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Lee's Life Magazine 20. 컨택트 : 결국에는 잃어버릴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에 (드니 빌뵈브 감독, 2016)

in #kr-writing7 years ago

LilyLee's Life Magazine 20.
Films
컨택트
: 결국에는 잃어버릴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에 (드니 빌뵈브 감독, 2016)

이 영화를 보는 순간까지만 해도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영락없이 1990년대에 나온 영화 <콘택트>의 리메이크작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컨택트>라는 제목은 국내 배급사에서 붙인 제목으로, 실제로는 'Arrival'이며 미국의 SF작가 테드 창의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의 코멘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밝히자면, 이 영화는 제법 감동적이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조용한 밤에 방에서 불 다 꺼놓고 보기 좋겠다. 사운드바와 큰 화면이 있는 거실이라면 더욱 좋겠다. 아무튼 거대한 우주선과 외계인이 등장하니까.

<컨택트>는 어느 날 갑자기 지구 곳곳에 12개의 비행체가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이들 외계인의 방문 목적을 밝히기 위한 언어 통역사로 선택되어 그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초반부터 꾸준히 주인공의 딸에 대한 장면이 삽입된다.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으로서는 그 장면은 영락없는 회상으로, 사랑스러운 딸이 있었는데 희귀병으로 죽었구나, 그 가운데 남편과는 이혼하고, 그래서 지금은 혼자 살고 있구나, 하는 해석에 도달하게 된다.

이 해석은 영화 종반부에서 뒤집히게 되는데, 주인공이 중간중간 떠올렸던 딸에 대한 장면은 사실 회상이 아니라 미래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는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가며 딸의 장면이 등장하면 주인공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관객은 이를 보고 '주인공이 피곤해서'거나, '외계인에게 모종의 영향을 받았거나' 하여 주인공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이라 깜빡 속고 만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외계인과 만났을 때 주인공이 "그 소녀는 도대체 누구냐"고 묻는 데서 이 회상 씬은 사실 회상이 아니라 '미래의 장면'이라는 것이 여실해진다. 회상이라면 자기 딸을 모를 수가 없으며, 그녀는 아직 낳지도 않은 미래의 딸의 삶과 죽음을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소녀가 누구인지 의문을 갖는 것이다.

딸의 등장 장면에서 함께 나왔던 새장과 엄마 아빠, 점토로 만든 문어 외계인 같은 것이 딸의 '미래 예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딸의 등장 장면 자체가 현재 사건으로부터 미래임을 보여주는 징표다. 그런 의미에서 외계인과의 접촉장면에서 왜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새장' 또한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회상이 회상이 아니라 미래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인공은 딸이 희귀병으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한다.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그 모든 경험이 행복으로 가득찬 삶이라는 걸 알기에 주인공은 자신이 본 미래와 같은 길을 간다.

이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지금 나는 잃어버린 무엇을 한탄하는 편이 한 번도 갖지 않았던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으로 나는 고통도 또한 재산임을 알았다." 이는 반복적으로 내 삶에 등장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많이 생각하는 요즘이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굳이 인간은 이불 밖으로 나가 고생을 자처하는 것이다(밥벌이의 고단함은 논외로 하고). 그건 파스칼도 한 말이 아니던가?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막판에 몰아쳤다는 느낌이 있는데 중반까지 호흡이 느렸기 때문에 밸런스 상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까지 같은 호흡으로 갔다면 상당히 지루해졌을 것 같다. 미래를 회상처럼 끼워넣어 관객을 속인 구성도 매우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에 몰아치는 바람에 이 영화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의외로 상당히 명쾌하다. 딸의 이름이 'Hannah', 거꾸로 해도 'Hannah'인 것처럼 말이다. 딸의 이름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LilyLee’s Life Magazine은 음악, 미술, 영화, 책, 공연전시 등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쓴 글을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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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판다네입니다 :)
처음보는 영화인데 기회되면 챙겨봐야겠네요 ㅎㅎ

넵 전 인상깊게 봤어요. 즐거운 영화감상 되시길!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어뷰저를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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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어뷰저들 무섭군요..ㄷㄷ 좋은 프로젝트 화이팅입니다:)