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Lee's Life Magazine 17. 도쿄일기 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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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Lee's Life Magazine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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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기 3일째.


2017년 12월 4일 월요일 흐림.

오늘은 각자 일정을 보내는 날이다. 7시 반쯤 일어났다. H언니는 출근하고 없고, P양은 이틀 간 친구 집에서 머물 예정이라 없다. 씻고 어제 사다놓은 요거트를 먹었다. 테이블 위에 마트 포인트 카드가 놓여 있어서 웃겼다. 아침방송을 보는데 스모 선수 폭행사건 얘기만 주구장창 나와 지겨웠다.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었지만 귀찮음을 극복하고 나갔다.

키치죠지 역 근처의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스시집에서 런치를 먹고, 키치죠지의 유명한 빵집에 들러 빵을 좀 사고, 키치죠지 거리를 돌아다니고 이노카시로 공원엘 가고 하라주쿠에 들러 쇼핑을 한 다음 오모테산도까지 가서 빵집을 두어군데 더 들리고 저녁엔 친구를 만나는 것이 오늘의 스케줄이다.

내가 묵고 있는 몬젠나카쵸에서 키치죠지까지는 40~50분이 걸리는 짧지 않은 여정. 전철을 한 번 갈아탔는데, 이제 일본 전철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플랫폼으로 가야할지 몰라 잠깐 헤맸다. 구글 맵만 믿고 갔는데 이상하게 플랫폼 표시가 없어서(옛날엔 틀림없이 나왔는데 왜 플랫폼 표시가 없어졌는지 모 르겠다) 플랫폼을 두 번 오르락 내리락 했다.

도쿄에 처음 간 것은 스무 살 때였는데, 처음 혼자 갔던 역이 하필이면 신주쿠역이라 엄청나게 헤맸던 기억이 있다. 서울이야 워낙에 지하철 노선도 표시가 역마다 잘 돼 있고, 요즘은 잘 모르면 구글 맵을 켜면 되지만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 미리 노선도를 공부하고 가지 않은 신주쿠역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플랫폼이 14개가 넘어가는 전철역은 처음이었던 데다 일본의 지명에도 익숙하지 않아 온통 한자 투성이이인 그 플랫폼 표시 사인 아래서 우왕좌왕하던 생각이 난다. 물론 지금은 헤매지 않고 물흐르듯 내가 가고자 하는 노선과 방향의 플랫폼을 찾아가지만, 처음 가보는 역은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 표기법은 쓰레기라 한글로만은 정확한 역명을 알 수 없다. 일본의 지명/역명에서 한자 병기는 필수다. 전혀 쓸모가 없을 한글 지하철 노선도. 게다가 도영 전철이라 JR인 야마노테센은 없네?

아무튼 무사히 키치죠지 역에 도착했다. 환승역에서 밖에 나가 다시 표를 끊어야 되는줄 알고 적은 요금의 티켓을 끊었다가 초과 요금을 지불해야 해서 정산기에서 해야겠다 싶었는데 개찰구에 정산기가 없었다. 일단 표를 넣었더니 띠띠 소리가 나서 창구의 역무원에게 요금을 냈다. 원래 이쪽 개찰구로 나오려던 게 아니었는데, 아트레 쪽이라는 말에 그냥 왔더니 이꼴이다. 항상 사전에 열심히 알아보고 나서 막상 닥쳐서는 눈앞에 보이는대로 한다. 고질병이다.

가려는 스시집은 키치죠지 역과 연결된 쇼핑몰 아트레 지하에 있다. 쇼핑몰 식당이 평이 좋길래 반신반의 했지만 타베로그에서 3.5점이 넘으면 먹을만한 집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갔다. 11시 오픈이었는데 10시 50분에 가게 앞에 도착, 번호표를 뽑았더니 27번이었다. 과연 맛집인가 보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며 친구와 카톡을 했다.

다행히 바깥 의자에 빈 자리가 있어 앉아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가게가 넓은지 사람들이 쑥쑥 들어갔다. 11시 15분쯤 불려서 착석. 좌석표를 뽑을 때 사람 수와 원하는 좌석(카운터석/테이블석)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가 아니라 '카운터석'을 골라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로 고를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빨리 들어가서 다행이었다. 카운터석은 옆 사람과 어깨가 닿을 정도의 좁은 좌석. 우 커플 좌 아줌마를 두고 자리에 앉았다. 주문은 1,600엔짜리 '특상 니기리' 세트. '니기리'는 쥠 초밥,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데 밥 위에 생선 올라간 스타일의 베이직한 초밥 스타일을 일컫는다. 2천 엔이 넘는 세트도 있지만 쇼핑몰 지하 초밥집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특상으로 주문했다.

따끈한 차왕무시, 아카미와 토로, 방어와 두툼한 관자, 카즈노코(청어알)와 새우와 달걀, 장국, 우니 군함과 이쿠라 군함, 마지막으로 참치와 파를 넣은 마키가 나왔다. 1,600엔짜리 세트로는 매우 괜찮은 구성. 체인점인데 장사가 잘 되어 그런지 초밥 위의 네타가 매우 신선했다. 게다가 관자살은 매우 두툼해서 입 안 가득 씹히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샤리(초밥의 밥 부분)는 작고 살짝 끈적이는 편이었다. 샤리의 퀄리티는 확실히 그동안 가던 집들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1,600엔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초밥이라 할 수 있다.

초밥집의 퀄리티를 따지는 척도 몇 가지가 '우니가 군함으로 나오는가 그렇지 않은가', '초새우가 나오는가 그렇지 않은가', '연어초밥이 나오는가 그렇지 않은가'인데 전자의 경우는 하급으로 친다. 물론 연어는 스테이크 같은 것보다 초밥으로 해먹었을 때 가장 맛있지만 '퀄리티 있는 오마카세 초밥집'에서 내놓을 만한 물건은 아닌 것이다. 연어초밥은 기계초밥으로 먹어도 괜찮은 그런 아이다. 우니가 군함말이로 나오는 것은 매우 보편적이다. 우니는 명반 처리를 해서 유통함에도 재료의 특성상 무너지기 쉽기 때문에 샤리 위에 올리기가 어렵고, 때문에 김에 말아 먹기 편하게 만든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좋은 김의 향은 우니의 농후한 풍미를 방해하기 때문에 사실 김과 우니는 따로 먹는 것이 좋다. 때문에 좋은 스시집들은 우니를 따로 내놓는다. 밥 위에 살짝 올리거나 손 위에 스시를 올려주는 식으로 해서 말이다. 하지만 역시 1,600엔이라는 가격엔 우니와 이쿠라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감동이다.
장국도 맛있었다. 생선 국물에 된장을 살짝 풀었는데 감칠맛이 끝장이다. 국은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는데 배불러서 더 먹진 못했다.




2종류의 우니가 올라간 우니군함과 이쿠라군함

나오는 초밥마다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왼쪽에 앉은 일본인 아줌마가 '친구에게 보내려고 찍는 거냐'고 묻길래 '네.. 친구가 궁금해 해서요..' 했더니 아줌마가 '사진 찍는 거 요즘 유행이지'하며 깔깔거렸다. 맥주를 마시면서 먹고 싶은 초밥만 골라 시키고 굴 그라탱을 시키는 등 평일 한낮의 여유를 잔뜩 만끽하고 계셨는데, 그 옆자리 아줌마와 일행인줄 알았더니 그 분은 먼저 일어나 가버렸다. 종종 대화를 하길래 일행인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역시 아줌마들은 대단하다.

하나씩 오마카세 스타일로 주는 곳은 항상 '언제가 끝인가' 눈치싸움이 생기기 마련인데 디저트가 딸려있지 않은 곳이라면 마끼가 나왔을 때 끝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하여 마끼를 먹고 일어났다.
배부르게 잘 먹은 탓에 삼일만에 쾌변을 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키치죠지 거리로 나섰다. 변비는 아니지만 장이 매일 활동을 하진 않는다. 내 장은 주5일제라고 보면 된다. 특히 여행을 가거나 장거리 이동을 하면 알아서 쉬어주는데, 장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 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는 몸의 신호다.

내 장 활동 얘기는 이쯤 해두고.. P양과의 책 외에도 '도쿄 빵집'에 관한 책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키치죠지에 가면서 그곳의 유명한 빵집을 가기로 했다. 'Dans Dix Ans'라는 빵집인데 읽는 법조차 잘 모르겠으나 옆에 붙은 카타카나를 읽어보면 '단디종'이라고 한다. 들어가는 입구가 갤러리처럼 세련된 빵집이다. 입구를 좀처럼 알아보기 힘든 곳이라는 걸 알았고 갔기에 수월하게 찾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과연 갤러리 같다. 빵집 안은 사람들과 빵으로 가득했다. 쇼케이스 안에 진열된 빵을 고르면 점원이 직접 담아 포장해주는 시스템이라, 마음 속으로 어떤 빵을 먹을지 미리 정해야했다.




너란 빵 둥글둥글 귀여워 보이지만 겉은 너무도 딱딱하겠지

빵을 여섯 종류, 총 7점 샀는데 1,520엔이 나왔다. 눈에 띄는대로 마구 주문해대서 2천 엔이 넘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빵값이 의외로 쌌다. 그 후로도 네 군데의 빵집을 더 가며 든 생각인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빵값이 더 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빵 몇 개만 집어도 2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여기서는 항상 2천 엔을 넘기지 않았다. 딱히 한국에서 더 비싼 빵집만 다닌 것도 아니고, 오모테산도 가이레의 빵집도 전혀 비싸지 않았는데 요 모양인 것을 보면.

뿌듯한 기분으로 빵을 사들고 나와 한적인 월요일 오후의 키치죠지 거리를 걸었다. 지유가오카에 갔을 땐 정말 별 볼 일이 없어 실망했는데, 일본인이 살고 싶어하는 동네 중 하나라더니 과연 이해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키치죠지 주무대라는 영화나 드라마를 하나도 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보지 않겠나 싶다. 아니, 사실은 안 볼 것 같다.




키치죠지 거리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 중에 '키치죠지의 검은 고양이'라는 곡이 있다. 키치죠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곡일까? 왜 그런 제목과 가사가 붙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다시 들어봐도 딱히 키치죠지가 생각나거나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보컬리스트 김민규는 델리 스파이스의 대부분의 곡을 만들었는데, '키치죠지의 고양이'나 '고백' 같은 곡을 보면 일본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보다. '고백'은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읽고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다. 게다가 김민규 씨는 2005년 EBS의 <애니토피아>에서 애니메이션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를 맡았었다고 한다. 이건 빼박 덕후 인증 아니냐? 갑자기 친근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U2나 R.E.M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한 데서 델리 스파이스가 시작됐다고 한다. 델리 스파이스도 그의 솔로 프로젝트 스위트피도 사실은 좋아했으니까, 은근 취향이 비슷할지도 모른다. 올해 2월 나온 스위트피의 LP를 들었는데 왜 이렇게 감정과잉 보컬이 됐나 싶다. 담백하게 부르던 옛날이 좋았는데.




P양이 좋아하는 목욕탕. 개인적으로는 쾌적하고 아늑한 우리 집 욕실이 좋다

구글맵을 보고 이노카시라 공원을 찾아갔다. 그냥 작은 동네 공원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넓어서 약간 패닉에 빠졌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봐야할까 싶다가 그냥 키치죠지 역 방면까지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도중에 벤치에 앉아 빵집에서 산 빵을 먹었다. 틀림없이 맛있을 것 같아 두 개를 산 '프리톤'이라는 빵을 먹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어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맛이었다. 제법 두께가 있는 빵 만죽을 시나몬롤처럼 말아서 구웠는데, 버터의 풍부한 향과 소금의 짭조름한 맛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맛있게 먹었다. 사실 이 가게의 대표 빵은 '시가 쇼콜라'인데, 구워놓은 초콜릿빛의 길쭉한 하드롤 스타일 빵을 갈라 주문 즉시 초콜릿 크림을 넣어주는 빵이다. 금방 먹으라고 해서 가게 안의 빵 사진을 찍으며 우걱우걱 먹어치웠는데, 달지 않고 쌉싸름한 초콜릿 크림이 맛있긴 했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맛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 프리톤은 다르다. 정말 맛있다. 혈관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아낌없이 넣은 버터에 짭잘한 소금, 잘 정제된 흰 밀가루의 아름다운 하모니. 여기는 '시그니처라는 시가 초콜릿보다크로와상 등의 패스트리 류가 맛있다'는 리뷰를 봤었는데, 과연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크로와상은 좀 실망스러웠다. 여기 가면 프리톤 다섯 개 드세요. 꼭 드세요.

이노카시라 공원은 너절한 낙엽으로 뒤덮여 있었다. 도쿄는 늦가을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겨울이라고 밖에만 싸돌아다니면 춥긴 했지만 한국의 강추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작고 단정할 것 같았던 이노카시라 공원엔 큰 나무도 많고 너른 호수도 있었다. 꼭 영미권의 보태닉 가든 같은 느낌이다. '이노카시라'라고 하면 고독한 미식가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공원을 빠져나와 하라주쿠로 향했다.




휑뎅그레한 느낌의 이노카시라 공원

하라주쿠를 가려면 신주쿠역에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야마노테선은 오랜만이다. 신주쿠역은 5월에 도쿄에 왔을 때도 지나갔지만 야마노테선을 타는 건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대학생 때는 항상 요요기 쪽에 있어서 하루 한 번씩은 꼭 야마노테선을 탔었다.

하라주쿠역에서 내리면 항상 외대역이 생각난다. 지상에 있는 철도, 플랫폼에서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와서 나가는 출구는 하나 뿐인 것이(사실 외대역은 나가는 출구가 두 개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굉장히 비슷하다. 역 내부가 구질구질한 것도 비슷하다. 물론 그 외대역은 공사를 해서 지금은 번쩍번쩍해졌고 학교도 많이 바뀌어 이제 남의 학교 같지만.

타케시타도오리로 들어서는데 흑형이 내 신발을 보더니 '업템포'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터지는 웃음을 참고는 급히 흑형의 시선에서 빠져나왔다. 흑형 삐끼들을 많이 봤지만 말 걸림을 당하는 것은 처음이다. 말 걸림을 당한다는 문장이 어색하지만 달리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나에게 말을 걸었다'와는 느낌이 다르다. 그러고보면 우리말은 피동 표현이 발달하지 않았는데, 피동 표현을 무조건 번역투로 치부하지 말고 발달시켰으면 좋겠다.

사야할 것들을 사고 오모테산도 쪽으로 걸어갔다. 다음 행선지는 오모테산도 자일 지하에 있는 '듄 라르테'라는 빵집. 도중에 줄이 길게 늘어선 클럽도 지나가고, 스니커즈 리셀샵도 둘러봤다. 자일은 명품숍이 즐비한 빌딩이라 비싸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빵이 저렴했다. 역시 덮어놓고 담았는데 1,532엔이 나왔다. 싸다! 한정 제품이 남아 있어서 사왔다. 건포도와 무화과, 견과류가 들어간 빵은 밀가루 반죽보다 부재료가 더 많은 정도로 속이 꽉 찼고, 계절 한정이었던 코르네 프람보와즈는 상큼한 산딸기 크림이 바삭한 초코 크로넷 안에 들어간 것이었는데 매우 맛있었다. 이어서 다른 빵집을 가려고 했는데 문을 닫아서 발걸음을 돌리고, 리츄엘에서 크로와상과 에스카르고, 식빵 등을 샀다. 여기서도 2천 엔이 넘지 않았다. 리츄엘의 크로와상은 버터맛이 약해서 아쉬웠지만 패스트리에 뭔가를 가미한 것들은 맛있었다. 특히 에스카르고 종류가 많았는데 한정이라 사본 마론 맛은 빵 사이에 들어간 밤 크림이 매우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식빵도 찰진 것이 맛있었다. 그러고보면 쫀득한 식감은 일본 빵들의 특징인듯.




리츄엘 외관. 생각보다 매우 한산해서 좋았다

빵집을 한 군데 더 가려고 했는데 짐이 너무 많아 그냥 집으로 왔다. 친구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괜히 피곤하게 카페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집에 짐을 두고 홀가분하게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굳이 오모테산도에서 만날 이유가 없어서 약속 장소를 롯폰기로 바꾸었다. 전철역에서 나왔더니 드문드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친구C는 나보다 한 학번 아래인 후배다. 그냥 얼굴과 이름만 아는 정도의 사이였는데, 미국에서 생활할 당시 룸메이트가 되어 친해졌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거라 어색하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몇 달 안되는 시간이었어도 같이 산다는 것은 밀도 높은 관계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배가 고프지 않아 바로 야키토리집엘 갔다. 친구가 자주 가는 가게라고 한다. 야키토리를 먹고 롯본기 츠타야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므로 티라떼를 마셨다.




C양과 먹은 야키토리들. 피망에 고기를 채운 꼬치와 매실절임을 올린 구운 주먹밥.

아무리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삶이라도 한꺼풀만 벗겨보면 그 안은 외로움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최근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서로의 외로움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지으며 위로를 받으며,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나 보다.

집에 돌아오니 A언니가 술을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냉골 같은 일본의 집이라도 사람이 있는 집은 따뜻하다. 나도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며 함께 텔레비전을 보았다. 똑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누군가와 함께 보면 더 재미있다.




롯폰기의 야경. 삼성이 설치한 루미나리에라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지난 도쿄 일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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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상세히도 기록하셨네요. 글쓰는 걸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네 남은 재주가 이것 뿐이라서.. 지금 보니까 참 길군요. 작작 좀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초밥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자세한 설명이 눈에
들어오네요 :)
연어와 마끼에 대한 생각도 잘 보았습니다 ㅋ 비슷하시네요.
tip!

팁 감사합니다!
초밥을 좋아해서요.. 헤헷.

저도 ㅎㅎ
스시는 흰살 생선 승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엔가와를 좋아합니다

엔가와의 기름진 맛은 참치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흰살 생선은 샤리의 맛을 가장 잘 판별할 수 있는 재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진한 맛을 좋아해서 죽어도 우니.. 김 두르지 않은 우니 니기리를 좋아합니다. 아 곧 철이 오겠군요. 한 상자 사다 먹어야겠어요.. 쓰다 보니 먹고 싶어집니다. 조만간 스시 먹으러 가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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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 이런 자세한 글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ㅎㅎㅎ

ㅎㅎ 맛있는 점심 드셨나요? 초밥이 땡기네요..

정말 새롭고 섬세한 여행기 인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대댓이 너무 늦었네요 ㅠㅠ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