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나아가 모든 부동산 개발에 대한 질문
이장규 _ 노동·정치·사람 운영위원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주장한 성남 대장동 개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단지 정치적 유불리로만 판단하거나 실제 내용을 잘 모르면서 옹호 또는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의 핵심이 가려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대장동 개발이 왜 문제인지 그리고 이게 과연 대장동만의 문제인지를 살펴보면서 현재 한국의 부동산 개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부동산 개발 특히 대규모 개발 사업은 내용 자체가 복잡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부동산 개발은 기존 토지의 용도나 용적률을 변경하여 더 돈이 되는 방향으로 바꿈으로써 개발이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농촌 토지를 전원주택단지나 골프장 등으로 바꾸는 것이 흔한 부동산 개발이지만, 신도시 등 더 대규모의 개발은 큰 면적의 임야나 전답을 택지로 바꾸고 거기에 아파트를 지어서 비싸게 파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개발은 과거에는 주로 공공에서 적어도 택지를 만드는 것까지는 전담해서 개발했다. 토지는 유한한 자원이거니와 대규모 개발은 그 과정에서 공공성이 특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득세 이후 이런 대규모 개발사업도 민간이 직접 할 수 있게 된 것이 문제의 기원이다.하지만 이렇게 민간에게도 개발권을 주면서 개발이익을 노린 과도한 개발이 추진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일단 생각지 않더라도, 실제 개발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우선 민간이 직접 개발 사업을 할 경우 여러 가지 위험도 같이 따른다. 그 위험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다. 첫째 인허가 문제, 둘째 토지매입 문제, 셋째 분양가격과 분양률 문제.
인허가 문제는 이런 것이다. 민간개발이라도 토지의 용도 등은 도시계획 내지 국토계획에 따라 다 지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변경해야 하며, 개발과정에서도 분묘나 지장물 문제 및 환경 문제 등 행정절차와 관련된 내용이 매우 많다. 그래서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사업이 계속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다 개발이익을 노리는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된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로비를 담당하는 이른바 ‘대관업무’가 매우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부패도 많이 발생한다.
토지매입은 흔히 지주작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기존의 원주민들이 가진 토지를 적절한 가격에 매입해야 하는데, 원주민은 최대한 비싼 가격에 팔려고 하고 개발업자는 최대한 싼 가격에 사려고 하므로 이를 협의하는 데 시간이 매우 걸린다. 특히 이른바 ‘알박기’ 등으로 매우 비싸게 팔려고 하거나 어떤 이유가 있어서 절대 못 팔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역시 사업이 계속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개발에선 이 작업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며 그 과정에서 큰 손해를 입는 경우도 제법 있다.
위의 두 문제가 해결되고 실제로 택지 조성이나 아파트 건설 등을 했더라도, 이게 비싼 가격에 분양도 잘 되어야지 분양률 자체가 저조하거나 분양가격이 낮으면 역시 문제가 된다. 다만 이건 결국 부동산 경기에 좌우되는 것이므로, 부동산이 아예 폭락하는 경우만 아니면 좀 더 많은 이익을 보느냐 적은 이익을 보느냐 정도의 문제이지 크게 손해를 입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부동산이 아예 폭락하면 또 다르지만 그런 경우라도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만 있으면 경기가 좀 더 나아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
위 세 가지 이유로 민간 부동산 개발은 흔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불리운다. 이렇게 개발이익을 노린 일종의 도박판을 만드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의 문제만 따지지 않는다면, 다른 일반적인 사업에 비해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런데 지금 논란이 된 대장동 개발의 경우 민관합작개발이라는 방식으로 이런 위험 중 상당수를 회피했다. 우선 민관합작이 되면서 공공기관과 같이 사업을 하게 됨으로써 인허가 문제가 거의 대부분 해결되었다. 성남시가 알아서 인허가 문제를 바로바로 해결해 주었으니까. 물론 다른 공공기관이 관장하는 업무도 있지만 이것도 성남시 산하의 공기업이 하는 사업이면 훨씬 쉽다. 무엇보다도 가장 문제가 되는 토지매입 과정이 쉬워졌다. 공공기관과 같이 함으로써 도시개발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고 이로써 강제수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즉 원주민들의 땅을 싸게 사들이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강제로 사들일 수 있었다. 사실 이 강제수용은 순수 민간개발인 경우에도, 이를 허용하는 관련 법령이 있으면 가능하다. 가령 민간 재개발이나 골프장 건설 등도 일정 기준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나머지는 강제수용이 된다. 민간개발에조차 강제수용을 허용하는 현재의 한국 상황 그 자체가 문제지만, 어쨌든 강제수용은 토지매입 과정의 위험을 매우 낮춘다.물론 그래도 분양 문제는 남는다. 대장동 개발을 옹호하는 쪽의 핵심 논리도 이것이다.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큰 개발이익이 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민관합작개발을 통해 공공은 5500억 정도 이익을 얻었고, 민간은 4000억 정도의 이익을 얻었지만 애초의 민간 예상수익은 1800억 정도였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우선 공공의 이익이 과장되었다. 순수 민간개발에서도 개발된 택지 중 일부를 공공임대주택 등을 위한 공공용지로 기부채납하는 것은 인허가 조건이다. 터널 등 각종 기반시설도 분양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서 개발업자들이 알아서 건설한 후 기부채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두 가지를 빼면 공공이 실제 얻은 것은 제1공단 공원 조성 비용인 2700억 정도이다. 즉 애초엔 공공 2700억, 민간 1800억 정도의 이익을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건 분양가격을 당시 수준인 평당 1400만원 정도라고 보고 예상한 것이다. 당시에도 부동산 경기는 이미 저점을 지났기에 이게 더 떨어질 염려는 거의 없었거니와, 해당 지역은 입지 조건이 매우 좋았으며 인근의 판교는 이미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즉 민간이 당시 가격 기준으로 예상한 18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게다가 추가수익 보전장치도 있었다. 우선 조성된 택지 중 40% 가량을 화천대유 측이 수의계약으로 싸게 분양받았다. 이것만으로도 민간이 부담한 공원 조성 비용의 상당수가 보전된다. 원래 기부채납받는 임대주택용 공공용지 또한 현금배당으로 바꾸면서 공공은 정해진 수익만 가져오고 이를 비싸게 팔아넘긴 수익은 민간이 가져갔다. 지금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 4000억이 민간이 얻은 수익의 전부가 아니다.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받아서 여기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이를 분양해서 생기는 이익은 아직 제대로 계산되지도 않았다. 더 문제인 것은 원래 성남시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개발일 경우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민관합작회사를 별도로 만들어서 사업을 진행했을 경우는 현행 법상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행 법의 허점을 교묘히 활용한 것이다.
이상의 과정을 정리해보자. 순수 민간개발이었더라도 공공은 원래 기부채납 분은 공원 비용 빼고는 가져올 수 있었다. 대신 민간은 토지보상 등 원주민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어야 할 것이다. 순수 공공개발이었다면 모든 이익을 공공이 가져올 수 있었거니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더 싸게 택지를 공급할 수 있었고 공공임대주택 등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분양에 따른 위험은 있지만, 그럴 경우라도 지금과 같은 이익은 아닐지언정 기본적인 이익은 보장되었다. 그런데 민관합작사업이 되면서, 민간 입장에서의 각종 위험은 공공이 떠안았는데도 이익의 대부분은 민간이 가져갔다. 말 그대로 위험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피해를 입은 것은 강제수용으로 적은 보상을 받은 원주민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비싼 값으로 분양받은 입주자들, 더 나아가서는 이렇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보장하다보니 그게 다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됨으로써 집값 폭등의 피해를 떠안게 된 서민들이다. 결국 공공의 탈을 쓴 민간개발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민간에 보장해준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부동산 개발은 한국의 사회적 모순의 핵심과 긴밀히 연결된 사건이라서, 이의 해결을 위해 생각해야 할 것도 관점의 수준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우선 사건 그 자체만을 보면, 애초에 사업방식과 수익구조를 이렇게 설계한 사람이 누구이며 거기서 어떤 이익을 얻었는가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위험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한, 공공의 탈을 쓴 민간개발로 인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민간이 가져간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므로 이런 방식을 설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혹자는 지방채 발행한도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순수 공공개발은 불가능했으므로 민관합작개발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 이후로는 민주당이 시의회의 다수당이었으므로 과연 지방채 발행이 불가능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설사 민관합작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애초 예상수익을 초과한 수익이 날 때 이 초과이익을 환수할 장치가 있었어야 한다. 실제로 그 이전에 비슷한 방식 즉 민관합작개발을 이미 추진했던 하남시의 경우 이런 초과이익 환수규정이 있었으며, LH도 민관합작개발을 할 경우 민간사업자의 이윤을 총사업비의 6%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이미 있었다. 게다가 성남시에서도 애초 실무자의 초안에는 이런 초과이익 환수규정이 들어있었는데, 최종안에서 이게 빠졌다고 하며 이는 단지 잘 몰라서가 아니라 애초에 서로 짜고서 초과이익은 전부 민간에 몰아주기로 한 업무상 배임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으로는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막대한 부동산 개발이익이 발생하고 이를 나눠먹을 수 있는 구조를 문제삼아야 한다. 결국 그 개발이익이란 원주민과 입주자 및 집값 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희생의 댓가이기 때문이다.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니 뭐니 하면서 개발이익을 공공이 더 많이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건 결국 더 많은 개발이익 그 자체는 인정한다는 이야기이므로, 무분별한 개발과 그 과정에서의 서민의 희생은 신경쓰지 않고 오직 그걸 나눠먹는 것만 신경쓰겠다는 이야기이므로. 애초에 공공개발의 목표는 더 많은 개발이익이 아니라, 꼭 필요해서 개발하더라도 공공적 가치에 맞게 개발하고 개발이익은 오히려 줄이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가령 공급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그 공급은 개발이익 확대가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등 물량 그 자체를 확대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또한 공공개발일 경우 조성된 택지 등 토지는 민간에게 분양하지 말고 건물분만 분양하는 이른바 토지임대부 주택 방식 등 토지의 공공성을 확보할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지금의 한국처럼 시중의 여유자금 상당수가 부동산 쪽으로 유입되면서 제조업이나 기후위기 대응 등 실물경제에 오히려 자금이 투자되지 않는 상황을 부추기는 것은 이후의 한국 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단지 공공개발이 아니라 민간개발까지 포함해서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지나치게 흘러들어가는 것 그 자체를 억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민간개발에서도 개발원가 내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 적용하는 등 부동산 불로소득 그 자체를 억제할 방안을 다양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 본질적인 차원에서는 애초에 개발이란 것 그 자체를 가능하면 억제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 개발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있는 주택 내지 건물이 다주택자나 건물주의 이익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 즉 기존 부동산의 분배가 불평등한 것이 더 문제인 경우가 많다. 또한 수요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도 문제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수요가 적절하게 분산되어야 함에도 이는 고민하지 않고 그냥 당장의 수요만 생각하면 개발을 통한 공급확대만이 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게 하루이틀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므로 중간 과정에선 일시적으로 개발이나 공급확대가 필요할 수는 있고 그럴 경우에 개발의 공공적 가치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며 분배나 수요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다. 또한 이를 통해 무분별한 개발 그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기후위기라는 우리 시대의 핵심적 과제에 제대로 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개발이익을 넘어서 개발 그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