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 많은 이야기를 건네지 마

in #kr-po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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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 많은 이야기를 건네지 마
언어는 쌓여야 해
한줄씩 길어져야 하는 거야
한겹이 깔리고 또 그 위에 한겹이 덮이고
짧고 컴컴한 두 개의 터널
두 개만 통과하면 되는 거야
그 이후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 눈앞에는 터널이 나타났고
우리는 우리의 방어기제를 지키며 이 터널을 무사히, 지나가기로 한 거야
뭉쳐있던 울분 같은 거야
쌓여있는 것들을 뱉어내고,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이건 아무것도 아닌거야 이건 아무것도 아닌 거야
이건, 아무 것도 아닌 거야. 하며
허공을 유영했어
어제는, 남극에 다녀왔어
나는 수많은 눈들을 피해 탐험을 시작했고
손가락은 하나씩 얼기 시작했어
끝이 썩어가는 손가락을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지
아, 여기는 남극이야 진정한 나-ㅁ-그-ㄱ
도끼가 필요했고 그것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어
보이지 않는 곰과 추위를 타지 않는 코끼리와
나는 도달한거야, 우리의 세계의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