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교실-2
4월 9일이 당근이의 첫 등교날이었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이 오라고 한 시간에 맞추어 교실에 들어갔다.
아들은,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었다.
아.... 가방도 내려놓지 못하다니....
뭔가가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
아들이 처한 교실 환경이 도대체 어떻길래.... 가방조차 내려놓지 않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자 두려워졌다.
이 아이를 계속 학교에 보내도 되는 것일까.
특수학급에 들어갈 수 있는 학교로 전학을 해야할까.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주기에 집에선 멀쩡하고 총명한 면도 있는 아이가 교실에선 사람의 아 이가 아닌 영장류의 새끼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같은 반 아이들이 이 아이를 무시하거나 괴롭혀온 것은 아닐까.
잠깐 사이에 나는 이런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앉을 의자는 아들의 책상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바로 옆에서 돌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엉망진창이란 말인가.
의자 위치 하나에도 필요이상의 걱정을 하게 되었다.
아이는 많이 산만했다.
공부시간인데 교과서를 책상에 올려놓지도 않았고
필통은 아예 책가방 안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원숭이 같이 '끽끽, 꾹꾹' 이런 소리를 내며
내 손을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기를 원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은척, 차분하게
공부시간에는 조용히 해야한다고 조용히 말해주었다.
그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담임선생님의 말투는 건조했다.
유치원 선생님처럼 친절하고 예쁜 말투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상냥하게 말해도 될텐데....
선생님의 목소리는 감정이라는 것이 빠진 기계음 같이 들렸다.
그 날 수업시간 내내
선생님은 아들의 이름을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다.
모든 수업활동에서 아들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었다.
아들이 원숭이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들의 교실이 아들에게는 너무 무서운 공간인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에 나는 입학식 때 받은 화분이 잘 자라는지 궁금해서 창가로 갔다.
아들의 이름표가 붙어있는 화분의 식물이 다 말라죽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식물은 모두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내 아들이 교실에서 이렇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식물이 아들인 것만 같아서 화나고 속상했다.
내가 담임이라면, 아이 몰래 물을 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담임선생님이 이렇게 매정할까..
어쩌나....
어떡해야 하나......
이런 아들에 비해
다른 아이들은 모두 똑부러지게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랐다.
친구를 도울 줄도 알았고, 칭찬도 주고 받았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분위기를 띄울 줄도 알았다.
내 눈엔 모두 엄친아, 엄친딸로 보였다.
내 아이, 내 아들만 외로운 섬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엄마가 왔으니까 이제 괜찮아.
엄마가 도와 줄게.
선생님이 몰라 봐도, 아이들이 너를 몰라 봐도 상관없어. 엄마는 너를 믿으니까.
나는 걱정과 불안과 부러움, 그리고 담인선생님에 대한 서운함에 휩싸여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려웠다.
첫날의 내 판단이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수요일이었다.
아들의 교실 두 번째 이야기는
당근이가 아들의 교실에 들어갔던 첫날의 이야기입니다.
그날은....너무나 아프고 슬프고 속상하고 화가 났기 때문에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농촌에서 험하게 자라서
이런저런 시련에도 꿋꿋하게 버텨온 당근이이지만
자식의 일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집니다.
그러한 당근이 자신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 덜해지겠지요...?
사실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습니다...ㅎㅎ
앞선 이야기에 위로와 격려-댓글과 보팅으로-를 보내주신 이웃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마운마음은꽃으로전하라하기에.....^^
춘자이야기를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몇 줄 쓰다가 말았습니다.
아들 이야기를 얼른 털어놓고 싶었나봅니다..
춘자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오늘은 끝!
누가뭐래도 엄마는 자식을 믿는다는 말이 너무 공감이 가고 그래야만할것 같네요..♡
자식을 조건없이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부모는요...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반성을 해봐야겠지만요...
기분 좋은 일이 줄줄이 알사탕같이 이어지는 하루가 되시길~!!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살갑게 대해주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겠지요.. 라고 생각하면서 읽다가...
그럼~ 역시 그것도 다 알고 계시겠지~ 그래서 더 힘들고 속상하셨으리라....
당근이 아드님 별칭이었군요. 학교모습에 마음 쓰셨겠어요. 응원드립니다. 선생님님들이 조금만 더 다뜻하게 감싸안아주면 좋을텐데...당근이가 잘 성장하길 기도합니다.
당근이도 첫사회생활 학교에 열심히 적응할수 있을거라믿어요. 당근이에겐 든든한 엄마가 있으니까요. 당근이가 하나둘씩 배울때마다 튼튼한 버팀목이되실것같아요.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를ㅠㅠ 놓치고 있었네요.
언니 지금은 좀 어때요? 잘지내요?
ㅠㅠ하아.....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