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어떠한 문장도 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요새는 어떠한 문장도 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우울이 멎어든 탓일까요
이러한 사실마저도 저를 갉아먹는 요즘입니다.
저의 비극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저를 잉태하고 만들어낸 분들조차 저의 나락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피지 못한 채 죽고 싶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우울의 괴리감이 너무나도 깊습니다.
그릇은 차가워지고 밥알은 말라갑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게, 이렇게도 힘든 일인걸까요.
아빠의 비극에 오금이 저립니다.
저 역시 아빠의 비극을 물려받게 될까요?
양이 한마리도 세지지 않는 밤입니다.
제겐 동질감을 느낄 장소가 존재하지 못합니다.
한참을 방황한 탓일까요.
스무살 무렵부터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글 속에 제 모든걸 담았습니다.
때론 제 글에 제가 무너지기도 하며 수많은 하늘을 지나쳐 왔습니다.
또다시 우울이 깊어질까 두려운 밤입니다.
피지 못하고 죽는다는 게,
불합리해 지는 날이 오긴 올까요?
우울의 이유가 명확하지 못한 이들이 그립습니다.
우울의 이유가 명확해지지 않는 날이 오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