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기 때문에 현대물의 경우에도 학교나 또래 집단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미국의 학교 시스템, 아이들이 사용하는 어휘, 학생들의 문화 등을 모르면 책을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 어떤 것이 내 수준에 맞는 책인가?


손쉽게 알아보려면 매직 파이브!


가장 손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책을 아무 곳이나 펼친 후 왼쪽, 오른쪽 두 페이지를 훑어보면서 자신이 모르는 단어를 세어보는 거다. 그렇게 해서 모르는 단어가 두 페이지에 걸쳐서 5개가 안 될 경우 그 책은 자기 수준에 딱 맞는 책이다. 이게 바로 '매직 파이브' 비법이다.

하필 내가 펼쳐본 곳이 유난히 쉬운 부분이었을 지도 모르니 한 두어군데 정도 더 펼쳐봐서 자기가 모르는 단어가 5개가 되는지 훨씬 넘는지 살펴보자.

책장을 훑어봤을 때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을 경우는 자신의 수준보다 무척 쉬운 책이다. 자신이 이미 아는 단어와 문법 지식을 동원해 '독해' 자체를 연습하기에 좋다. '독해'를 처음 시도하는 왕초보에게 알맞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독해가 조금 익숙해진다면 이것보다는 한 단계 더 높여서 읽어야 공부가 된다. 공부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냥 책이 재미있어서 보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모르는 단어가 5개 정도일 경우는 현재 자신의 수준에 딱 맞는 책이다. 본문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해볼 수도 있고, 사전을 찾아보더라도 책의 흐름이 많이 끊기지 않으며,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있어서 공부도 된다.

모르는 단어가 5개 이상, 특히 10개 이상일 경우는 자신에게 무척 어려운 책이다. 모르는 단어가 워낙 많아서 문장에서 유추하기도 쉽지 않고, 일일이 사전을 찾는 것도 귀찮을뿐더러 그렇게 하다간 글의 흐름도 놓치게 된다. 십중팔구 두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확률이 높다.

사실 이 방법도 완전히 정확한 건 아니다. 슥 훑어보면서 자신이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라고 했는데, 그렇게 봐서는 안 드러나는 어려운 단어들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give, away, in, see, off, hands, down은 쉬운 단어들이다. 그래서 책장을 넘겨봤을 때는 모르는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각종 구동사와 이디엄(숙어)들이 나온다.


give away: (비밀 등을) 누설하다
give in: 항복하다, 굴복하다
see off: 배웅하다
hands down: 쉽게, 의문의 여지 없이


이런 구동사와 숙어들을 모르고 있었다면 다 아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전혀 해석이 안된다. 또한 실전에 적용되는 문법을 몰라도 해석에 걸림돌이 된다. 모르는 단어가 없으니 쉽다고 생각해서 고른 책도 막상 읽어보면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내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객관적인 방법은 없을까?


보다 객관적인 Lexile 지수


영어 원서의 수준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렉사일(Lexile) 지수를 살펴보면 된다. 렉사일 지수는 영어 읽기 수준을 객관화해서 나타낸 것으로 책의 난이도와 자신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다. 숫자 뒤에 L을 넣어서 표시하는데 (예를 들면 1240L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점수에서 100점 낮은 지수에서 50점 높은 지수 사이의 책이 자신에게 딱 알맞은 책이라고 한다. 즉, 적당히 쉬워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적당히 어려워서 새로운 단어를 익힐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출처:렉사일 홈페이지)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독서 수준에 맞춰 등급을 나누는데 그 등급에 따른 렉사일 지수도 알 수 있다. 그럼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냐고? 걱정 마시라. 반드시 내 렉사일 지수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일단은 자신의 독서 수준이 초등 몇 학년인지 알아보고, 거기에 따른 렉사일 지수를 대략적으로 유추해보면 된다.


(출처:스콜라스틱 홈페이지


위 표는 미국에서 유명한 아동 도서 출판사인 스콜라스틱 홈페이지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경우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독서 능력은 초등 2학년이 420~620, 초등 3학년은 620~820, 초등 4학년은 740~875, 초등 5학년은 875~1010, 초등 6학년은 925~1010이다. (렉사일 지수는 200L부터 1600L까지 있지만, 이 표에서는 유치원(kindergarten)과 초등 1학년에는 렉사일 지수를 적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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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렉사일 홈페이지


반면 위의 표는 렉사일 홈페이지 자체에서 제공한 것인데, 실제 학생들의 렉사일 지수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낮은 점수는 하위권에 속하는 아이들, 가장 높은 점수는 상위권에 속하는 아이들의 점수다. 아마도 그 숫자의 중간쯤이 평균치 정도 될 것이다.

영어 원서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의 경우는 초등 2~3학년 정도(550L~ 600L)의 책으로 시도해보는 게 좋다. 이 책도 어려웠다면 수준을 더 낮추고, 이 정도가 익숙해졌다면 수준을 더 높여보는 거다.

그렇다면 내가 읽으려는 책의 렉사일 지수가 얼마인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는 렉사일 지수 찾아보는 법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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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파이브 비법? 이런게 있군요... 전 영어가 무서워 책을 못펼쳐서...ㅎㅎ 정말 졸업후로 영어책을 본적이 없는것 같아요!!

독거님 덕분에 번역가들이 먹고 삽니다! :)

좋은 팁 감사합니다 ㅎ 원서책도 도전해 보고 싶은데.... 한글 책도 안읽는 놈이 무슨... 이라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ㅎㅎ 그나저나 저러한 정량화된 데이터가 있으니 좋네요

네. 정량화되어 있어서 좋지요.
또 하나 좋은 점은 정량화된 데이터를 이용해서 아이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이를 '도와주는 도구'로 사용하지요.
넌 학년에 비해 렉사일 지수가 낮구나, 하고 평가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기준을 못 따라가면 그 레벨의 책을 많이 추천해줘서 아이가 읽고 평균적인 지수를 따라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도와줘요.

렉사일 지수 찾는 법 궁금하네요. 일전에 찾아봤을 땐 유료였던 것 같아서요.

본인의 렉사일 지수를 확인하는 건 유료라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굳이 정확한 수치를 알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해요..)
다음에 알려드린다는 건 "책"의 렉사일 지수가 어디에 나와있는지 알려드린다는 뜻이었답니다. ^^;
원서를 2,3권 읽어보면 자신의 대략적인 렉사일 지수를 추측할 수 있을 거예요.

아. 제가 잘못 읽었네요 ㅎㅎ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

어흑 수준에 안맞는 책 보고있는데 너무 괴롭습니다.

근데 너무 재밌어서 그만둘수도 없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 느낌 압니다. ㅎㅎㅎ
그런 책은 몇 년 뒤에 다시 읽어보면 감회가 새로워요. 내가 이걸 몇 년 전에 어떻게 해석했지? 싶어서. ㅎㅎㅎ (물론 몇 년 사이에 영어 실력이 늘었다는 전제 하에.. -_-;;)
고참님이 읽으신다는 너무 재미있지만 어려운 책이 뭔지 궁금하네요.

스티븐킹의 미스터 메르세데스요. 헤헤...

아이에게 알려주겠습니다. 매직파이브..ㅎㅎ

유용한 정보 계속 알려드릴게요. ^^

흠... 매직파이브에 들어오는 책이없으면 포기하면 되는건가요? ㅡ.ㅡ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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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단어가 5개를 넘어도 너~~~무 재미있으면 사전을 찾는 수고를 하더라도 읽기도 하지요. ^^;
하지만 조금만 찾아보시면 쉬운 책 중에서도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어요.
특히 요새 아이들용 동화(전래동화나 그림동화, 고전동화 말고요)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으니 잘 찾아보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걸 고르실 수 있을 겁니다.

매직 파이브,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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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책의 난이도를 평가하기엔 좋더라고요. :)

렉사일 지수..는 좀 어렵지만 매직파이브는 되게 좋은 방법같네요ㅎㅎ

쉽고 간단하게 책의 난이도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죠.
렉사일 지수는 좀 복잡하지만 좀 더 객관적인 방법이고요.
그런데 렉사일 지수는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찾아봐야 해서, 저도 주로 매직 파이브를 사용해요. ^^

브리님 글에 정성이 빼곡히 들어 있네요~^^

고맙습니다. 저도 처음 원서를 읽을 때 찾아헤맸던 정보라서요.
저처럼 원서 읽기에 도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해요. ^^

매직 파이브~
간단하고 바로 해볼수 있고 최고네요!

네. 처음 원서 고를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