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0.35 과거
작년 10월, 고향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틀간 고향에 있게 되었는데, 마지막 날에 시간이 좀 남아서 내가 10여년 전에 살았었던 한 동네를 제 발로 찾아갔다. 그러고는 그 동네 주변을 한없이 걸었었다. 내가 살았던 때와 다르게 동사무소도 생기고, 점포들이 다 바뀌어 있었다. 분명히 내가 살았던 곳이었는데, 마치 그 때는 내가 이방인이 된 것만 같았다. 내가 처음 입학해서 다니던 초등학교도 잠시 다녀왔다. 내가 다니던 산책로는 안전상의 이유로 다 막히고 말았다. 뛰노느라 바빴던 방과시간이 생각났고 이내 나는 슬퍼졌다. 저녁 시간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안에서는 그나마 몇 안되는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참 변하기는 했나보다. 그 때 나를 가르쳤던 분들은 잘 지내실까? 아직도 교정에 남아 계실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된 나를 보신다면 꽤나 놀라시겠지. 학교 를 한 바퀴 빙 둘다가 내가 살던 곳 앞에 바로 위치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켰다. 동네가 같은 듯 너무 달라져 있는 모습에 꿈을 꾸는줄 알았다. 카페에서 나와 많은 생각들을 품에 안은 채 나는 혼자 SRT를 타러 갔다. 그 때 이 글을 쓰고 싶었지만. 꽤나 심정이 복잡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내가 20년 뒤에 이 동네를 다시 방문했을 때, 지금 이 동네에 살았던 사람도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다. 그 동네에서 항상 좋은 경험만 있었던것은 아니다. 가끔 아픈 기억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동네와 재회하기를 망설였다. 그러나 나는 용기내어 이 곳에 왔다. 그래서 지금은 그러한 아팠던 기억들을 누군가에게 그땐 그랬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 이후에 내가 겪었던 과거들도 밝지는 못했다. 그래도 잊고 싶지는 않다. 그대로 무뎌져 가는 것보다는 그 때의 감상들을 마음 속에서 끄집어 내려 치료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 상처가 언제 완전히 치유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라는 믿음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또다시 내가 이 곳에 왔을 땐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을지 궁금하다. 당당해지고 싶다. 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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