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럽 일주기] 미친여행 CHAP2_09 크로아티아 - 갈라짐 | 갈라지고 싶을 때 갈라질 수 있는 자유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

요며칠 너무 바빠서 이틀이나 올리는 걸 빼먹었네요 ㅜㅜ
주말 이틀동안 보충하겠습니다!!




09. 갈라짐

2011년 8월 8일





“아직 자요?”

누군가 날 깨운다.
얼레? J누님이시네?

“같이 아침 먹으려고 왔어요.”

“맷은요?”

“아직 자요. 원래 아침잠이 많은 아이라서요.”

아침에 슈퍼에 가서 빵과 햄을 사 들고 오셨다.

“먼 길 가야 하는데, 양 많으니깐 많이 먹어 두세요.
그리고 2개 싸 가서 점심으로 드세요.”
헤어지기 전까지 감동을 안겨주는 J누나다.



J 누나가 싸 주신 그날 점심들


아침을 해결하고 나니 8시.
하지만 햇살은 12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계란을 깨면 당장 프라이가 될 기세다.
아무래도 빨리 가야 몸이 익지 않을 것 같다.

어제 라면을 먹을 때,
프랑스에서 온 부부가 몰래 공짜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마을에서 이리로, 저리로 가면 바로 플리트비체 안쪽이에요.
괜히 돈 쓸 필요 없어요.
오늘 저희도 가서 호수에 몸 좀 담그고 왔어요.”

공짜라면 귀가 솔깃하는 가난한 자전거 여행자들.
일단 최대한 길을 기억해서 가 보았다.
하지만 개뿔. 매표소까지 걸어가는 길 중 하나였다.

산 능선을 따라 찻길이 나 있었다.
여기로 가면 공짜인가?
그런 거 없다. 호텔만 가득하다.
필시 호텔에서 내려오는 길일 것이다.
그럼 그렇지. 돈 받고 운영하는 곳을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 리가 없지.






이제 둘 중 하나다. 돈 내고 보든지,
그냥 플리트비체를 보지 않고 지나가던지.

매표소 앞에서 논의를 한다.
하지만 슬루니에서의 다툼 이후 우리 사이에는 매우 어색함의 기류가 흐른다.
그리고 정훈형은 나를 너무 조심스러워 한다.

어제만 해도 자연은 거기서 거기라는 뉘앙스를 계속 풍겼었지.

“여기서 사진만 찍으면 솔직히 플리트비체 갔다 온 거죠.”

이랬던 형인데 오늘은

“원래 그쪽 저 없었으면 돈 주고 들어갔을 거잖아요. 그쪽이 결정하세요.”

“형은 지금 돈 쓰면 안 되잖아요. 끝까지 찾아 봐요.”

“저 생각하지 말고 보고 싶으면 보세요. 따로따로 하든지.”

“그건 안 되죠. 같이 하든지, 아니면 같이 안 보든지.”

“음...”

“정 그러면 그냥 지나치죠.”

“근데 보고 싶으시잖아요.”

“뭐, 볼 곳은 많겠죠.”

“자, 그냥 저 없다고 생각하고, 그랬으면 여기 봤어요, 안 봤어요?”

“음... 들어가죠.”

왠지 없는 사람 주머니를 터는 기분이다. 찝찝하다.

“형, 그냥 제가 낼게요.”

“사실 돈이 좀 있긴 해요. 폴란드에서 제 여행을 보고 후원해 주겠다는 친구가 있어서요.”

“그건 딴 때 쓰고...”

“그쪽한테서 도움받긴 싫어요.”

그렇게 결국에는 표를 샀다.
그런 와중에도 정훈형은 돈 쓰는 걸 아쉬워한다.

“이 돈만큼은 쓰기 싫었는데...”

후원받은 돈이라 애착이 크단다.






비싼 돈 내고 들어간 플리트비체.
그곳은 정말 별천지였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한 곳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선계다.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고, 살아서도 안 되는 곳이다.

태어나서 물이 에메랄드 빛깔을 내는 것은 처음 봤다.
물고기와 호수 바닥까지도 보인다.

아기자기한 연못과 시냇물에서부터 웅장한 폭포까지.
자연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감동을 다 모아놓은 듯 했다.
자연에서 받은 감동은 10분이 지나면 끝나기 마련인데, 이곳은 좀 오래 간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찍어도 작품이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계속 자연의 폭력에 무릎을 꿇게 만들고
거기서 거기인 자연으로 날 질리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다 오늘 이곳에서 감동을 받게 하기 위하여 자연이 계획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플리트비체가 나에게 준 자연의 의미는 특별하다.


바닥까지 비치는 깨끗한 물



찬란하게 눈부신 8월의 크로아티아



바닥까지 비치는 깨끗한 물 2



언제 어디서나 물과 함께



바닥까지 비치는 깨끗한 물 3



발담궈보기



난 역시 평형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플리트비체를 4급수로 만들었다



온갖 구멍으로 물이 나오는 걸 보니 화생방을 하나 보다





플리트비체를 다 둘러보니 3시가 다 되었다.

이제 다시 길 위로 올라선다.
원래 우리의 루트는 똑같았다.
스플릿Split을 향해 간 다음 두브로브닉을 통하여
몬테네그로, 알바니아를 거쳐 남쪽으로 죽 내려가는 길.

내 루트가 이렇다는 것을 말해 주자 정훈형은 루트를 바꿨다.

라우라가 추천했던 테슬라의 생가를 보러 가겠다고
위로 올라가 자다르 방면으로 가는 길로 간다고 했다.
아마 나와 같이 가는 것이 여러모로 불편했을 것이다.
나 같아도 정훈형이 먼저 루트를 말했다면 난 돌아갔겠지.






일단 갈림길을 향해 달려간다.
오르막만 되면 정훈형은 타고 가지 못한다.
뒤에 실은 짐만 70kg다. 다리가 버텨나지 못한다.

계속 자기 생각하지 말고 빨리 올라가라고 한다.
하지만 내리막만 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동차급의 스피드가 나온다.

마음뿐만이 아니다.
라이딩 패턴도 우리는 맞지 않는다.





같이 달릴 수 없다.

우리는 갈라져야 한다.







2시간가량 같이 라이딩을 하다가
갈림길에서 연락처를 주고받고 서로 헤어졌다.




애머랄드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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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bryanrhee님후문2.gif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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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다보면 맞는 사람도 있고 안맞을 때도 있긴 하죠 ㅎㅎ 그런건 어쩔 수 없다는...ㅠㅠ

여행의 인연은 빨리 결론을 낼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

으아아 떠나고 싶습니다. 날도 따뜻해 지고 있네요.

날이 좋으니 저도 날아가고 싶네요ㅜㅜ 허허허

4급수 ㅋㅋㅋ 빵터지고갑니다

ㅜㅜ 내 얼굴이여 ㅜㅜ

플리트비체 너무 예쁘네요 ㅠㅠ 밑바닥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물이라니.... 마침내 그와 따로 여행을 시작하셨군요! 좋은 선택이었던 듯 해요 글 읽는
저까지 어색했던...ㅋㅋ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깨끗함만 생각하면 제주도보다도 더 했던 것 같아요 :)
(하지만 제주도는 또 그것만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ㅎㅎ)

ㅋㅋㅋㅋ드디어 갈라지기로 결심!
안 맞는 메이트랑 하는 여행만큼 괴로운게 또 없죠
특히 돈 쓰는 스타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행갈 때 돈 아끼면 평생 후회하는뎅 ㅠㅠ

보통은 그렇긴 한데
이 정훈형은 어떻게든 얻어먹고 도움받아 박물관 들어가고 그렇더라고요 ㄷㄷㄷ

이렇게 아끼고 아낀 덕에
2011년에 만나서 이렇게 우당탕탕하면서 여행한 이 형은
2018년 지금도 남미 어딘가를 달리고 있습니다 ㄷㄷㄷ

진짜 플리트비체를 가기위해서 크로아티아는 꼭 가야한다고
오늘도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
덕분에 아름다운 플리트비체 공원 다녀온듯 잘 보고 가요~
마지막에 제이름까지 넣어주시고! 헤헤 감사합니다.

미미님이 해주신 거 포스팅도 해야 하는데 헿햏
정신이 혼미하네요 ㅜ_ㅜ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입장료를 받는 이유가 있었군요 ... 저렇게 관리되는 곳이라면 분명 입장료를 받고 어느정도 입장객 통제도 이루어져야 했을테니까요 ! 그런데 댓글을 보니 그 형이 이번에는 남미에 가 계시다구요?! 대단한 분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