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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Mi Cubano#37] 마지막 관문

in #kr-series6 years ago

-너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5개월 전에 만난 남자를 사랑한다고 그 많은 돈을 줄 수가 있지? 거짓말하지 마. 너 미국에 오려는 목적이 뭐야?

말이 안 되긴 하죠. 그런데 말이 되기도 하지요.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요. 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깊은 사랑따위 안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자신의 모든 걸 걸 수 있는 사랑. 전재산을 걸 수 있는 사랑, 생명까지도 걸 수 있는 사랑, 인생을 걸 수 있는 사랑은 도박이고 무모한 짓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는 걸 부정하니까요. 저는 제 평생에 딱 한 번, 한 눈에 반한 적이 있습니다. 20대 후반이었던... 다 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맘대로 안 되더군요. ㅎㅎㅎㅎㅎ

-그럼 더 수상하잖아. 너 그 남자랑 결혼해서 미국 시민권을 딸 목적으로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너 그 남자랑 거래했지? 여기까지 오는 걸 도와주는 대신 넌 미국 시민권을 얻는 거지. 난 너 같은 사람들 잘 알아. 미국 시민권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 너 미국은 뭐 하려고 오는 거야 그럼?

진실보다 그녀의 가정이 훨씬 제삼자에게 설득력 있고 그럴듯했다. 미국 시민권이 필요한 동양 여자 코요테.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상상도 못했습니다. 미국에 가보고 싶지도 않고 미국 이민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선지 정말 상상도 못했네요. 아마도,,, 그들은 이런 경우를 숱하게 봤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동양여자가 쿠바남자와 3개월 동안 무모한 모험을 한 이유가 단지 사랑해서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일이 직업이기에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었을 수도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메디컬 드라마를 보면, 한국 드라마는 병원에서 사랑을 하고 미국 드라마는 병원에서 사람을 고치고 일본 드라마는 병원에서 교훈을 얻는다고요. 미국인 입장에선 직장은 단지 일하는 곳일 뿐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가족에게 돌아가야 해. 난 너만 한 딸이 있어. 내가 너희 엄마였다면 난 너를 무척 걱정했을 거야. 가족에게 꼭 돌아가. 너는 분명 소중한 사람일 거야.

하지만 일을 마친 그녀는 진심으로 스텔라를 걱정했을 겁니다.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딸을 둔 엄마의 마음을 가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직업인은 아닙니다. 개발자다보니 업체선정이나 가격 결정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갑 입장인 경우가 거의 항상이지요. 거래처들과 일하며 을 입장에서 일해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 중 하나가 많은 개발 담당자들이 업체에 갑질을 하더군요. 그때서야 왜 업체 사장들이 나한테 그토록 극진하게 대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내 말 한마디에, 내 생각 하나에 업체는 바뀌고 가격이 바뀌었으니 당연했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제 평생에 업체에 갑질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견적을 싸게 넣으면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겠느냐, 더 넣어라.'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보통의 담당자들은 가격을 깎으려고 '이거 10만개 할 거다. 단가 더 낮춰라.'라고 말하고는 1만개만 하고 단종하죠. 하지만 전 '이거 1만개 하면 단종이다. 단가 더 올려서 견적 넣어라.'라고 말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썩 좋은 직업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제 신념으로 18년 동안 이렇게 살아왔으며 갑질 안 하는 개발자로 사람을 얻었고 신뢰를 얻었습니다. 아,, 이 얘기가 왜 나왔지... 아,,, 치매야 치매.

그동안 미국에 도착할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리고 3달 만에 미국에 발을 들였다. 미국에 도착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많은 상상을 했었다. 알레는 상기된 표정으로 신이 나는지 밝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기뻐 보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기쁘지도 후련하지도 않았다. 나는 알레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비로소 해방되었다. 이제 끝났다…. 긴장이 풀렸다. 그때야 나는 그동안 억눌러온 나를 보게 되었다. 내 마음속은 끝도 없는 공허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무력하고 우울했다. 어쩌면 미국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알레 : 기쁨
스텔라 : 해방, 공허, 무력, 우울

토닥토닥... 스텔라... 꼭 힘내길... 넌,,, 소중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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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국의 그녀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죠.
지나고나면 그녀가 그렇게 몰아치던 것도 이해가 가는데 원래 미국 이민국은 좀 엄하긴 하지만 특히 그 날 저에게는 정말 가혹했습니다.
혹시 모를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겠죠.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닌데 그것과는 별개로 많이 서럽고 슬펐어요.. ㅎㅎ..
정말 이러려고 내가 여기 왔나 싶었죠.

그때 뼈저리게 알았어요. 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단 더 미친짓을 한거구나. 그래서 그 후 진짜 친한 친구 빼고는 입을 꾹 다물었었죠.말해봤자 나만 미친 사람 되겠구나.. 아니 친구한테도 이렇게까진 말 안했어요. 그냥 여행 포기하고 잠깐 미쳐서 쿠바 사람 미국으로 보내줬다고 간략히 얘기했지...ㅋㅋ..
이 얘기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건 스팀잇에서 제 글을 읽은 분들일거에요.

정말 마음을 다해서 감사드려요. 그때 못받은 위로와 억울한 마음 스팀잇에서 다 녹여가고 있네요.. 끝까지 마무리 잘 해볼게요.

P.S. 나하님 같이 갑질 할 수 있는 위치에서도 갑질 안하고 거짓없이 일하는 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저는 아직 그런 '갑'입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지만 저 역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어디에서 이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저는 그냥 여행기로만 생각했을 땐, 고물님 글 잘 쓰시니까 여행에세이로 편집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진짜는 후반부였던... 아~~~ 정말 스팀잇에서만 꺼낼 수 있는 얘긴 것 같아요. ㅠㅠ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있잖아요. 저는 모든 총량의 법칙을 믿어요. 그리고 고생 총량의 법칙도 믿어요. 고생 많이 했으니 앞으론 고생이 적을 거고, 눈물 총량의 법칙에 따라 사랑 때문에 많이 울었으니 앞으론 사랑 때문에 적게 울 거예요. 그리고 많이 베풀었으니 열배 백배로 돌아올 거예요. ^^

괜찮아요. 다 제가 선택한 것이고 그것을 어떤 의미로 간직하느냐도 다 저의 몫이겠죠. ㅎㅎ 고생 총량의 법칙.. ㅋㅋㅋ 재밌네요.

역시 여행에세이로 편집하려면 엄청난 각색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일단 시리즈 마무리는 스팀잇에서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