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writing] 그러다 보니 공부만 하는 사람이 되었지...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제가 잡설을 시작하면, 마구 튀어나가는 경향이 있어서, 확실히 정하고 써보려고 합니다.

@kookmin 님의 글중 "엄마는 왜 공부를 안했어?"라는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에구 @kookmin 님께 먼저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요즘은, 가방끈이 긴것이 정말 자랑꺼리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사실 늦게 유학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대학교 마치고, 대학원 석사도 마치고, 박사 수료까지 하고 그리고 나왔죠.

그러다보니, 나이가 서른이 되어서야 나왔어요.

그 전에 나오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완강하셨죠.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공부는 다 하고 가라...하시면서...

그러나, 실상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참 원망을 하게 되더군요. 내가 20대의 머리로 공부했다면 더 빨리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들고, 정말 이 길이 내 길인가를 고민하면서, 때로는 혼자 펑펑 울기도 하고, 약먹고 죽어볼까...하는 생각에 수면제도 먹어보고...못마시는 술 마시고 혼자 쓰러지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원하는 곳에 다왔다고 했을 때, 그 즐거움은 솔직히 일주일이 못가더군요.

마치 그런 것 있죠.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려고 그렇게 고민하고, 돈도 모으고, 조사도 하고, 그래서 막상 샀는데, 그 즐거움이 하루를 못가는 그런 느낌이요.

저와 제 와이프는 서로 공부하다 만났어요. 아니 사실은 서울에서 이미 알고 지내던 선후배사이였죠. 와이프도 공부욕심이 있어요. 사정상 석사만 하겠다는 것을 옆에서 바람을 넣어서 박사까지 마치게 했죠.
하지만, 미국의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보니, 와이프도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하기 보다는 계속 그 주위에서 맴맴도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가방끈을 합치면, 그냥 어디가도 뒤지지 않아요.
그런데, 그만큼 만족감이 있냐라고 물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 그럴까...생각해봤습니다.

결국, 저에게 잠재된 불만족감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너 그런 분야를 하라고 공부하라는 것 아니다.."

라고 짤라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죽은 듯이 공부만 했습니다.
형제가 넷인데, 제가 막내이고, 누나 둘과 형은 모두 잘나가는 대학가고 대학생활을 즐기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래야지...대학만 들어가면 해방되겠지...라는 생각에 공부만 했어요.

그런데...대학교 1학년때부터 무려 이곳에서 목표로 한 것을 달성할 때까지, 저에게 만족감을 가져다 준 것은 '일'도 없었습니다. 배부른 소리같죠? 예 ...맞아요. 배부른 소리. 그런데, 이 배부른 소리를 하면서도 저는 만족감이 있다라고 거짓말을 하지는 못하겠네요.

어차피 들어온 길, 그길이 네 길이다...라는 소리를 형제들과 부모님에게 들어가면서 계속 해왔지만, 만족이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어느날 어머니랑 통화하다가 그냥 지나가는 소리처럼 이야기 했습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힘들어도 재미가 있지는 않았을까...?"

그때,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네 제능을 알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완강함 때문에 널 그 길로 밀어주지 못한게 참 미안하구나..."

"...."

저의 답변은 "...."이었습니다.

갑자기 만감이 교차하네요...

갑자기 점프~~~쓩.....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한 생각이죠.

저희는 딸이 하나있어요. 서로 공부한다고 결혼을 미루다가 늦게 결혼하게 되었고, 그래서 얻은 딸입니다. 둘의 성격을 그대로 가져와서 고집세고, 자기 스스로 확실하지 않으면 확실할 때까지 연습하는 애라 좀 걱정이 되는 편인데, 이 아이에게 이렇게 종종 이야기 합니다.

"난 네가 뭘 할지 정해주지 않을꺼야. 대신 나는 너를 계속 관찰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야. 하지만, 무엇을 잘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너가 너 스스로 어디까지 밀어부칠 수 있는지 그걸 스스로 증명해야해. 그리고 난 그걸 계속 보기만 할꺼다. 네가 뭔가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서 계속 너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즐긴다면 내가 죽을때까지 밀어주마.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억지로 하지는 마라"

"엄마 아빠는 공부는 무지하게 많이 했지만, 우리집 사정은 공부한것 만큼 나아지지도 않는다. 그건 능력밖의 일을 하려고 노력만하고, 실제 돈버는 일은 많이 하지 않아서 그래. 그러다 보니 공부 하는 사람이 되었지..."

저의 생각이 이래요.

가방끈이 길다고 억지로 늘린 가방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더군요.
그리고 그 가방끈이 돈을 많이 가져다 주지도 않구요...

그냥 잡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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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서 막내에게까지 그렇게 바라시는 바가 많았을까요. 품안에 자식이라고 내 품에 있을 때 잘 해주고 같이 행복하면 그만이지 평생을 책임질 것처럼 강압하다가 돈 잃고 자식 잃고 하는 분들이 주위에 꽤 많더군요.

뭐 저희 아버지야 행복하게 돌아가셨죠... 돈도 잃지 않고, 자식도 잃지 않고... 단지, 자식들의 원망이 남아있을 뿐 ㅎㅎㅎ

제가 자식이 많으면 학문, 예술, 문학, 운동, 연예 등 다양하게 시켜볼 거 같아요. 무릇 투자의 기본은 분산 투자 아니겠습니까 ㅎㅎ

저는 많지 않다보니 복불복으로 ㅎㅎㅎ

저도 돈이 되지 않는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업무와도 관련이 없는 공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직장인으로서 업무를 뒤로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을 하다 보면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음...돈이 되지않는 공부라는 표현이 저도 썼지만, 참 재미있는 표현이에요. 요즘은 공부를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저는 고민을 좀 하는 편이에요. 어떻게든 연결시키려구요...

가방끈 길다고 행복이나 돈을 안 준다는 것 정말 공감합니다... 보팅 팔로하고 갑니다.

말대로 적당히 공부하고, 자기가 재미있어하는 일을 쫒아야 할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일이라고 돈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허무함은 없을 것 같거든요.

전에 안한다고 하신 "자기소개"를 이렇게 딱~
그 재능있는 분야가 어딘지 궁금하군요.
어차피 박사는 자격증일 뿐이죠.
잘 보고 갑니다.
또 다른 박사 부부의 한 사람이.

그냥 side-effect죠 ㅎㅎㅎ 뭔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냥 제가 스스로를 까발려야 하니까요 ㅎㅎ

따님에게 참 훌륭하신 부모님이시네요. .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고 하나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지도 않아요. 맨날 잔소리만 하고, 혼도 내고, 성질도 부리고, 궁디 팡팡도 하고...
그리고 나서는 후회하죠... 옛날에 우리 부모님은 날 혼내고서 마음이 어땠을까...생각도 하고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글입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는 안하는데 계속 지켜보고 좋아 하는 일을 찾도록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같이 노력해 보자구요 :)

Hello... It's me you're looking for.

yup, @Cheetah told me that's you.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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